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1-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1회>-챕터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8/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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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1-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1회>-챕터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8/03 [13:56]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1-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1회

챕터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제1화

 

▲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9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백운은 편지 하나를 썼다.

 

‘소중한 묘덕.

이 노리개는 그대의 생모가 물에 빠졌을 때 몸에 지니고 있었던 물건이오.

그대의 어머니는 어느 날 내게로 왔다가

그대만 내 곁에 남겨놓고 홀연히 꿈처럼 사라졌다오.

핏덩이였던 어린 그대만 내 곁에 두고 꿈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소.

어린 그대를 내가 거두어 내 손으로 젖동냥을 하며 키웠건만,

그대를 그렇게 보내놓고

이렇게 파도처럼 일렁이는 번뇌가 내 속에 들어와 좌중하고 나가질 않으니…….

그대와 나는 이 무슨 기구한 인연이란 말이오…….

허나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원해서 된 바는 분명 아닐 것이오.

부처님의 큰 뜻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라 나는 믿고 싶소.

이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그대가 여전히 행복한지 걱정이고 늘 눈에 밟히오.

허나 우리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고, 한 길로 갈 수도 없는 법.

내가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오,

이 노리개로 그대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오.

묘덕, 그대가 이 서찰을 받을 쯤엔 나는 이 나라에 없을 것이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멀리 떨어진 채 그대를 걱정해야 하는 이 먹먹함…….

더 이상은 내가 견딜 힘이 없구려.

오래전 그대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홀로 들어야 하는 저 바람소리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구려…….

부족한 내가 감히 그대를 그렇게 멀리 떠나보내어 미안하오.

묘덕, 그대는

내가 감히 건널 수 없는 강물인 것을 알기에 나는 이제 더 멀리 떠나오.

바다건너, 짧은 이승의 한 세상 두루두루 돌아다니다 보면

그대 걱정으로 아픔에 젖은 이 마음도 마르고 씻길 날이 오려나…….

나는 원나라로 떠나 깊은 산 속에서 정진 또 정진하면서,

세상 모든 것을 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나를 밝고 냉엄하게 깨치고,

모든 허상에 붙들려 헤매는 나를 무심선의 뜻 안에서 깊이 참회하려 하오.

대자대비 부처님의 자비가 항상 그대 곁에 머물길 바라오.

부디……, 몸 건강히 잘 있으시오.’

 

편지를 넣은 상자 하나 덩그러니 흥덕사에 남겨두고 스님은 그길로 먼 길을 나섰다. 새벽 일찍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원나라로 떠났다. 흥덕사에 함께 머물고 있던 백운스님의 제자 석찬이 새벽 도량석을 하다 스님의 서재에서 밀봉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그 곁에는 제자 석찬에게 남긴 글도 보였다.

 

‘석찬아. 나는 원나라로 떠난다.

이 편지를 묘덕아씨께 네가 직접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전해 드려라.

그리고 너도 이제는 나를 기다리지 말고 선원사 도량으로 돌아가

눈물진 백성들을 부처님 말씀으로 위로하고 스스로를 정진하는 데 전념하여라.’

 

5

 

‘아씨. 스승님은 선의 요체를 깨닫기 위해 원나라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이 서찰을 묘덕아씨께 꼭 전하라 하셔서 왔습니다.’

 

얼마 전, 석찬이 그녀에게 백운스님이 남긴 서찰을 전해주고 떠나갔다. 그 후, 묘덕은 석찬에게서 건네받은 상자 속 노리개를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녀가 백운스님에게서 건네받은 노리개는 놀랍게도 충숙왕 왕가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소지한 노리개를 이상히 여긴 수춘옹주가 정안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정안군은 묘덕의 침소에 은밀히 제조상궁을 보냈다. 묘덕의 경대 옆에 놓여있던 용 노리개를 확인한 왕실의 최고 상궁이 충숙왕가의 물건임에 틀림없다고 놀라며 정안군에게 귀띔했다. 그 후 묘덕은 덕비 홍씨가 물에 빠졌을 때, 기억상실과 함께 잃어버렸던 딸임이 밝혀졌다. 묘덕의 생부 충숙왕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덕비는 묘덕을 가슴에 안고 기쁨과 슬픔으로 오래 울었다. 그토록 백방으로 찾아 헤매었어도 만날 수 없었던 소중한 여식과 생모의 상봉이었다. 덕비는 그새 많이 늙어있었다. 어미 품을 잃고 외롭게 자란 묘덕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기막혀 늙은 어미를 안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일찍 찾았더라면 원치 않는 혼인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으련만. 이 무슨 해괴한 운명이란 말인가…….’

