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화 같은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

이정배 박사 | 기사입력 2013/02/12 [10:53]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화 같은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

이정배 박사 | 입력 : 2013/02/12 [10:53]


인기 상영 중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도소 안으로 여자 아이가 들어가는 것이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이 그렇게 엉성하게 수사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소멸시키는 일을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작은 신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과 유사한 사건이 춘천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다. 1972년 9월 27일 초등학교 5학년이던 파출소 소장의 딸이 논둑에서 강간당한 후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파출소장 딸이라는 점과 당시 박정희 정부가 유신헌법 제정을 앞두고 강력범죄 근절을 부르짖던 시기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마을 남자들과 주변 불량배 모두를 피의자로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수사가 진척이 없자, 10월 2일 당시 내무부 장관은 특별담화를 통해 10월 10일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는 내용을 하달한다.

짜 맞춘 듯 정확히 10월 10일 경찰은 한 사람의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동네 만홧가게를 운영하는 정원섭 씨다. 피해자가 만홧가게로 TV를 보러 간다고 하고 나간 점과 주인인 정원섭 씨를 잘 따랐다는 점 그리고 범인의 것으로 보인다는 빗과 연필을 단서로 범행을 추궁하여 자백을 받아냈다. 정원섭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5년 7개월을 복역하고 드디어 1987년 12월에 가석방된다.

▲  동아일보 2001.3.22일자와 2001.3.27일자 지면



출소 후 재심 청구를 위해 변호사를 찾았으나 법원에는 보존기간 경과로 당시 사건 기록이 보관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다행히 항소심을 도와주었던 이범열 변호사가 복사해 두었던 사건기록이 있어 재심을 청구한다. 청구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차례 기각되었다가 드디어 2005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진다. 폭력과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인 점과 증거조작이 인정되어 2008년 1심에서 검찰의 잘못을 판결하였으나 검사들은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2009년 원심판결을 확정했으나 또 다시 검찰은 불복하고 항고한다. 2011년 10월 27일 대법원은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여 최종 정원섭 씨의 무죄를 선언한다. 39년 만에 무죄를 입증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헌정의 역사상 최초로 일반형사사건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되었다.

왜 정원섭 씨가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었으며 이 사건 이전에 어떤 일로 인해 경찰의 눈 밖에 났었는지 그리고 3일 동안 물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하고, 사건이 조작되어갔는지 하는 것은 2012년 임은정 작가의 소설 <뿔>을 통해 드러난다. 소설에는 힘없는 국선변호사와 검찰의 요구에 따라 조작된 증언을 한 사람들, 정원섭 씨의 첫째 아들의 죽음과 방황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꾸며졌지만, 전반적으로 ‘7번방의 선물’과 중첩되는 모티브가 많다는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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