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7-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7회-챕터15 <연독(鉛毒)>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1/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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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7-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7회-챕터15 <연독(鉛毒)>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1/23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7-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7회

챕터15 <연독(鉛毒)> 제1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15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 15. 연독(鉛毒) >

 

1

 

한편 해주목으로 떠난 활자장 영감은 주문한 유연묵을 챙기고 시간을 쪼개 신광사로 향했다. 그러나 마침 그날 백운화상은 외출하고 절에 없었다. 영감은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금비는 울며 의식이 없는 아씨를 집으로 모셔왔다. 묘덕은 숨만 겨우 붙어 있을 뿐, 의원말대로 산송장이나 진배없었다. 금비는 어떻게든 묘덕을 살릴 방도를 찾기 위해 저자거리로 수소문했다. 이곳저곳 약방을 모두 들러 약이 될 만한 것을 알아봐도 하나같이 너무 늦었다는 말뿐이었다. 그녀는 그래도 약재를 화로에 정성껏 달여 아씨 입에 계속 떠 넣었다. 묘덕은 의식이 없어 거의 넘기지 못했다. 탕약은 대부분이 입 밖으로 다시 흘러내렸다. 금비는 화상으로 일그러진 묘덕의 뺨에 생약을 정성껏 발라주었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묘덕을 금비는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묘덕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탕약만 며칠 째 먹여볼 뿐 달리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며칠째 세상을 감금했던 눈은 그쳐 있었다. 묘덕은 나아지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침마다 묘덕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면 간당간당 숨만 겨우 쉬었다. 묘덕은 닷새째 산송장처럼 누워있었다. 다행이 오늘도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금비는 묘덕의 일그러진 한쪽 얼굴에 또 약을 발랐다. 아씨는 창백한 얼굴로 온몸은 마비된 듯 그렇게 누워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손마디가 부르트도록 묘덕의 온 몸을 주무르고 또 주물렀다. 그러고는 다시 습관처럼 탕약을 먹였다. 금비는 며칠 새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금비의 얼굴에서는 그전의 기쁨과 평안대신 어둡고 야윈 모습이 들어찼다. 해주목으로 유연묵을 가지러 떠났던 활자장이 돌아왔다. 주자소 문을 열자 어둡고 탁한 공기가 검은 유령처럼 그를 덮쳤다. 활자장 영감은 미간을 찌푸리며 검은 천을 걷고 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했다. 며칠 만에 돌아온 주자소 안은 싸늘했고 주변은 어수선했다. 그동안 뒤란 용광로가 뿜어내던 온기가 주자소 안을 훈훈하게 해줬건만, 웬일인지 뒤란에서 풍겨오는 차가운 냉기도 낯설었다. 그의 양손에는 유연묵 상자들을 묶은 뭉치가 가득 들려있었다.

 

“해주목에 갔다더니 지금 오는 거요……?”

 

주자소 옆에 사는 노인이, 뒷짐을 지고 들어섰다.

 

“아, 예. 그렇습니다.”

 

“소식은 들었소?”

 

“소식요? 무슨…….”

 

“이런, 아직 못 들었구먼! 아효. 말도 마오. 엿새 전, 최활자장이 해주 간다했던 그날 말이오. 그날 밤 이곳에서 사람이 실려 나갔소. 한 눈에 봐도 산송장이 다 되었더구만…….”

 

“예? 누, 누가요?”

 

“아 그 왜.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던 젊은 마님 있잖소? 그 마님이 저 뒤란에 기절해 쓰러져 있었지 뭐요?”

 

“예? 아니 어르신. 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묘덕 아씨요? 묘덕아씨가 이곳에서 쓰러져요? 어르신 뭔 말씀이신지 찬찬히 좀 말씀해 주시지요.”

 

“아이쿠, 난 그날 생각만 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리오……. 아 그날 한밤중에 온 동네가 아주 발칵 뒤집혔었소. 그 젊은 마님이 저기 저 안쪽에서 혼자 뭐를 했는지 그냥, 얼굴엔 심한 화상을 입고 온몸에 피투성이가 되설랑은 실신해 쓰러져 있었다지 뭐요. 그런데 너무 늦게 발견되었다 하오. 쯧쯧쯧, 지금쯤은 아마……. 장례를 치렀을 게요……. 아효, 젊은 부인이 안됐어…….”

