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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7-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4회>-챕터5<활자장 최영감>4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4/27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7-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7회>

 

챕터 5 <활자장 최영감> 4 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네? 저, 정말요? 그 한권의 비법서가 있는 곳을 영감님은 아신다고요? 어머나! 놀라워요!”

 

“쉿! 아씨, 벽에도 듣는 귀가 있소. 그러니 제발 목소리 좀 낮추시오.”

 

5

 

“아, 영감님 죄송합니다. 난생 처음 듣는 얘기라 너무 놀라서 그만…….”

 

“그래서, 이 비법서 한권이 아직 고려에 있음을 짐작한 원나라에서는 끊임없이 우리 고려로 은밀히 첩자들을 보내고 있소. 내 부친 살아생전에도 암암리에 고려를 드나들며 그 비법서를 빼가려고 내 부친의 뒤를 캐고 다니던 첩자들이 많았소. 그들은 그 비법서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나라로 조공을 가지러 온 것처럼 가장해 곳곳을 염탐하곤 했소. 누군가는 그 당시 첩자가 있어 송나라로 이미 비법서 필사본이 몰래 반입이 되었다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하나마저 전쟁 통에 불에 타 모두 사라졌다고도 하오. 그러나 그 한권은 불에 타 사라지지도 않았고, 다행히 고려의 활자주조비법서 필사본이 송나라로 반입 되지도 않았소. 만약 비법서를 오래전 송나라에 빼앗겼다면 지금 원나라에서 혈안이 되어 그 비법서를 찾으려 하지 않았을 게요. 지금 원나라 역시 이렇다 할 인쇄술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요. 지금도 고려 어딘가 감춰져 있는 그 비법서를 손에 넣고자 저들은 조공이라는 빌미를 내세워 닥치는 대로 고려 전체를 뒤지는 게요.”

 

“어머나! 세상에! 그런 무서운 신경전이 원나라와 우리 고려 간에 벌어지고 있었다니. 전 정말 몰랐어요. 영감님 그럼 그 하나 남았다는 비법서는 지금 어디 있나요?”

 

“그것은 아직…… 죄송하지만 아씨께도 나는 알려 줄 수 없소.”

 

“아 네……. 하긴, 그럴 거예요. 영감님이 저를 어찌 믿고 말씀하시겠어요.”

 

“그게 아니오. 그 비법서가 행여 잘못 쓰이게 되면 나라의 안위까지 위협받기 때문이오. 지금도 우리 고려는 주변 강국들에게 수시로 휘둘리고 침략을 받는데, 새로운 문명을 열어줄 금속활자 비법서가 행여 고려에서 빛도 보기 전에 옳지 못한 경로로 우리의 지배국인 원나라나 바다건너 왜국으로 흘러든다면 당장 우리 고려는 물론이거니와 장차 우리 후손들의 앞날이 수천 년을 다시 후퇴하고 사실상, 모든 것이 끝장나고 말 것이오.”

 

“아, 그렇군요……. 영감님 부끄럽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어요.”

 

“그 비법서에 적힌 대로라면, 주조법은 두 가지요. 그것은 바로 밀랍주조법과 주물사주조법이요. 청동을 녹여 거푸집에 흘려 넣어 만드는 주조법이 주물사주조법인데…… 그건 워낙 까칠해서 주자가 매끄럽게 나오질 않소. 그러다 보니 요즘 사찰에서, 대대로 전해온 소문에 의지해 간간히 밀랍 주조법을 시도하는 곳도 있소이다만……. 밀랍 주조법에서는 특히 거푸집으로 쓰는 도토와 밀랍이 중요하오.”

 

“아하! 그래서 여러 절에서 시도를 하다 매번 실패를 하는 것이군요?”

 

“바로 그거요.”

 

“그렇군요. 영감님 고마워요. 덕분에 우리 고려와 원나라 간에 무서운 암투도 알게 되었고 주조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배웠네요. 혹시……. 영감님 제가 어려운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제가 영감님이 말씀하신 그 재료들을 구해오면 실패하셔도 좋으니까 한번 만들어봐 주시겠어요? 영감님 꼭 좀 부타드려요.”

