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3-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3회>-챕터13 <서 푼의 인(燐)과 자객들>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0/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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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3-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3회>-챕터13 <서 푼의 인(燐)과 자객들>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0/26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3-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3회

챕터13 <서 푼의 인(燐)과 자객들> 제1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불멸의꽃>챕터13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묘덕일행은 조반을 먹고 소중한 밀랍을 챙겨 개경으로 다시 출발했다.

 

 

5

 

사저로 돌아간 묘덕은 다음날 바로 주자소 최영감을 만났다. 구해온 밀랍을 영감에게 모두 건네주었다. 피밭골 밀랍은 과연 어떤 결과를 안겨줄지 기다리며 여러 날이 갔다. 한참 후 최영감에게서 사람이 다녀갔다. 다행이 지리산에서 가져온 밀랍 질이 좋아 밀랍활자가 잘 되었다는 전갈이었다. 최영감은 유연묵을 알아보러 해주목을 다녀와 연락하겠다고 하였다. 그 후 활자장 최영감이 묘덕에게 연락을 해 온 것은 겨울이 다되어갈 쯤 이었다.

 

“금비야. 주자소에 다녀오마. 늦을지 모르니 너는 문 잠그고 일찍 쉬거라.”

 

“네. 아씨. 살펴 다녀오셔요.”

 

“오냐.”

 

묘덕은 서둘러 주자소로 향했다. 묘덕이 안으로 들어서자 영감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녀를 반겼다.

 

“자. 이제 머잖아 질 좋은 최고의 유연묵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얼마 전 다녀온 서북면(황해도) 해주목에서 지금 우리 것을 만들기 시작했소이다. 달포쯤 지난 후 내가 가지러 가야하오. 거푸집이 될 주물토는 남원 청자가마터에서 구한 도토가 적격인 것도 실험 후 결론이 나왔소이다. 밀랍은 아씨가 구해오신 지리산 피밭골산 밀랍이 가장 좋았고 끓여서 걸러보아도 다른 지역 거보다 불순물도 현저히 적은 편이었소. 이제 문제는 쇳물인데……. 이 게 말이오. 어떤 때는 잘 되다가도 어떤 때는 미리 굳어 도무지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쇳물 실험에 매달려볼 작정이오.”

 

아직 대낮이었지만 영감은 그전처럼 주자소 문을 일찍 닫고 검은 천으로 문을 가렸다.

 

“영감님. 그럼 저도 오늘부터 적극 거들겠습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아씨는 조금만 계시다 어둡기 전에 돌아가시오. 둘이 고생할 필요가 무에 있소? 나 혼자해도 충분하오.”

 

“영감님. 아닙니다.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제 일입니다. 저는 한 시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 참입니다. 금속활자만 성공할 수 있다면 저는 아무것도 바랄 게 없습니다.”

 

그녀는 그날부터 주자소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밤늦게까지 여러 가지 주조법에 대해 배우고 실험했다. 이따금 금비도 와서 잔일을 거들다 돌아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겨울도 점점 더 깊어갔다.

 

 

< 13. 서 푼의 인(燐)과 자객들 >

 

1

 

주자소에서 여러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금비야, 다녀오마.”

 

“네 아씨.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오늘도 늦으셔요?”

 

“아마도 그럴 듯하구나.”

 

“아씨. 내일이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입니다요.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팥죽을쑤어볼까 하니 너무 늦지 마시어요.”

 

“동지? 아, 벌써 절기가 그리되었느냐? 알았느니라. 내 오늘은 늦지 않게 오마.”

 

아침에 다시 주자소로 모인 영감과 묘덕은 세 개의 용광로에 불이 타고 있는 뒤란으로 나갔다. 뒤란에 없었던 네모난 환기구가 크고 튼튼해보였다.”

 

“어머, 영감님. 하루사이에 뒤란에 더 멋진 환기구가 생겼네요?”

 

“어느새 동짓달도 저물고 있소. 날도 무척 추워졌고. 이곳에서 올겨울을 보내야 할 터인데 통풍도 잘 되고 안전해야 좋지 않겠소? 만약 내가 자리에 없더라도 저기 저 커다란 환기구를 항상 조금씩 열어두시오. 그래야 바람이 통해서 용광로 화력도 유지가 잘 될 거요.”

 

“네. 명심하지요.”

 

쌀쌀한 날씨였지만 주자소 뒤란은 무척 따뜻하고 아늑했다. 용광로 열기 때문이었다.

