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학교 운영하는 장애인 인권강사 원진숙

김철우 기자 | 기사입력 2018/06/03 [21:43]

둥지학교 운영하는 장애인 인권강사 원진숙

김철우 기자 | 입력 : 2018/06/03 [21:43]

유아교육을 전공하다가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사가 되어 지금은 장애인을 위한 둥지학교를 운영하는 원진숙 인권강사. 그녀에게 듣는 둥지학교와 그녀가 꿈꾸는 세상 이야기.

 

▲     © 김철우 기자

 

지금 하고 계신 둥지학교를 만든 계기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세요?

장애인 인권 강사로 활동하던 중 장애인들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작업장도 가고 일요일에는 교회도 가는데 토요일에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가족들도 힘들고 본인들도 어려운 점을 알게 되어서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토요일에 와서 놀며 점심 한 끼 먹자 하는 생각으로 둥지학교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10명도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장애인들을 데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찾아와야 하므로 많이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시작해 보니 많이 올 때는 30명까지도 왔습니다. 그럴 때는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도와주는 손길들이 생겨서 1년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아교육을 전공하여 교사생활을 하다 마흔쯤에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학부에 들어갔을 때 주변의 사람들 반은 인생을 살며 한 번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격려해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 나이에 아이들 학원이나 하나 더 보내라며 조롱하고 야유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의 응원으로 용기를 낼 수 있어 사회복지학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여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둥지학교를 시작할 때 장소가 없어서 제가 다니는 원주 영강교회 목사님께 이런 내용을 말씀드려서 토요일에 교회에서 장소를 빌려 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세 명이 모여 재미있게 춤추고 노래하며 놀다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기본생활도 교육되어있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계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유치원에서 했던 프로그램들을 응용하여 실행하였고, 장애인분들이 소문을 듣고 저희 둥지학교를 더 많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즐겁게 둥지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둥지학교 비전은 무엇인가요?

사회 적응력이 부족한 장애인에게 놀이를 통한(만들기, 신체운동, 요리, 역할극, 여행, .) 사회적응력 향상과 대인관계에서 원활한 소통능력을 향상하여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인권 감수성을 높여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조성한다. 발달장애인들의 주관적 생각과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실한 표현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고 신나는 삶. 행복한 삶. 함께 사는 세상.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는 세상 건강한 사회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살기를 희망해 보았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스스로 선택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서 다른 사람에게 예의도 지키고 본인들도 존중받고 있음을 아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소외된 장애 이웃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그들의 존엄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사랑과 나눔이 실천됨으로 희망을 가꿀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며 함께하는 공동체로 자존감 향상되어가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서로 돕고 이해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     © 김철우 기자

 

행복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 둥지 식구들이 처음에는 서로를 모르고 만났습니다. 1회기, 2회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처음 만남은 어색하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만 하였습니다. 노래를 부르자 하여 함께 노래를 부르려고 해도 서로 함께 부를 수 있는 아는 노래가 없고 춤을 추자고 하니 쑥스러워서 구석으로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 가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3곡의 노래를 계속 부르고 익혔습니다. 춤도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율동으로 한 동작씩 배워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도 움직여 주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생기니까 더 적극적이 되고 공동체가 되어 마음을 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친구도 만들고 언니도 되어주고 오빠도 생기고 이렇게 한 가족 공동체가 되어갔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고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공동체에서 처음에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나에 대한 예절을 배웠습니다. 자기 자신을 잊고 있다가 나의 존재가 소중하고 귀한 사람임을 지속해서 인지하도록 가르치고 세상의 중심이 나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중요한 그 한사람이므로 상대방인 너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함께 존중하고 사랑하는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공동체에서는 한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면 협동이 어려워지므로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소중함도 지속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실천했습니다. 집단 활동에서도 소중한 나를 강조함으로 집단원 전체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보일 때 더 신나게 둥지학교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개별적으로 한사람씩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한 분의 소원이 비행기 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돈이 있고 시간이 되면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장애인분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돈을 모아야 하고 시간을 절약해야 하고 여권을 만들어야 하고, 하나씩 단계별로 정해놓고 이뤄 갔습니다. 여권을 만들어 놓고 몇 번씩이나 언제 해외여행가냐고 물어 오시는 그분들을 보며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제발 우리가 여행할 수 있도록 돈을 벌고 여행을 할 방법을 알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조금씩 돈을 모아 나가사키로 6명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원을 이룬 것에 대한 감사도 크지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올해도 해외여행을 가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와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후원자들이 없어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항상 즐겁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힘든 기억은 없습니다. 후원자가 많이 생기면 좋겠지요. 제가 추천 하고 싶은 책은 그릿입니다. 이 책에서 앤젤라 더크워스는 성공의 정의는 어려움이 있어도 고난이 있어도 끝까지 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천재적인 두뇌로 명문대에서 공부하고 교사로 일하며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길러주는 선생님이자 어려움이나 역경에 있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끝까지 갈 힘을 길러 가는 것이란 내용의 책입니다. 우리는 장애가 있어 못해라는 말을 아주 오랫동안 듣고 살아온 분들이십니다. 장애가 있어 많은 부분에서 잘 못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릿에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그 목적을 향해 계속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것 그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합니다. 우리 장애인들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달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릿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주어야 하고 인내하는 방법도 배움을 통해 익혀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장애인들은 더디겠지만 포기하지 않도록 누군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준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 김철우 기자

