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4회>-챕터10 <살곶벌에서 날아든 급보(急報)>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8/24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4회>-챕터10 <살곶벌에서 날아든 급보(急報)>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08/24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4-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4회>

챕터10 <살곶벌에서 날아든 급보(急報)> 제1화

 

▲ 김명희 고려역사 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10-살곶벌에서 날아든 급보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아. 그렇군요. 그래서 저번 방문객들 요구에도 거절을 하셨군요? 그런데 영감님, 왜 제게는 이 모든 중요한 과정을 모두 숨김없이 보여주고 말씀해 주시는 건가요? 저를 믿으세요?”

 

“아씨는……. 설령 차후 주조성공법을 터득하시게 된다 해도, 이권을 노리고 나쁘게 쓸 분이 아니라 믿기 때문이외다. 세상 사람과 다른 분임을 저는 아씨의 눈빛을 보고 알았소. 만약,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해달라고 의뢰했다면 저는 여전히 냉정하게 거절했을 것이오. 나는 오래전, 다시는 이쪽으로 내 인생을 무모하게 걸지 않기로 다짐도 했었소.”

 

예리한 눈과 손놀림으로 신중하게 흙 반죽을 마친 영감은 그 점토반죽으로 글자 여러 개가 둥글게 양각으로 새겨진 밀랍을 고르게 감싸 꼼꼼하게 덮었다.

 

“이제 며칠간 이 거푸집이 그늘에서 잘 건조되어야 하오. 건조되다가 균열이 생기면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만 하오. 공기 중에 있는 바람과 습기도 아주 중요하외다. 결국,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보시면 맞을게요.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오.”

 

“아…….”

 

묘덕은 활자장의 놀라운 말에 말문이 막혔다.

 

‘공기 중에 있는 미세한 바람과 습도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

 

묘덕은 활자장 영감의 마지막 말을 오래 떠올렸다. 활자장은 거처실로 들어가더니 다른 거푸집을 하나 들고 나왔다. 잘 건조된 것이었다.

 

“이것은 오늘 아씨가 오시면, 시험 삼아 만들어보려고 며칠 전에 미리 만들어둔 거푸집이오. 서산속현 오사촌 도요지에서 가져온 도토인데. 이제 이 속에 단단하게 굳어 있는 밀랍을 탈납 해야 하오.”

 

활자장이 잘 마른 거푸집을 집게로 잡고 용광로 가까이 가져갔다. 거푸집 속에 가득 차 있던 단단한 밀랍들이 높은 온도에 물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

 

“자. 밀랍이 물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보시오.”

 

밀랍이 흘러내린 거푸집 속은 방금 전과 다르게 구멍이 뻥 뚫렸다.

 

“이 안쪽에는 지금 활자그대로의 모양이 단단해진 도토 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오. 이제 그 글자의 모양대로 쇳물이 들어가 빈틈없이 메워져야 좋은 주자가 탄생하오.”

 

그 모든 것이 묘덕은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신비로운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영감님, 너무 놀라워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렇게 해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로군요.”

 

“아씨. 아직 감탄하기는 이르오. 이게 생각처럼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오.”

 

활자장 영감은 아까 용광로에서 녹인 쇳물을 거푸집 주형틀에 조심조심 기울여 부었다. 붉은색을 띤 걸쭉한 쇳물이 주형틀 속으로 용암처럼 흘러 들어갔다.

 

“영감님 조심하세요.”

 

“흐음……. 제가 예전에 이걸 시도하다 한쪽 눈이……, 보시다시피 이렇게 병신이 되고 말았소. 그때, 다시는 이 짓을 하지 않으리라 단단히 다짐을 했었는데. 사람 앞날 참 모른다더니…… 허허 내가 또 이 짓을 하고 있소이다…….”

 

활자장 영감은 쇳물을 가득 부어둔 주형틀을 한곳에 잘 고정시켜놓았다.

 

“자……. 이제 이 쇳물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야하외다. 아씨. 거푸집이 뜨거우니 조심하시오. 가까이 가면 큰 화상을 입을 수도 있소.”

 

활자장 영감이 용광로 불을 끄고 주자소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녀도 뒤따라 작업실로 들어왔다. 영감이 마실 것을 가져왔다.

 

“저, 영감님.”

 

“예. 아씨.”

 

“혹시, 누군가한테 쫓기고 계시는 거 맞지요. 그렇지요?”

 

“아, 아니오. 아씨는 왜 그런 생각하셨소.”

 

“제가 이곳에 올 때마다 밖에서 안을 염탐하다 도망치는 수상한 사람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게 사실 흔한 일은 아니지요.”

 

“…….”

 

“그들이 왜 영감님 주변을 자꾸 맴도는 건가요?”

 

“허허허. 저도 모르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소.”

 

“영감님. 무슨 일인지 제가 알면 안 되나요?”

 

“아씨는 왜 그런 것을 자꾸 알려 하시오?”

 

“저는, 금속활자 주조를 반드시 성공해야 하거든요.”

 

“염려 마시오. 그거와는 상관없는 일이외다.”

 

며칠 후, 영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묘덕은 급히 주자소로 향했다.

 

“영감님.”

 

“아씨. 어서 오시오. 일이 생겼소이다.”

 

“일이 생겼다니요?”