 

“예? 뭐, 뭐라고요? 아니! 대체 그게 무슨…….”

 

활자장 영감은 먹 꾸러미를 내팽개치고 뒤란으로 뛰어 들어갔다. 난장판이었다. 바닥 곳곳에 피가 흘러 말라붙어있었다. 장작더미는 무너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무너진 장작더미와 함께 용광로에 녹이다 만 주물은 맨바닥에 엿처럼 들러붙은 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그 때 상황이 심상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활자장 영감은 주자소를 박차고 나와 그길로 곧장 묘덕의 사저로 내달렸다. 주자소 낡고 허름한 문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겨울바람에 벌레 먹은 낙엽처럼 덜그럭거렸다. 영감은 주자소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뛰었다. 달려가는 영감의 머릿속에 무수한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씨가, 아씨가……. 대체 어찌 되었다는 것인가……. 내가 해주로 먹을 가지러 떠난 그날 밤 뒤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제발……. 제발, 아씨가 무사하셔야 할 터인데. 주자 때문에 나는 한쪽 눈을 잃었다……. 그래서 다시는 그것에 손을 대지 않으려 했건만…… 내 욕심이 결국 죄 없는 아씨마저 저 지경으로 몰아가고 말았구나. 아씨가 처음 금속활자를 시도하려 하셨을 때 내가 막았어야 했다……. 애초에 내가 주자법에 대해 모르는 체 했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터인데. 결국 내가 아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가……. 장차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영감은 정신없이 달렸지만 길은 줄어들지 않는 듯 멀기만 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안고 달리고 또 달려 한식경이 지나 묘덕의 사저에 도착했다. 영감의 얼굴은 새파랗게 얼어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급히 사저 대문을 부서질 듯 두들겼다.

 

‘쾅! 쾅! 쾅!’ ‘쾅! 쾅! 쾅!’

 

“여보시오! 여보시오! 문 좀 열어보시오! 금비야! 내다! 금비야!”

 

영감의 손은 꽁꽁 얼어 아무 감각이 없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여보시오! 게 아무도 없소이까! 금비야! 아씨! 묘덕아씨! 누구든 어서 문 좀 열어보시오!”

 

‘쾅! 쾅! 쾅!’ ‘쾅! 쾅! 쾅!’

 

“뉘 시옵니까……?”

 

한참 만에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 금비냐? 내다! 주자소 활자장이니라! 어서 문 좀 열거라!”

 

활자장 영감의 목소리를 듣자 마당으로 나오며 감정이 복받친 금비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영감님……. 흐흑……. 아흐흑……. 우리 아씨를 어쩌면 좋아요……. 흐흐흑.”

 

금비가 대문을 열며 주저앉아 통곡 했다.

 

2

 

활자장은 서둘러 집안을 살폈다.

 

“아씨! 아씨는! 아씨는 지금 어디 계시냐?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사고가 있었다는 게 사실이냐? 아씨는 지금 어찌되셨느냐?”

 

“영감님……. 흐흑! 우리 아씨 어쩌면 좋습니까요……. 아아아……. 으흐흑!”

 

“금비야. 제발 진정해라! 너까지 이러면 어쩌느냐? 제발 진정하고, 어서 말 좀 해 보거라. 아씨 상태가 어떠신 게냐? 아씨 지금, 어디 계시느냐? 어?”

 

“우리 아씨는……. 지금도 못 깨어나고 계세요……. 아픈 것도 모르시고……. 흐흐흑! 배고픈 것도 모르시나 봐요……. 흐흐흑!”

 

“금비야, 어디 계시냐? 어? 어서 나를 좀 아씨가 계신 곳으로 안내 해라! 어서!”

 

금비가 눈물을 훔치며 안채로 앞장섰다. 활자장 영감이 뛰듯이 그녀 뒤를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묘덕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럴 수가……! 아씨……! 아하……. 이럴 수가……. 어찌 이런 일이…….”

 

오른쪽 얼굴은 심한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입과 코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온 몸은 경직되어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의식도 전혀 없이 겨우 숨만 가냘프게 이어가고 있었다. 활자장은 너무 기막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영감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금비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금비야, 누가 처음 발견한 것이냐? 어? 너냐?” 

 

 

 

-> 다음 주 토요일(11/ 30) 밤, 48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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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3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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