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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2회>-챕터4<뜻밖의 암흑>3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3/23 [19: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2-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2회>

 

 

챕터 4 <뜻밖의 암흑> 3 화

 

 

▲ 불멸의 꽃 챕터4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가능한 빨리 숨을 곳이 필요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자 벌판을 가로지르는 제법 깊은 냇물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3

 

뒤를 돌아보니 그의 사병들이 원나라 병사들을 에워싸며 쫓고 쫓기는 방해 작전을 펴고 있었다.

 

‘히히히힝!’

 

“워어-워어-.”

 

물을 보자 당황한 그의 말이 급히 앞발을 높이 쳐들며 물가에 멈춰 섰다. 얼마 전 내린 비로 황토물이 거세게 흘렀다. 냇물이 불어 돌다리도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하아!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하아!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뒤를 돌아보니 원나라병사들이 먹잇감을 쫓듯 흙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추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정안군의 사병들이 일제히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뒤엉켜 칼싸움을 벌였다.

 

“아! 낭패로다. 할 수 없지. 묘덕 낭자. 날 꽉 잡으시오!”

 

“네!”

 

정안군이 고삐를 급히 당기며 말의 옆구리를 힘차게 걷어찼다.

 

“이럇! 이럇!”

 

‘힛히히힝!’

 

붉은 흙탕물 앞에 주춤거리던 말이 거친 물살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정안군 사병들은 멀리 정안군이 내를 건너는 모습을 보며 일단 안심했다. 그들은 그제야 원나라 병사무리에서 거리를 두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첨벙! 첨버덩! 첨버덩! 첨벙!’

 

말들의 허벅지까지 휘감기는 물살에 정안군과 묘덕의 옷에도 붉은 흙물이 베어들었다.

 

‘히럇! 투그덕! 투그덕! 투그덕!’

 

냇물을 건너 또 한참을 달리다 그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원나라 병사들을 태운 말들이 냇물 앞에 멈춰 선 게 보였다. 물살을 바라보며 한참 웅성거리던 무리들은 우두머리가 뭔가 지시를 하자,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정안군은 잠시 시간을 벌 수 있어 다행이었다.

 

‘투그덕! 투그덕! 투그덕!’

 

정안군과 묘덕은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해 그 후 한참을 더 달렸다. 들판이 끝나자 작은 숲이 펼쳐졌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주자소로 심부름을 간 묘덕이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자 백운은 걱정이 앞섰다. 그동안 묘덕이 심부름 가서 이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백운은 횃불을 밝혀들고 산문 밖까지 나가 서성였다. 밤길에 행여 묘덕이 돌아오고 있지는 않을까 목을 빼고 그녀의 모습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러나 밤이 깊도록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무 위의 부엉이가 불길하게 울어댔다. 백운은 선원사로 돌아가 제자 석찬을 급히 불렀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공양간을 모두 정리한 석찬이 침방에서 쉬려다 스승의 부름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스승님. 부르셨어요?”

 

“오냐. 너 지금 당장 저자거리 주자소 좀 다녀오너라. 낮에 심부름을 간 묘덕이 여적 돌아오지 않고 있구나.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게야……. 어서 네가 주자소 좀 가 보거라.”

 

“네, 스승님.”

 

백운의 말에 석찬이 한달음에 어두운 산을 내려갔다. 백운은 석찬이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에도 뜰을 오래 서성였다. 한참 후에야 가쁜 숨을 쉬며 선원사로 석찬이 돌아왔다.

 

“스승님. 석찬이옵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석찬의 인기척에 백운은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어찌되었느냐? 알아봤느냐? 묘덕이는 어찌되었느냐?”

 

“주자소에 가보니 이미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마침, 주막에서 술을 드시고 계신 활자장 영감을 다행히 만났습니다. 묘덕낭자에 대해 여쭤보니 이미 낮에 주자소에 다녀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다른 얘기는 못 들었느냐?”