 

“거푸집이 건조되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 모두 실패했소.”

 

“어머나……. 그럼 다른 것은요? 양주속현 부곡촌 도요지에서도 도토를 가져왔잖아요? 그날 영감님이 그것으로도 거푸집을 만드셨지요? 그거는요?”

 

“그 흙도 마찬가지였소. 초반에는 잘 건조되다 마지막에 가서는 흙이 뒤틀리면서 실금이 가고 마외다.”

 

“이럴 수가……. 영감님. 그럼 이제 어쩌지요?”

 

“다른 곳의 도토를 다시 사용해봐야 할 것 같소. 이유가 무엇인지 찾지 못하면 주조법을 성공할 길은 전혀 없소.”

 

“다른 곳이라면……. 어느 지역의 도토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부안진과 남원속현으로 한번 다녀오셔야겠소. 그곳의 청자는 원나라에서도 일류로 쳐주고 있소. 그렇다면 도토 역시 뭔가 질이 더 좋지 않을 까 하외다만, 거리가 워낙 먼 곳이라. 아씨가…….”

 

“아닙니다. 다녀올게요. 거리가 문제인가요. 가능한 빨리 그곳에 내려가서 표본을 가져다 드리지요.”

 

“으음……. 잘 알겠소. 그럼 기다리고 있겠소이다.”

 

 

< 10. 살곶벌에서 날아든 급보(急報) >

 

1

 

선(禪)의 요체를 깨닫기 위해 원나라로 유학을 떠난 백운스님은 석옥청공선사를 만났다. 백운스님은 석옥청공선사를 따라 원나라 일대를 주유하며 많은 공부를 했다. 원나라에 머문 동안 백운화상의 불심은 그 깊은 깨달음에 대한 명성이 대단했다. 석옥청공선사는 가는 곳마다 백운화상의 깊은 도량을 칭찬하였다.

 

“백운의 선풍은 이름 그대로 성품이 천진스럽고 전혀 거짓이나 조작이 없느니라. 백운은 형상을 빌어서 이름을 팔지 않는 신실한 사람이니라. 내가 만난 그는 참으로 속세를 여읜 진경에서 노니는 사람이었느니라. 백운의 법어는 마치 어둠을 부수는 밝은 등불과 같았고 그는 더위를 씻어주는 청량한 바람과 같은 자이니라.”

 

백운화상을 가르쳤던 스승 석옥청공선사는 자신의 제자를 통해 그의 전법게를 백운화상에게 전해주었다. 석옥청공선사는 그만큼 백운을 깊이 신임하였다. 백운화상이 원나라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주유하고 있던 때, 고려에서는 묘덕의 남편 정안군 허종이 각별한 출타를 나서는 중이었다. 때마침 나라에서 임금과 함께 동대문 밖 아차산이 있는 살곶벌 마조단 터에서 큰 제사가 있었다. 이는 왕이 각별히 챙겨 주도하는 엄중한 제사였다. 나라의 교통수단인 말들의 무사안녕을 빌고 전염병을 막아달라고 하늘에 기원하는 제례행사였다. 그날, 나라의 녹을 먹는 모든 문무 관료들이 임금과 함께 마조단 터로 나가 하늘에 정성을 올리기로 하였다. 정안군도 그날 행차에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부인 그럼 이만 다녀오겠소. 며칠 걸릴 것이오.”

 

“나리, 부디 몸 성히 다녀오소서…….”

 

“알았소. 자! 가자!”

 

“옙!”

 

사병을 거느리고 그가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다음날까지 멀고 먼 행차를 이어간 관졸들과 왕의 가마는 정안군이 탄 말과 함께 살곶내 앞에 이르렀다. 마조단 터에 당도하려면 고려에서 가장 긴 살곶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왕의 가마와 함께 뒤따르던 정안군이 그 다리를 건너다 그만 말이 발을 헛디뎌 물로 빠지고 말았다. 그때 말이 물에 빠지면서 순간 중심을 잃게 된 정안군은 손도 쓰지 못하고 다리 아래 물속으로 거꾸로 처박혔다. 일행들 모두는 잠시 놀랐지만 그가 곧 일어나 걸어서 나오리라 여겼다. 그러나 말은 황급히 놀라 물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그는 떠오르지 않았다. 물속에 머리가 처박힌 채 영영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정안군을 삼켜버린 물속에서 삽시간에 시뻘건 핏물이 살곶이 냇물 전체를 물들였다. 관졸들 모두 허겁지겁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건져 올렸으나 이미 그는 죽음의 강을 건넌 후였다. 정안군의 머리가 말에서 낙상하면서 물로 떨어졌을 때 하필 물속에 있던 거대한 돌부리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였다. 왕도 문무백관들도 모두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는 유언 한 마디 묘덕에게 남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오후 해거름에, 이 사실을 전혀 알 리 없었던 묘덕의 사저로 긴박한 말발굽소리와 함께 급보가 날아들었다.

 

‘투그덕! 투그덕! 투그덕! 투그덕! 투그덕!’

 

“워어! 워어! 워어!”

 

‘히히힛힝!’

 

‘쾅! 쾅! 쾅! 쾅!’

 

“문 여시오! 급보요! 어서 문을 여시오!”

 

 

 

-> 다음 주 토요일(8/31) 밤, 3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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