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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5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6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6/22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5-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5회>

 

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6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어이구! 이 시간에 어떻게 저산을 오릅니까요? 발을 헛디뎌 가마가 구르기라도 하는 날엔, 누구를 경치실라굽쇼? 그러지 마시구, 저 아래 객주에서 언 몸도 좀 녹이고 쉬었다 내일 일찍 칠장사로 오르시쥬?” 

 

가마꾼들이 여독에 지쳐 투덜댔다. 그들의 안색은 피로가 역력했다. 그 소리를 가마 안에서 들은 묘덕이 다시 들창 미닫이문을 열었다.

 

“여보시게. 많이들 지치고 힘든 건 잘 아네만. 내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 그렇다네. 내가 가마 삯은 서운치 않게 더 쳐 줄 터이니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수고 좀 해 주시게. 제발 이번 한번만 더 부탁함세.”

 

“아씨! 아무리 급하셔두 그렇쥬. 이제 곧 한밤중인데…… 아, 어디서 요기도 하고 눈 좀 붙여야 우리도 내일 또 힘을 쓸 게 아닙니까요? 거참, 우리두 하느라고 예까지 왔는데 너무 하시네. 칠현산이 아무리 중산이라 해도 워낙 경사가 심해 한겨울 밤길은 아차 했다간 저승길루 직행입니다요.”

 

“여보게들, 내가 그런 사정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어쩌겠는가? 내가 사정이 있어 그렇다 안 하는가. 오늘밤만 내가 좀 간절히 부탁함세. 어서들 조금만 더 가주시게나. 자, 밤이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발길을 재촉해 주시게. 금비야 뭐하느냐? 어서 가지 않구.”

 

그녀가 미안한 기색으로 머뭇거리다 들창문을 닫았다.

 

“아휴! 이 밤중에 어떻게 저 산을 오르라는 건지 원…….”

 

가마꾼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한 채 가파른 칠현산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더듬으며 가마는 계속 산길을 올라갔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자 가마꾼들은 발이 여러 번 미끄러졌다. 가마가 뒤집힐 위기를 몇 번 맞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다들 너무 지쳤는지 권마성 소리도 오간데 없어지고 거친 숨소리만 어두운 산을 깨웠다. 가마꾼들은 온 몸이 땀에 젖어 흥건했다. 금비의 버선발도 눈과 진흙 창으로 더께가 앉았다. 묘덕이 탄 가마는 자시(子時)가 약간 지나서야 칠장사로 들어가는 산문 입구에 다다랐다. 멀리 희미한 불빛이, 그녀의 간절함처럼 빛났다. 석등에 켜 놓은 등불이었다. 왼쪽에 기다란 당간이 어둠을 찌르며, 그녀가 거쳐 온 길처럼 높다랗게 서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산문 한쪽에 칠장사라고 쓰인 현판이 보였다. 이따금 불어오는 산바람에 석등 속 촛불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효, 아씨. 드디어, 다 왔습니다요. 칠장사 산문입니다요.”

 

금비의 목소리에 묘덕이 가마 미닫이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오냐, 그래. 모두 애썼다. 어서 올라가자.”

 

주변은 어둠으로 뒤덮여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조차 어려웠다. 한참을 더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니 오른쪽으로 일주문 입구가 보였다. 묘덕이 가마에서 내렸다. 일주문 앞에서 공손히 합장하고 천왕문과 해탈문을 지나자 자갈이 깔린 너른 마당이 나왔다. 법당이 어둠속에 고요히 잠겨있었다. 마당 한쪽에 묘덕의 가마꾼들과 가마가 자리를 잡았다. 가마꾼들이 일제히 긴 한숨을 토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쉬었다.

 

“휘요-!”

 

“하이구-!”

 

저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여기저기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많이들 지친 모양이었다.

 

“고된 길 오느라 애들 쓰셨네. 이건 내 성의니 넣어두시게.”

 

묘덕이 묵직한 전대를 두령에게 건넸다.

 

“하이구, 고맙습니다요!”

 

“고맙긴, 밤길에 애들 써주었으니 내가 고맙지. 어서들 뭐 좀 먹고 쉬도록 하시게. 금비야, 어서 공양간 보살님 좀 찾아 보거라.”