 

“네, 스승님.”

 

“허허. 이거야 원! 아무튼 알았느니라. 늦은 시간까지 애썼다. 그만 가서 쉬도록 해라.”

 

“네, 스승님.”

 

석찬이 공손히 합장을 한 후 물러갔다. 백운은 가슴을 태우며 마당을 서성였다.

 

4

 

“낭자. 저 산속으로 들어가 잠시 몸을 좀 숨깁시다.”

 

“네, 나리.”

 

산 앞에 다다른 그는 저 멀리 어둠이 내려앉는 들판을 살폈다. 원나라 병사들은 모두 막사로 돌아가고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안심이 된 그는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안전하게 피할 곳을 찾았다. 산 깊숙이 들어가니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다 쓰러져가는 외양이지만 그런대로 밤이슬은 막아줄듯 했다. 오두막 앞에 다다라 정안군이 말을 멈추고 내려 묘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안군이 빌려준 도포자락으로 몸을 겨우 가린 채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쫓기는 동안 옷가지가 바람에 날려 속살은 더욱 들어나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파리했다. 앞가슴과 허벅지 속살이, 찢긴 옷 사이로 얼비쳤다. 정안군이 그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돌리고 옷가지를 모아 여며주었다. 한낮에는 더웠지만 산속의 밤은 차가웠다. 가을 한기가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낭자, 여기 잠시 계시오. 내가 들어가서 오두막 안을 좀 살펴보고 오겠소.”

 

“네, 나리.”

 

정안군은 횃불을 만들어 들고 조심조심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삐거-억.’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크고 작은 거미줄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들을 손으로 걷어내며 더 안으로 들어갔다. 자욱이 쌓인 먼지가 오래 버려진 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리가 부러져 기울어진 교탁과 세간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오래전 약초꾼이나 산판 벌목꾼들이 잠시 머물다 떠난 집 같았다. 안방 비슷한 방문 하나를 더 열어보았다. 윗목에는 문짝이 떨어져나간 반다지가 보였다. 그 위로 언제 적 것인지 땟국에 절은 이불이 불빛 아래 드러났다. 이불은 오랜 눈비에 젖어 누런 얼룩들이 가득했다. 그는 이불을 모두 꺼내 그 중 조금 상태가 양호한 것을 펼쳐 거친 바닥에 깔았다. 잠시 후 정안군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낭자. 오늘은 밖으로 나가면 놈들에게 다시 붙잡힐지 모르오. 그러니 누추하고 불편하더라도…… 이곳에서 하룻밤 몸을 숨기고 내일 움직입시다.”

 

“네, 나리. 저는 괜찮사옵니다. 나리가 저 때문에 고생하셔서 어찌해야 하올지…….”

 

“허허허, 나는 괜찮소. 사냥 나가면 한뎃잠 자주 자곤 하니 마음 쓰지 마시오.”

 

둘은 오두막에서 급한 데로 밤이슬을 피하기로 했다. 그가 조심조심 묘덕을 말에서 안아 내렸다. 정안군이 그녀의 손을 이끌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먼지가 자욱한 방 안으로 들어가 정안군이 바닥에 미리 준비한 이불 위에 묘덕을 앉게 해주었다. 산속은 어느새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둠이 내려앉았다.

 

“잠시 쉬고 계시오. 내 나가서 불 좀 피우겠소.”

 

“네, 나리.”

 

정안군은 밖으로 나가 마른 검불을 주워왔다. 헛간 한켠에 검불을 놓고 횃불을 올렸다. 불길이 살아나자 금방 주변이 환해졌다. 정안군은 불을 살려 잘 마른 나뭇가지를 그 위로 올렸다. 이윽고 오두막에 따뜻한 온기가 펴졌다.

 

“낭자. 이리 불 가까이 다가앉으시오.”

 

 

 

 

-> 다음 주 토요일(3/30) 밤, 1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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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23 [19: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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