 

묘덕은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머니 품에 안겨 오래 구슬피 울었다. 자라오는 동안 사무치게 그리웠던 어머니의 품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 그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제 그녀는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꼈다. 묘덕은 덕비가 머문 처소를 자주 오갔다. 꿈에도 그토록 그리던 딸을 찾은 덕비 홍씨는 왕가에 대대로 내려오던 오동상담기법으로 만든 금장도를 묘덕에게 기쁘게 물려주었다. 묘덕은 사랑하는 생모의 정표로 금장도를 받아 고이고이 품속에 간직하고 다녔다. 이미 나이가 많고 늙은 덕비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친딸임이 밝혀진 묘덕에게 엄청난 양의 토지와 재산을 물려주었다. 3년 후 덕비 홍씨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묘덕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늘 자신을 떠나가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웠다. 그토록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지만 짧은 순간 사랑하다 다시 이별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에 묘덕은 흐느껴 울었다. 친구 허열도 백운스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녀를 홀로 두고 모두 멀리 멀리 떠나버렸다. 묘덕은 불공을 드리며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들이 그립고 마음이 젖어들 때마다 부처님 전에 그들의 복을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마음속에서 범람하는 눅눅한 시간들을 말리며 세월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도 한 사내를 향한 사랑만은 잘 마르지 않았다.

 

 

 

 

 

< 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

 

1

 

그녀는 한동안 미뤄두었던 금속활자 주자문제로 저자거리 활자장 최영감을 찾아갔다.

 

“아씨, 어서 오시오.”

 

“그간 안녕하셨어요?”

 

“이 늙은이야 뭐 별일 있겠소? 만날 벌레처럼 나무만 파먹고 있소이다. 허허허. 일전에 아씨께서 보내주신 돈은 잘 받았소이다. 잠깐 뒤란으로 갑시다. 내, 긴히 보여드릴 게 있소이다.”

 

“네.”

 

두 사람은 작업실 뒤쪽으로 난 쪽문을 열고 뒤란으로 나갔다. 벌판처럼 휑했던 뒤란은, 또 하나의 밀실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어머나…….”

 

“자. 여기가 밀랍과 청동을 녹일 용광로요. 이렇게 우선 용광로를 만들어놨소. 한지는 전주에 미리 연통을 넣어서 얼마 전 당도했는데 우선 그것을 좀 써보고 마땅치 않으면 닥나무껍질을 직접 삶아서 여기서 한번 한지를 만들어 써볼 계획이외다. 밀랍과 유연묵도 주문을 해뒀으니 준비 되는대로 차차 당도할 게요.”

 

“네에. 그럼 제가 뭐 달리 도울 일이 또 있나요?”

 

“아씨께서는 청동하고 도토를 좀 구해 주셔야겠소. 철은 요즘 왜놈들의 침략이 잦아서 무기 만드는 군기감(軍器監)으로 거의 전량이 흡수되다보니,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오. 아무래도 조정에 연줄이 닿아있는 정안부원군나리의 도움을 받아야 수월할 것 같소. 거푸집으로 쓸 도토는 지역마다 흙의 주성분들이 모두 조금씩 달라 직접 다니면서 알아봐야 하는데 제가 이곳을 비울 수 없어, 아직 멀리 나다니지 못하오. 우선 가까운 서해안 쪽 고려청자 요지들 중에서 우선 제가 가보라 는 곳으로 아씨가 저 대신 좀 다녀오시면 좋겠소. 그곳 가마터에는 제가 미리 말을 해두겠소. 여기에 지역을 적어두었소.”

 

활자장이 묘덕에게 청자가마터 위치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네. 알았습니다. 영감님 그럼 제가 한번 알아보고 다시 연통을 드리겠습니다.”

 

묘덕은 활자장 최영감이 적어준 내용을 받아 사저로 돌아왔다. 그녀는 정안군 처소로 들었다.

 

 

 

“나리, 접니다.”

 

 

 

 

-> 다음 주 토요일(8/10) 밤, 3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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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03 [13:56]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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