 

그녀는 가마에서 내려 몽수를 팔에 걸치고 대웅전 앞 탑을 향해 걸어갔다. 금비가 서둘러 누군가 있는지 사람을 찾아 뒤꼍으로 사라졌다. 묘덕이 석탑을 돌며 몇 번의 기도를 하고 다시 마당으로 나오자 금비가 공양간 보살님인 듯 보이는 늙은 여인과 밖으로 나왔다.

 

“아니 세상에! 추운 밤중에 이 깊은 곳까지 오시다니! 자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 저녁 공양은 하셨어요? 올라오시는 길이 무척 험했을 터인데…… 누구 다친 사람은 없으시고요?”

 

“아 네. 다행이 모두 무사합니다. 밤늦게 찾아들어 송구합니다. 보살님, 가마꾼들이 몹시 지쳤습니다. 염치없지만…… 먹을 거 좀.”

 

“아닙니다. 염치없다니 별말씀을요. 제가 챙길 테니 염려 마시어요. 강현스님은 이미 침방에 드셨습니다. 오늘은 쉬시고, 내일 인사드리셔야 할 거예요. 어서 우선 급한 대로 지대방으로 드시지요. 제가 요기할 것 좀 내오겠습니다.”

 

먼 길에 녹초가 된 모두는 급히 요기를 하고 이내 쓰러져 잠이 들었다.

 

 

 

7

 

“어서 들어오세요. 어젯밤에 이곳에 당도 하셨다고요?”

 

칠장사 주지 강현 스님이 그녀를 반겼다.

 

“네, 스님.”

 

“그래,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요?”

 

“네, 며칠 전 화성목 용주사에서 출발해 어제 당도했습니다.”

 

“아이구. 짧은 시일에 급히도 오셨습니다그려. 그래, 어인 일로 이 먼데까지 오셨습니까?”

 

“마음 좀 식힐 겸 산천을 돌다가 예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스님…… 혹시 이곳에 개경 선원사 백운스님이 머무시는지요?”

 

“누구시라고요?”

 

“개경 선원사에 주지로 계시는 백운스님이라고……. 얼마 전 이곳으로 가신다고 하셨다는데. 안 오셨는지요?”

 

“아…… 그 스님이요?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 스님과 아시는 사이신가봅니다?”

 

“네. 개경에 저희 사저가 있어 자주 그 절에 들르곤 합니다. 우연히 용주사에 들렀다가 백운스님께서 이곳으로 가셨다고 하여 예까지 온 길에 계시면 안부나 여쭐까 하고요. 아직, 여기 계시온지요?”

 

“허허, 낭패로군요. 그 스님은 지금 여기 안 계십니다. 어제 아침에 산을 내려가셨습니다.”

 

“네? 어제 아침에요? 어, 어디로요……?”

 

“글쎄요. 제가 먼저 여쭙기 뭐해서 묻지 않았습니다만. 충청지방 어딘가로 돌아볼 참이시라는 말씀만 흘리고 이내 떠나셨지요.”

 

“…….”

 

“보살님, 괜찮으세요? 안색이 어둡습니다. 혹, 급히 그분을 찾아야 할 사정이라도……?”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옵고…… 이곳에 계시면 만나 뵈올까 한 것뿐입니다. 스님, 차 잘 마셨습니다. 잠시 나가서 산책 좀 하겠습니다.”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 절위로 나 있는 길을 올라가니 산신각이 나왔다. 산신각 근처를 걸어 숲으로 들었다. 어제 저녁 지나 온 산 아래 극락촌이 나무사이로 내려다 보였다. 마을은 아직 이른 아침이라 고요했다. 그녀는 산 아래 외따로 떨어진 마을이 자신의 처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커다란 나무 아래 기대앉았다. 마음이 겨울 산처럼 황량하고 스산했다. 멀리 푸른 하늘을 보며 한사람을 떠올렸다. 산 아래를 보니. 작은 오솔길이 뱀처럼 꾸불거렸다.

 

 

‘저 오솔길을 걸어 그렇게 어제 아침에 이곳을 떠나셨구나……. 어제, 아침에 떠나셨다니. 어제 아침에. 내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 스님은 이곳을 다시 떠나셨다니. 이럴 수가. 

 

 

 

 

-> 다음 주 토요일(6/29) 밤, 2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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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2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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