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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3-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3회>-챕터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제3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8/17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3-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3회>

챕터9 <거칠고 뜨겁고 무거운 길> 제3화

 

▲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9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이상하다……. 저들은 대체 누굴까? 과연 누구관대……. 활자장 최영감과 어떤 관계이기에 이곳을 서성이다 매번 급히 도망치는 것일까……?’

 

묘덕은 이상하게 여기며 주자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씨. 어서 오시오. 안 그래도 아씨가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드디어 지리산 쪽에서 밀랍을 보내왔소! 이제 금속활자 주조를 직접 시도해볼 수 있게 되어 내 급히 아씨께 연통을 넣은 것이오.”

 

활자장 최영감은 대낮인데도 주자소 문을 닫아걸고 천으로 창문들을 모두 가렸다.

 

“중요한 일이라서 중간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녹인 쇳물도 때를 놓치고 일이 중단되어 낭패를 볼 수 있소.”

 

두 사람은 서둘러 뒤란으로 향했다. 갑자기 활자장 눈에 환기구 문이 살짝 흔들린 것이 보였다. 활자장의 외눈이 날카롭게 번쩍, 하더니 환기구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웬 놈이냐!”

 

‘후다다닥……!’

 

바로 그 순간. 환기구 밖에서 누군가 저 멀리 달아나는 기척이 들렸다. 활자장 영감이 그들을 쫓아서 주자소 문을 박차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묘덕은 최근 들어 주자소 주변에서 벌어지는 자객들 침입에 소름이 돋았다. 묘덕은 몸을 감싼 채 두려움에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얼마 후, 날카로운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활자장 영감이 다시 들어왔다.

 

“어찌 되셨어요?”

 

“워낙 빠른 놈들이라 놓치고 말았소…….”

 

“영감님 저들은 대체 누굴까요? 아까 제가 주자소에 당도했을 때도 주자소 주변을 서성이던 수상한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앞전에 마주쳤던 그자들 같았어요.”

 

“흐음……. 이곳을 쥐새끼처럼 훔쳐보려는 자들이라면 불청객들이지 누구겠소?”

 

“예? 불청객이요? 그럼 혹시 그 때 그……?”

 

“맞소……. 아마 틀림없을 거요. 자, 아씨 마음 흔들리지 마시고 어서 우리 일을 서두릅시다.”

 

용광로 세 개에 이미 불이 벌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용광로 속 도가니 안에서는 단단했던 청동 쇳조각이 붉은 쇳물로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밀랍주조법은 밀랍을 가마솥에 끓여 채에 불순물을 거르고 그 밀랍으로 일정 크기의 밀랍 봉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에 글자본을 낱개로 붙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밀랍가지는 해바라기처럼 둥근 형태로 만들었다. 영감이 한지에 쓴 글자들을 네모로 잘라내어 해바라기처럼 만든 네모 칸마다 각각 하나씩 붙여나갔다. 밀랍가지에 붙인 한지에 붓으로 써진 작은 글자를 따라 미세한 조각칼로 꼼꼼히 양각을 새겼다. 둥근 모양으로 된 칸칸마다 밀랍 봉 하나에 어미자들이 대략 여덟 글자씩 새겨졌다.

 

“아씨. 이 진흙은 얼마 전 구해 온 양주속현 부곡촌 도토요. 잘 기억하시오.”

 

영감 손에서 묘덕이 구해온 도토가 적당한 점도로 흙반죽이 되기 시작했다.

 

“아씨, 진흙 반죽을 할 때는 손기술이 무척 노련해야 하오. 수분과 흙의 점성을 고려해 농도를 맞추는 작업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오. 거푸집을 만들 때 황토와 석(石)의 비례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똑 같은 성분의 흙도 수분함량과 반죽을 치대는 횟수와 손이 힘을 가하는 강도에 따라 거푸집이 성공하기도 하고 산산조각으로 갈라져버리기도 하외다.”

 

“영감님, 석은 정확히 어떤 돌을 말하는 것인가요?”

 

