춘천 추전리 … 소양호 명상길

신용자 길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2/02/28 [11:19]

춘천 추전리 … 소양호 명상길

신용자 길칼럼니스트 | 입력 : 2012/02/28 [11:19]


춘천(春川)의 우리말은 ‘봄내’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겨울이 풀리는 새봄 소식, 새 생명의 부활을 알리는 땅 속 함성이다.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가 아니더라도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 하고, 쌓인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웃음’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곳, 물안개 속 물깨말에 살면 누구라도 시인이 될 것 같은 곳, 팍팍한 일상에서 언제든 훌쩍 떠밀려가 안기고픈 마음속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곳이 어딘가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댐이 생기고 지형이 달라져 옛정취를 맛볼 수는 없지만, 아직도 숨어있는 옛길을 불러내면 연둣빛 봄기운이 핏속까지 스며들 것 같은 곳이 춘천이다.

 

장수하늘소 날던 곳

짙푸른 소양호를 발아래 거느리고 자연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 있는 길, 산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버들가지 움트는 소리에 나를 잊고 봄이 될 수 있는 길이 소양호 끝자락 추전리 명상길(?)이다.

춘천시 북산면 다람이마을(오항리/춘천~오항 시내버스 1일 6회 운행), 청평산 배후령을 넘어 추곡약수 맞은편으로 들어가 닿는 곳이다. 춘천에서 시내버스를 탈 경우 1시간 못미처(3월말 배후령터널이 개통되면 30~40여분) 도착, 버스종점 아래로는 오항리 배터가 있으나 노선 배는 운행되지 않는다. 소양호 그루터기 마을로는 유일하게 버스가 다니는 곳이다. 호숫가마을엔 솔바람 카페와 민박집들이 제법 큼직하다. 자가용일 경우 종점에 주차를 하고 카페 위쪽으로 오르면 개울가 다리 오른편에 간판이 있다.「호반 트레킹 1011 1년 길, 오전 10시~11시 사이에 걸으면 우리의 생명이 1년 연장된다고 함. 오빛뜰마을」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인적 없는 흙길로 빨려 들어갔던 곳이다. 농로로 개통되면서 군데군데 포장을 했다. 그래도 상큼한 물바람과 풀냄새가 어우러진 오솔길에 서면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개복숭아나무와 소나무, 상수리나무 숲 사이로 소양호가 튀어나온다. 산자락에 찰싹이는 물결소리가 더해 자연교향곡에 취한다. 산허리를 에돌아가는 한 마장(3㎞남짓)의 오솔길이, 멀리 가까이 보이는 소양호 푸른 물빛과 숨바꼭질로 지루할 새 없이 끝이 나고 서너 집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이 추전리. 예전엔 큰 마을로 양구가던 길목이었으나 댐으로 수몰되고 산 위편에 농가 3채만 달랑 남았던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선 춘천시내로 나오려면 차편보다는 배편이 빠르다.

이곳은 구전되던 이야기마저 끊겨가지만 천연기념물 제75호「춘성의 장수하늘소 발생지」가 있던 곳이다(마을이 수장되면서 추곡약수 들머리로 이전). 마을 끝 서낭나무 쉼터에 서면 그림처럼 둘러선 산속의 연못 속으로 큼직한 장수하늘소 날갯소리가 들릴 듯하다. 38선이 지나던 이곳엔 6.25 전쟁 등을 겪으며 남겨진 이야기들이 숱하게 묻혀있다.

 

명작들의 배경지

아무튼 일제강점기 고교생에 의해 발견된 장수하늘소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나타났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그러나 ‘장수하늘소’는 춘천의 작가들에 의해 소설 속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이외수의 소설『장수하늘소』와 전상국의『소양강 처녀』『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썩지 아니할 씨』에서 이곳 추곡리 ․ 추전리 일대는 배경이 되었다. 작품을 일독하고 가면 훨씬 정겨운 내륙의 섬 풍광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楸田里는 추곡리와 사전리(沙田里, 소양강가의 모래밭 마을)가 병합되면서 생긴 지명인데, 이 사전리는 조선시대 광해군 때 ‘칠서의 난’으로 역사를 바꾸었던 무륜당의 산채가 있었던 곳.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윤백남의 ‘흑두건’은 역사 속의 이곳을 담고 있다. 허균의 ‘홍길동’ 모티브가 되었던 이 사건은 잘 알려진 서양갑, 박응서 외에 당시 춘천부사의 아우였던 심우영도 등장한다.


오항리에서 추전리로 가던 물 여가리 옛길은 일부 끊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임도로 뻗어있는 길 아래편에 슬며시 숨어있다. 되돌이 코스일 경우 옛길을 탈 수 있다. 옛길은 물가 가까이로 아스라이 이어지는데, 오항리 버스 종점으로 연결된다. 이 길은 추전리 길지기인 소소여님(김상현, 종점 위편 마당 예쁜집)이 애써 가꾸고 지키는 곳으로 사월이면 복사꽃 흐드러지게 핀 꽃길로, 여름이면 물가 숲속길로, 가을이면 수채화 속 단풍길로, 겨울이면 눈길 속 일출길로 만날 수 있다. 보름달이 뜨면 달밤걷기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추전리에서 하루 2번(오전 오후) 드나드는 노선배를 타면 소양댐으로 나올 수 있다. 서 너 시간 소양호상류 무원동(이외수 ‘황금비늘’에 나오는 이상향) 고즈넉한 외딴길을 걷고 나면 도시로의 귀향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 걷기 메모

* 춘천 - 오항리(차편 이용)

/오항리 - 추전리 (임도, 옛길 걷기- 되돌이 코스일 경우 3시간 남짓)

<옛길은 안내가 필요함>

/ 추전리 - 소양호 노선배 - 소양댐


* 자가용일 경우 오항리 북산면 사무소 앞에서 부귀리 하우고개를 넘으면 청평사로 이어지 며, 이곳에서 백치고개를 넘으면 배후령이 나타난다.

 

신용자의 ‘길 이야기’

‘봄내유람길’ 길잡이, 길 찾기와 걷기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의 소통을 꿈꾸는 길미녀(?)다.

▲ 숲속옛길     © 신용자
▲ 오빛뜰옛길     © 신용자
▲ 추전마을     © 신용자
▲ 추전배터     © 신용자
▲ 추전옛길     © 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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