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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4회>-챕터6<공녀와 후실>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5/04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8-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8회>

 

챕터 6 <공녀와 후실> 1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꽃] 챕터6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 6. 공녀와 후실 >

 

1

 

그녀가 저자거리로 심부름을 나가 있던 긴 시간 내내 백운스님은 선원사 마당을 서성였다. 백운스님은 원나라 병사들이 절을 습격하고 돌아간 후, 오후 내내 묘덕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선원사 주지인 자신은 더 이상 과년하게 자란 그녀를 보호할 능력이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친 딸 같은 묘덕을 멀리 원나라 도적놈들의 노리개로 보내느니 가슴 아파도 어떤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백운스님은 마음이 무척 심란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랫동안 산사 뒤란을 서성이던 그가 제자 법린을 급히 불렀다.

 

“법린아.”

 

“네. 스승님.”

 

“너는 지금 이 길로 정안군나리께 곧장 가서, 내가 급히 좀 뵙잔다고 청하거라.”

 

백운스님의 부름을 받고 정안군이 서둘러 말을 타고 달려왔다. 묘덕은 금속활자에 대해 조금 알게 된 후 기쁜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선원사로 향했다. 백운스님은 정안군에게 조심스럽게 그간의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의 말을 듣고 정안군도 그녀가 위험한 처지임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묘덕이 원나라 공녀로 받쳐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스님은 묘덕을 차라리 정안군에게 후실로 보낼 참이었다. 묘덕을 데려가 행복하게 그녀의 남은여생을 지켜달라고 백운이 정안군에게 간청 하는 사이 마을로 심부름을 갔던 묘덕이 선원사로 돌아왔다.

 

“스님. 소녀 다녀왔습니다. 정안군나리 오셨네요……?”

 

묘덕이 정안군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오래전 그밤이 떠올라 부끄럽고 불편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서둘러 돌아섰다.

 

“묘덕아……. 너 잠시 좀 이리 들어오너라.”

 

“네? 네…….”

 

묘덕은 백운스님이 부르자 내심 당황해 잠시 문밖에서 머뭇거렸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 묘덕은 지난 날 정안군과의 그 밤을 행여 백운스님에게 들키기라도 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묘덕아. 네가 산 아래 마을로 심부름을 간 사이에 원나라병사들이 공녀를 물색한답시고 절을 샅샅이 뒤지고 갔느니라. 그 때 네가 만약 이곳에 있었더라면 봉변을 당할 뻔했지 무어냐. 이대로 네가 이곳에 머물다가는 큰 위험이 곧 닥칠 게 뻔하다. 해서 말인데…… 네가 정안군 나리의 후실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스, 스님……?”

 

정안군은 긴 수염을 훑으며 백운스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려운 말인 것 내 안다만은 지금의 네 신분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고작해야 가난한 여염집 아내로 밖에 더 가겠느냐? 정안군나리야, 너나 내가 익히 겪어 훌륭하신 덕망도 잘 아는 바가 아니더냐? 이 분의 댁으로 들어가 위험을 면하는 것이 안전할 듯한데…….”

 

정안군이 망설이다 나섰다.

 

“낭자. 그리 하시겠소? 나와 혼인을 하시겠소? 그렇게 한다면야 내 힘닿는 데까지 낭자를 아끼고 보듬어 주리다. 내 비록 부족한 소인배지만 낭자를 지켜줄 작은 힘은 있다오.”

 

“송구하오나 저는……, 싫사옵니다. 정실도 싫고 후실도 싫사옵고. 다른 사람과 혼인할 생각이 없사옵니다.”

 

백운스님도 정안군도 묘덕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각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백운스님을 남몰래 사모하는 마음을 두 사내는 서로 알고 있던 터였다.

 

“묘덕아…… 네 마음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낸들 그 생각을 왜 안 해 보았겠느냐. 허나, 복국장 공주나 원나라의 세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질 않느냐. 반가의 여식도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판인데 혼인의 방도가 아니고서야 이 시국에 어찌 네 몸을 무사히 보존하겠느냐? 시국을 잘 못 타고난 민초들이 우리네거늘. 어디 우리 원대로 바라며 살 수 있다더냐? 마음을 비우고 달리 살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만약 네가 원나라 공녀로 끌려간다면 그것만은 차마 앉아서 볼 수 없을 듯싶구나.”

 

“스님……?”

 

“어쩔 참이냐……? 내 말대로 하겠느냐? 미안하구나.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다오.”

 

“…….”

 

묘덕은 눈물을 꾹 참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백운스님을 남몰래 사랑한다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불교교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묘덕 낭자…… 내가 낭자를 안전하게 지켜 주리다. 비록 정실 자리는 아니나. 마음만큼은 아낌없이 그대를 사랑해 주리다. 염치없지만 그리 하는 게 어떠시오……? 낭자만 허락한다면 내 속히 좋은 날을 잡아 낭자를 모시러 다시 오리다.”

 

정안군은 가뜩이나 마음속으로 묘덕을 잊지 못하여 몸살을 앓던 차였다. 자신의 딸 벌인 곱고 아리따운 묘덕을 후실로 삼아달라는 백운스님의 간청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더구나 그녀가 원나라 공녀로 끌려가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님, 그리 하겠사옵니다…….”

 

대답을 하는 묘덕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백운도 정안군도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2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안군의 아들 허열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돼? 아버지가 어떻게…… 어떻게 그러실 수 있지? 어떻게! 묘덕은 나랑 동갑이라구!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내 동무란 말이야. 이건 말도 안 돼!”

 

허열은 가까운 친구이자 은밀히 가슴에 품었던 사랑하는 친구를 잃게 되어 몹시 절망했다. 그 상대가 다른 사내도 아닌,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더한 충격을 받았다. 허열은 분이 풀리지 않아 문을 박차고 어머니 처소로 달려갔다.

 

“어머니! 어머니도 들으셨죠? 이게 말이 되옵니까? 예? 묘덕은 제 친구이옵니다.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어머니, 아버지 좀 말려주시옵소서! 아버지께서 제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사옵니까? 예? 제게 뭐라 말씀 좀 해주시옵소서!”

 

“열아. 얘야 진정 좀 하거라. 휴우…… 어쩌겠느냐? 너와 내가 이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너도 마음 그만 아파하고 힘들겠지만 어서 묘덕을 잊어라. 어차피 네 아버지의 선택이 아니었더라도 묘덕은 너와는 맺어질 수 없느니라. 묘덕이 어떤 신분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왕가의 귀족인 너와 연분을 맺을 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만 모두 잊어라. 그래봤댔자 네 속에 상처밖에 무엇이 남겠느냐? 우리야 그저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수밖에…….”

 

“에잇! 어머니! 묘덕은 제 친구이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어요? 저는 아버지의 후실로 들어올 묘덕과 한 집에서 도저히 살 수 없사옵니다. 그런 줄 아시오소서.”

 

 

  허열은 그날로 집을 나가버렸다.

 

 

 

 

-> 다음 주 토요일(5/11) 밤, 1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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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4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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