 

영감이 대답대신 술 한 잔을 더 비우고 젖은 수염을 훑어 내렸다.

 

“아씨가요……? 허허허. 아씨가 그 많은 재료들을 다 어찌 구해온다는 게요? 비용도 만만찮은 그것들을 무슨 돈으로…….”

 

“그러니까요. 영감님, 만약에 제가 어떻게든 그 모두를 구해다 드리면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싫소…….”

 

“네? 영감님 그러지 마시고. 딱 한번만 좀 해줘보세요. 예?”

 

“아. 싫다 하지 않소? 그 골치 아프고 위험한 것을 왜 자꾸 하려는 게요? 흠! 난 그런 것 할 줄도 모르고, 암튼 난 싫소이다. 아씨, 덕분에 목 잘 축였소. 이제 곧 해가 떨어질 것이니 그만 돌아가시오.”

 

“영감님. 제발 한번만 부탁드릴게요. 저는 반드시 부처님 말씀을 꼭 금속활자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활자장 영감이 한동안 묘덕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뭐요? 주자를 그토록 완성하려는 이유가 단지 그 때문이란 말이오? 부처님 말씀 때문에?”

 

또 다시 묘덕의 눈을 응시하는 활자장 영감의 눈이 무섭도록 날카롭게 빛났다.

 

“저는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습니다. 부처님 앞에…… 또 제가 존경하고 아끼는 분 앞에 영원히 씻지 못할 죄를 지은 죄인입니다. 제가 아끼는 그 분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 모든 생을 받쳐 꼭 주조법으로 만든 불경을 세상에 나누고 싶습니다. 저 가엾은 우리 이웃들에게 보다 많은 부처님 말씀을 고루 알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 길만이 제 업을 씻는 길일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묘덕이 눈물을 글썽였다.

 

“정말, 단지 그 이유란 말이오? 이 세상에 부처님 앞에 당당하고 깨끗한 마음이 누가 있겠소이까? 우리는 미련한 중생들이라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는 죄업의 근원들인 것을요.”

 

“영감님. 저는 다른 뜻은 없습니다. 이 나라와 임금님이 주지 못하는 평화와 행복을 부처님 말씀을 통해 우리 백성들 모두가 깊이 깨달아 마음의 평화를 얻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 핏덩인 채로 생모를 잃고 우리 스님과, 부처님 품에서 지금껏 자랐습니다. 부끄럽고 경망했던 제 업을 씻고 부처님 은덕에 보답할 길은 그 뿐이라는 것을 요즘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활자장 영감이 또 한번 묘덕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더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흐음…… 그래요? 단지 그게 이유란 말이오? 부처님 은덕을 갚고. 죄업을 닦기 위해서?”

 

“예, 영감님. 저 좀 부디 도와주세요. 예? 제발요.”

 

활자장은 다시 묘덕의 맑은 눈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어렵게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아씨의 뜻이 정 그렇다면…… 해봅시다. 허나 장담은 못 하오. 자투리 시간마다 한번 시도는 해보겠소만 너무 기대는 마시오. 나도 예전에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것만으로 시도만 몇 번하다 그쳤을 뿐, 아직 직접 끝까지 주자를 완성해 본 적은 없소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당부드릴 게 있소.”

 

“네. 뭐든 말씀해 보세요.”

 

“내가 금속활자주조법을 시도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입 밖에 내지 마시오. 워낙 성공할 확률도 적거니와 불필요하게 세간에 소문이 나돌아 위험한 표적이 되는 것을 나는 원치 않소이다.”

 

“네. 그거라면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그렇게 알고 이만…….”

 

“그럼 살펴가시오.”

 

묘덕이 합장하고 주자소 문을 나섰다. 

 

 

 

 

 

-> 다음 주 토요일(5/4) 밤, 18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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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7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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