 

“자, 아씨는 그동안 제게 금속활자 만드는 법에 대한 많은 이론을 들었을 것이오. 이제부터는 들은 그것들을 참고해 직접 주조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오. 잘 보고 잘 익히도록 하시오. 본래 쇳물의 주요재료는 팔 할의 구리와 이 할의 주석, 그리고 서푼의 인(燐), 이 세 가지 분량을 모두 혼합한 청동이외다. 이것을 도가니에 넣고 녹이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라 말한 것을 기억할 것이오. 그러나 그간 몇 번의 실패로 아씨가 구해 준 청동합금이 얼마 남지 않아 아씨가 주신 은병으로 구리와 주석과 인을 별도로 더 구해다 저 안쪽에 두었소. 그것을 분량대로 좀 가져다주시겠소? 필요에 따라서는 합금을 이곳에서 직접 만들기도 해야 하오. 아참 그리고 아씨, 오늘 나는 상황을 봐서 서북면(황해도) 해주목으로 유연묵을 가지러 갈 참이오. 그들이 오란 날짜가 벌써 이틀이나 지났소. 그것들을 얼른 가져와야 순조롭게 실험을 진행 할 테니 가능한 서둘러 다녀올 작정이오.”

 

“네. 알겠습니다.”

 

“본래 인(燐)이라는 금속은 열에 가장 쉽게 잘 녹는 쇠붙이요. 인은 여러 가지 색을 갖고 있소. 이번에 구해 온 것은 그 중 희색을 띠는 백린(白燐)이오. 이것은 열 근처만 가도 불이 붙는 위험한 인화성 금속이오. 외관상 주석과 비슷하니 이것들 둘이는 절대 섞이지 않게 잘 다뤄야 하오. 자, 아씨는 저쪽에 가서 아까 말한 분량대로 저울에 달아 세 가지 금속을 가져다주시오.”

 

“네.”

 

묘덕이 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주물 재료를 가지러 갔다. 영감의 말대로 그곳에는 세 개의 함에 각각의 금속들이 담겨있었다. 은색을 띠는 주석과 은백색의 백린은 육안으로도 정말 구별이 어려웠다. 다행이 따로 담겨 있어 묘덕은 영감이 말한 분량을 가늠하여 조심조심 덜어냈다. 분량의 금속들 무게가 제법 묵직했다. 그녀가 금속 재료들을 덜어 돌아서려던 바로 그때였다.

 

‘으지직! 쿵!’

 

그녀가 뭔가에 발이 걸려 금속재료들을 안고 구석진 곳으로 고꾸라졌다.

 

“앗……!”

 

“아씨. 왜 그러시오?

 

곁에 쌓아둔 장작더미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었다. 활자장 영감이 놀라 급히 달려왔다.

 

“아흐…….”

 

묘덕의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가득했다.

 

“아씨. 여기서는 항상 조심하셔야 하오. 주변엔 항상 펄펄 끓는 용광로와 가마가 널려있고 무겁고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는 곳이오.”

 

“예, 영감님.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다친 데는 없소?”

 

“괜찮습니다.”

 

“어이쿠, 손등에 피가 나고 있잖소. 이리 내 보시오.”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그런데 영감님 이 일을 어쩝니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세 가지 금속들을 잘 나눠 담았는데……. 넘어지면서 그만, 저기 담겨진 금속들과 모두 뒤섞여버렸으니.”

 

“흠…… 이거 골치 아프게 됐소이다. 백린(白燐)과 주석은 우리 육안으로는 잘 구분이 안 되어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데……. 모두 섞여버렸으니 낭패로군요. 이 일을 어쩐다. 우선 아씨. 이리 잠깐 나와 보시오. 제가 좀 살펴보리다.”

 

활자장 영감은 환기구를 밝게 열고 금속덩어리 하나하나 외관을 살폈다. 무척 신중하게 살피고 또 살펴가며 분별하기 시작했다. 구별하는 내내 문밖 환한 곳까지 그것들을 들고 나와 빛깔과 외관을 보느라 활자장 영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래 궁리하고 또 살펴가며 백린과 주석을 선별해 구석진 보관함에 칸마다 각각 다시 담았다.

 

2

 

주자소 밖이 요란하더니 거대한 수레가 와서 멈췄다.

 

“주인영감님 계슈? 어디 갔나? 문이 닫혀있구먼.”

 

입구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영감을 불렀다. 뒤란에 있던 영감이 목을 길게 빼고 주자소 출입구 쪽을 내다보았다.

 

“뉘시오?”

 

“주문한 황양목 왔소이다. 이것들 어디다 내리면 되오?”

 

“아, 그렇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영감님 어서 나가보세요. 이곳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아씨. 우선 다시 아까 말한 분량을 나눠서 용광로에 천천히 녹여보시오. 금방 황양목 받아 쌓아놓고 오리다. 금속들이 녹아 합금이 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시오.”

 

“아! 빨리 안 나오고 뭐하쇼? 바빠 죽겠구만!”

 

목재소에서 온 일꾼들은 시간에 쫓겨 영감에게 투덜댔다.

 

“알았소. 지금 나가오. 아씨, 용광로 화력의 강약에 따라 쇳물에서 이는 불꽃의 색이 다를 것이오. 그것들을 곁에서 세세히 관찰하시면서 분간하는 안목을 키우셔야 하오.”

 

“이 보슈! 거참 언제까지 이리 세워 둘 참이오! 나두 바쁘다 했잖소?”

 

 

 

 

 

-> 다음 주 토요일(11/2) 밤, 44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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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6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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