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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회> -챕터 3<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2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2/10 [14:28]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회>

 

<챕터 3. 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2화

 

▲ 불멸의 꽃 챕터3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수춘옹주 몸속으로 막 격렬하게 사정을 하던 바로 그 순간 정안군은, 하마터면 묘덕의 이름을 입 밖으로 부를 뻔 했다. 정안군의 아들 허열은 묘덕이 있는 그 절에 또 가자고 수춘옹주를 자주 졸랐다. 수춘옹주는 아들 허열의 눈 속에서 묘덕을 향한 그리움을 자주 보았다. 수춘옹주는 나날이 묘덕을 그리워하는 아들과 남편을 바라보며 쓸쓸해져갔다. 폭염 같은 더위가 오래 지속되었다. 한낮이면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었다. 산사의 깊은 밤. 모두가 처소에 들어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산사에 두견새 울음소리와 폭포 소리만 가득했다. 백운스님은 며칠 째 두문불출했다. 마음 속 번뇌 때문에 마음을 모두 비우고 깊이 참선 중이었다. 그는 여러 날 기척이 없었다. 묘덕은 며칠 동안 물조차 입에 대지 않고 기도만 하는 백운스님이 몹시 걱정이었다. 묘덕은 그런 스님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은 투명하도록 밝았다. 밤이 깊을수록 풀벌레 울음소리가 달빛을 타고 방안 가득 흘러들었다. 산사 전체가 풀벌레 소리로 가득 찼다. 선원사 뒷산에서 폭포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잠을 자려 누웠지만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의 목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려왔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가슴은 뜨겁고 숨이 막혔다.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모조리 깨뜨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그녀는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2

 

댓돌 위로 달빛이 하얗게 쏟아졌다. 그녀는 절 뒤에 있는 폭포로 달려가 몸에 걸친 옷들을 훌훌 벗어던졌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그녀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뜨겁게 달궈진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그녀의 흰 살갗을 어루만지던 달빛이 그녀의 몸을 집요하게 핥았다.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과 둔부가 달빛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한껏 물이 오른 그녀의 몸은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묘덕은 차디찬 물로 가슴 깊이 끈적이는 그리움을 씻고 또 씻어냈다. 그러나 한 사람을 향한 간절한 마음은 아무리 씻어내도 헹궈지지 않았다. 몸이 달아오른 달빛이 그녀의 육체 곳곳을 쓰다듬으며 오르내렸다. 견디다 못한 그녀가 캄캄한 물속에 얼굴을 푹 담갔다. 숨이 막힐수록 그리움은 마음 가득히 팽팽하게 들어찼다. 숨이 멎듯 번뇌의 마음도 그렇게 멈춰버리길 그녀는 바랐다. 애타는 그리움을 지우고 싶어 숨을 멈춰보았지만 마음보다 먼저 숨이 콱, 막혀왔다.

 

‘푸핫……!’

 

그녀가 멈췄던 숨을 터뜨렸다. 풍만한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감싸 안고 물 밖으로 나온 그녀. 알몸을 웅크린 채 그녀가 바위 위에 물끄러미 앉았다. 달빛이 체위를 바꿔 그녀를 뒤에서 황홀하게 껴안고 가슴을 매만졌다. 순간, 그녀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산사 마당을 지나 그녀가 천천히 어딘가로 향했다. 머리와 얼굴과 목덜미에서 유리구슬 같은 물방울이 후두둑 굴러 떨어졌다. 처마가 드리워진 어둠 쪽으로 멀어지더니 잠시 후 그녀의 발길이 멈췄다. 어느새 백운스님의 방문 앞이었다. 문 앞에서 망설이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덜커덕’

 

그녀가 스님의 방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

 

눈을 감고 돌아앉은 백운스님은 고요히 면벽수행 중이었다. 묘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그를 뒤에서 조용히 끌어안았다. 백운스님이 눈을 감은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

 

“험……. 얘야 이러지 말거라. 네 마음을 내 모르는 건 아니다만……. 묘덕아 아니 된다. 너와 나는 한몸이 될 수 없느니라. 너 또한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나는 이미 오래전 부처님께 바친 몸이니라.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스님, 차라리 저를 영원히 벌하여주소서……. 허나 죽어도 좋사오니, 부디 오늘만은 제 청을 들어주세요. 내일 아침 스님이 저를 여기서 영영 내치신다 해도, 결코 스님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묘덕아, 누가 너를 내칠 수 있다는 것이냐? 얘야, 너는 아무 잘못이 없느니라. 이는 네 죄가 아니니라. 부처님 전에 선업을 다 쌓지 못한 불초한 내 죄업이니라. 내가 부처님께 올려야 할 기도의 탑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게로구나……. 부처님, 나약하고 부끄러운 저를 부디 용서 하소서. 부디 용서 하소서. 나무관세음보살…….”

 

백운은 전혀 흐트러짐 없이 다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스님. 그런 것 소녀는 모르옵니다……. 내일 화염지옥에 떨어져 죽어도 좋아옵니다. 허나 오늘 밤은 아무것도 생각하거나 깨닫거나 듣지 않겠습니다……. 그러기로 작정하고 스님을 찾아왔사옵니다.”

 

백운스님은 면벽수행 중인 모습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백운스님의 앞가슴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백운스님의 목뒤로 묘덕의 뜨거운 입김이 훅, 끼쳤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묘덕에게 조용히 타일렀다.

 

“묘덕아…… 이러지 말거라. 어서 몸과 마음을 단정히 바로 하거라.”

 

백운스님의 귓전으로 그녀의 신음소리가 다가왔다. 백운스님은 귀에 들려오는 모든 허상들을 철저히 멀리 했다. 잠시 후 일어선 그녀가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자락이 한 겹 한 겹 흘러내릴 때마다 갈잎 스치는 소리가 백운스님의 귀에 들려왔다. 그 소리는 그에게 가을들녘의 바람소리 같기도 했고, 한여름 밤 마른 천둥소리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가렸던 천 조각이 툭, 떨어져 내렸다. 알몸이 된 그녀가 백운의 앞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백운 앞에 마주앉은 그녀의 눈부신 속살이 달빛을 받아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였다.

 

“스님…….”

 

그녀가 미끄럽고 뜨거운 몸으로 백운스님의 품을 파고들었다. 스님은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묘덕아 어서 옷을 다시 입어라……. 어서.”

 

“스님…… 싫습니다. 스님 은애(恩愛)하옵니다. 제 마음을 부디 받아주시어요. 제발요.”

 

그녀가 가늘게 떨리는 손길로 백운스님의 목을 끌어안았다. 

 

 

 

 

 

 -> 다음 주 토요일(2/16) 밤, 7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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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0 [14:28]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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