 

앞으로 하실 일들을 통해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 좋겠어요. 장애인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단지 배우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장애인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장애인에게도 선택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선택이 일반인이 생각 때 조금 다르다고 해서 존중받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선택도 존중받고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일반인들도 가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다음에는 실패하는 확률을 줄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장애인들은 그들보다 더 많이 선택하고 실패할 수 있지만 그래서 마지막 목표까지 가는 길이 멀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선택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선택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꿈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시간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하고 시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 독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데 그들만을 위한 동화는 찾기 어렵고 일반 아동이 읽는 책들을 읽어야 해서 정말 그 책을 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우리만의 동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발달이 지체되었지만, 유아나 청소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몸도 마음도 이미 성인이 된 저희 둥지학교에 오시는 분들에게 그분들이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때 책을 많이 읽기를 강조합니다. 책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그들이 배울 기회를 받지 못하는 부분들을 책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교육하고 있는 일상생활 예절교육부터 공동체에서의 모든 삶까지 그들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데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인데 그 기초가 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세상은 하나의 지구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하나의 마을도 멀기만 한 세상이고 이웃은 다정한 친구가 아니고 때로는 위협적인 사람들이고, 도움을 주기보다는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자들이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위기의 삶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로 산다는 것은 위기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일반인들에게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기회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많은 위기로부터 그래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에게는 장애인 친구가 있어. 나는 그 친구와 매일 전화를 하고 농담도 한단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저녁 식사를 하며 오래도록 시간을 함께 한단다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런 분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하고 편리한 세상이 된다면 우리가 늙거나 병들 때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가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행복은 보너스 같은 존재로 우리 옆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장일순 선생의 일화가 담긴 좁쌀 한 알을 읽다 보면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한 사람의 난처함을 아시고 소주 한 병을 비우며 애국가를 한 시간이나 불렀다는 글이 있습니다. 처음엔 장일순 선생이 먼저 부르고 나중엔 그분이 따라 불렀다고 쓰여 있습니다. 한 시간이나 애국가를 불렀다는 두 분의 모습은 제 머릿속에 새겨졌고 마음을 울렸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보여주고 동행할 수 있다면 어렵지만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리라 믿습니다. 둥지학교에 처음 장애인분들이 올 때는 그냥 왔을 것입니다. 저도 그냥 하루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놀자 해서 시작했지만, 비행기 타는 것이 소원이었던 그 한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니까 지금은 소원을 꿈꾸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여행하고 싶은 장애인분들에게 여행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장애인과 일반인 모두 같은 하늘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주는 자유로움과 나눔을 함께하는 우리는 글로벌 세상에서 글로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도 일반인도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꿈꾸어 봅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원본 기사 보기: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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