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 세금 더 걷기 위해 만든 장치

이정배 영화비평 : <백설공주, 2012>

이정배기자 | 기사입력 2012/05/26 [22:34]

괴물 - 세금 더 걷기 위해 만든 장치

이정배 영화비평 : <백설공주, 2012>

이정배기자 | 입력 : 2012/05/26 [22:34]




 
  올해는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종류의 백설공주 영화가 극장에 나타났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지 않은 ‘그림형제의 백설공주(Grimm’s Snow White, 2012)’가 있고, 이미 개봉된 ‘백설공주(Mirror Mirror, 2012)’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가 있다. 

  이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주인공인 백설공주가 더 이상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청순가련형의 여성캐릭터를 표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당히 일어나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멋진 왕자가 나타나 구해주기를 마냥 소극적으로 기다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남자를 살려내거나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는 적극적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들 영화가 더욱 가슴 벅차게 만드는 것은 영화적 장치로 새롭게 설정된 괴물에 대한 사회학적 해석이다. 특히 영화 ‘백설공주, 2012’ 중에 나타나는 대사들은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다. 파티비용을 위해 백성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는 왕비를 향해 백성들이 ‘우리 돈으로 무엇을 하는 거요?’라고 묻자, 왕비의 시종은 ‘괴물이 어두운 숲에서 사는데, 여러분이 괴물과 마주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세금 덕분이요.’라고 대답한다. 

  결국 괴물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백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 위한 정치적 장치라는 것을 모든 백성이 알게 된다. 왕비는 괴물을 만들어 두고서 괴물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백성들로 세금을 더 걷어 보호해준다는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악한 왕비는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마법을 걸어 괴물을 만들어두었던 것이다. 괴물의 정체는 나중에 모두 드러나지만 말이다. 

  백성을 쉽게 다루기 위해 괴물을 만들어내고 백성들에게 두려움을 조성하고, 두려움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더욱 걷는 구조가 낯설지 않다.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생산해낸다. 권력을 향한 시선을 괴물로 돌리려는 고도의 정치술이다. 언제까지 백성들이 청순가련한 백설공주가 아니다. 단단한 마법을 깨뜨리고 분연히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왕비처럼 독이 든 사과를 스스로 먹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진정 정치인들이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영화비평/ 이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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