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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내면과의 싸움으로 운명을 표현한다 작가 이상용
 
김철우 기사입력  2018/08/21 [12:24]

[강원경제신문] 김철우 기자 = 인터뷰를 위해 이상용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가 작품에 몰입하면 작업의 흐름이 깨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좀처럼 피하기 때문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평택으로 작업실을 옮긴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도 운명일까?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미술계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 강원경제신문


 
이상용 작가 인터뷰를 위해 평택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미술 관련 서적을 포함하여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품 2만여 점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상용 작가의 얽매이기 싫어하는 내면이 비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6~7세 때에 이미 그림을 좋아해 다른 꿈을 꾸어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뭔가를 성취하기보다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걷고 싶다는 이상용 작가는 예술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닌 취향의 문제라며, 순위를 정해야 하는 공모전에는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예술이란 처절한 내면과의 싸움
 
예술이란 처절한 내면과의 싸움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해 오로지 카메라 하나를 메고 걷는 것 역시 지난한 고독과의 싸움의 단면이지 않을까. 시골 길 걷기는 사진과 글, 시와 함께한다는 이 작가. 그때마다 지은 시가 그의 SNS에 수천 개가 지금도 나란히 정렬되어 있다. 대부분이 예술과 자연 그 속에 사는 사람에 관한 시다. 홀로 길을 걸으며 고독과의 싸움에서 느낀 감정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예술을 표현하는 데 꼭 물감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이상용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작품활동을 한다. 조각, 판화, 도자기와 서예까지 두루 경험한 이 작가는 특히 남들과 다른 것을 사용하려는 독창성은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고백한다.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통적인 것과 흙 만지기를 좋아한 까닭에 한동안 계룡산의 가마터 주변에서 살았으며, 서예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31세에 서당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련한 서예는 드로잉을 익히기 위한 것으로, 필력이 어떻게 표현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의 발로였다.
 

▲     © 강원경제신문

 
벼루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특히 작가 이상용을 가장 많이 수식하는 말은 벼루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것이다. 벼루를 재료로 선택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서예가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흔적을 이겨낼 수 있는 재료는 자주 눈에 띄던 벼루가 제격이었다.
1999년부터 시작한 벼루 작업은 20년간 골동품상에서 벼루를 사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약 6,000여 점의 벼루를 모아, 이 가운데 5,000여 개가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됐다. 대부분 시골에서 수집된 것이지만 간혹 조선 시대에 사용하던 것도 있다. 세월이 고스란히 쌓인 것에 작품이 새겨지는 순간, 과거와 현대의 콜라보가 되는 셈이다. 먹을 갈아 서예의 재료를 만들던 것이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돌과 돌을 갈아 피 같은 먹을 만들던 기능을 멈추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벽에 걸려 누군가에게 다시 팔려 가는 것이다. 시간을 넘고 넘어 작가에게 온 벼루에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 이상용 작가는 여기서 운명(Fate)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2010년 이후에 작업한 모든 작품의 주제는 바로 운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지 않는다. 즉흥적이며 자유분방한 작품이 된다. 세월의 모든 순간이 운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벼루 작업은 미국에서 6년간 작품활동을 하며 폭발적 관심을 받는다. 소재의 독창성과 소재 안에 내재한 인연(因緣)의 관계에 호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 강원경제신문

 
벼루 작품, 미주에서 폭발적 관심
 
이상용 작가는 한때 미술책을 모으기도 했었다. 단순히 작품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작품과 그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에서 벗어나 작가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은 어떤 스토리를 가진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
 
이상용 작가는 하늘을 자주 본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 새가 날고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본다. 사소하게 스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작업으로 이어간다. 삶 역시 사소하게 흐르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닐까. 사람보다 오히려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자연이며 이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이 작가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새와 산,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인물은 모두 자신의 형상이다. 벼루에 그려진 모든 인물 역시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가의 작업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의자와 바퀴. 의자는 모두 사람의 표현이다. 가족 이외에 피부를 접촉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로서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바퀴는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올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것과 그 가운데 선 자신의 모습이다.   
 

▲     © 강원경제신문

 
두드려 만든 부처상 기억에 남아
 
작업실을 마저 보고 나서는데 해남 대흥사에 3개월이나 전시했다던 부처상을 다시 보여준다. 철을 두드리고 겉과 속을 뒤집어 약품 처리를 하며 만들어 낸 부처의 모습은 부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작가의 고뇌가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속을 비워내는 것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표면을 수없이 두드려 만든 부처의 얼굴은 오히려 온화하게 웃는 표정으로 지금도 내 기억의 한 모퉁이에 앉아있다.
 
남몰래 숨겨놓은 그만의 요새 같은 그의 작업실은 확실히 자연과 가깝다. 논과 밭이 새소리와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고개를 들면 바람을 타던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이곳에 누가 방문할까 싶어 물었더니 외국 작가들과 해외 전시 기획자, 갤러리 관장들이 자주 찾는단다. 그는 또 어떤 스토리를 갖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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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21 [12:24]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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