“석이라 함은, 황토에 섞어서 쓰는 것으로, 푸석푸석한 돌이 많이 섞인 흙을 말하오. 이것에 물을 아주 알맞게 섞어야 하오. 그 비율이 맞지 않으면 거푸집은 건조되면서 실금이 가고 못 쓰게 되어버리오. 더구나 실금은 우리 육안으로는 잘 분간이 되지 않소. 그렇게 되면 그 안에 부었던 밀랍도 망치게 되고. 그것을 모른 채, 그 안에 쇳물까지 부으면 모든 비싼 재료와 연료와 시간까지 허비되고 마는 것이오. 용광로 온도도 아주 중요하오. 용광로 안의 온도에 따라서 용광로 불꽃은 수만 가지가 된다오. 주조법을 시도할 때는 그 불꽃 색깔까지도 간파할 수 있어야 하오. 또한 그 모든 것이 다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아직 한 가지 과제가 더 있소. 용광로의 쇳물을 녹여 주형틀에 붙는 바로 그 맞춤의 시간을 알아야하외다. 녹은 쇳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주형틀에 부었을 때 틀이 급격히 터져 못쓰게 되고. 그와 반대로 눈으로 보기에 쇳물이 잘 녹았다 해도 그 쇳물의 온도가 기준치보다 낮으면 주형틀에 부었을 때 형틀 깊숙이 활자에 흘러들기도 전에 굳어버리고. 이 중, 어느 한 공정이라도 방심하면 원하는 모양의 주자를 절대 얻을 수 없소. 아씨, 오래전 나는 금속활자를 완성해 보려고 질 좋은 밀랍 채취를 위해 토종벌을 치는 일까지 겸했던 적이 있었소이다. 그러나 결국 모두 수포로 돌아갔소……. 사정이 생겨 모두 접고 말았소이다. 그 후 지금껏 이렇다 하게 완성 한번 못해 보았소. 이렇게 예민한 공정들 때문에, 지금 고려 방방곡곡에서 금속활자주조를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마는 것이외다.”

 

“아……. 그런데 어떤 사정이 있으셨기에 그 중대한 일을 접으셨어요?”

 

“흐음……. 있었소……. 그런 일이…….”

 

영감은 그 일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함구했다.

 

“아씨……. 금속활자 주조는 불가사의한 것이오.”

 

“불가사의요? 불가사의라…….”

 

“그렇소. 그런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 불가사의란 말도 본래 불경에서 처음 나온 말인 것을 알고 계시오? 불가사의란, 말로 나타낼 수도 없고 마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을 갖고 있소. 바로 부처님의 깊은 뜻이 그러하지 않소이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오.”

 

“그렇군요. 영감님. 저는 불가사의라는 말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아씨……. 부처님 말씀을 깨닫다보면 참 놀라운 언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오. 부처님의 자비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만큼 무량한데……. 이 무량이라는 수학단위도 그 수가 다함이 없어 결코 전부를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을 갖고 있소이다.”

 

“세상에……. 그 모든 말들이 불경에서 시작되었다고요……?”

 

“그렇소이다. 이는 마치 현재 미궁에 빠진 금속활자주조법을 향해 가는 이 길이 끝없는 실패의 연속이듯……. 이미 오래전부터 그 말들은 우리에게 기묘한 의미를 미리 예언 하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하는 것이오. 아씨……, 항하사(恒河沙) 라는 말은 어떻소? 그 말을 들어본 적 있소?”

 

“항(恒)……, 하(河) 사(沙)……요? 그게 무슨 말인지요?”

 

“아씨, 항하사라는 말은 부처님의 고향인 인도의 바라나시(갠지스강)에 깔린 수많은 양의 모래알을 말하는 것이라오. 모래알 숫자만큼 많은 수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인데,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다보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눈에 보이는 하찮은 것에 집착하며 우매한 삶을 쫓는지 자주 돌아보게 된다오.”

 

“아……. 영감님 대단하시네요. 저는 그런 것들을 영감님 덕분에 이제야 알았습니다. 영감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우리가 다 알 수도 없고 육안으로 볼 수도 없는……. 심오한 부처님의 세계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군요.”

 

“아씨…….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소. 주조를 시도하고 해결점을 찾고자 실행하는 것은 우리지만. 그 마지막을 모두 이루실 분은 부처님 뿐 이외다. 저와 함께 주자를 완성할 방법을 찾되 욕심과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뜻이오. 내 말 아시겠소? 금속활자주조법을 어쩌다 우연찮게 완성한다 해도 다시 반복적으로 완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오. 우리는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이 이끄시는 대로 참선하듯 낮은 마음으로 행해야 할 것이오. 그래서 주조를 시도할 때마다 저는 매번 그 모든 미세한 수치를 할(割) 푼(分-또는 분) 리(厘)로 나눠 그 분량대로 섞어 사용해 보고, 실패 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의 분량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소. 그런 과정 속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끄시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소이다. 오랜 실험을 통해 최고의 완결점을 반드시 찾아야하지만 그 또한 부처님 뜻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현 시국으로 봐서는 아직 누구도 주조법에 필요한 성분 배합률의 수치를 완벽하게 찾아낸 이는 아직 없는 듯하오. 설사 누구든 그 심오한 수치를 모두 찾아낸다 해도 서로에게 절대 알려주려 하지도 않소. 거기에는 엄청난 이권과 암투가 숨어있기 때문이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저번 방문객들 요구에도 거절을 하셨군요? 그런데 영감님, 왜 제게는 이 모든 중요한 과정을 모두 숨김없이 보여주고 말씀해 주시는 건가요? 저를 믿으세요?”

 

 

 

 

-> 다음 주 토요일(8/24) 밤, 34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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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7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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