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역사의 경고

박현식 | 기사입력 2019/11/29 [10:15]

[서평] 역사의 경고

박현식 | 입력 : 2019/11/29 [10:15]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역사의 경고 - 우리 안의 간신 현상(김영수 저, 2017) / 차용국

 

 

역사는 인류 문화의 유전자입니다. 유전자는 생물의 지난한 진화의 기록입니다. 수천세대 유전한 조상의 기록에 지금의 나의 기록을 보태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입니다. 유전자에는 삶의 정보가 빽빽합니다. 생물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보 또한 가득합니다. 이 문화적 유전자를 리처드 도킨슨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문화는 삶의 정보입니다. 인간 삶의 총체가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생노병사의 생물학적 삶 뿐만 아니라, 학습하고 생각하고 제도를 만드는 모든 것이 문화이기에, 역사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내 안에서 함께 움크리고 있는 삶의 음과 양을 찾아내고 해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국가 권력도 다를 바 없습니다.

 

역사책에서 권력의 장을 넘겨 봅니다. 권력은 공인된 힘을 말합니다. 힘이란 영향력입니다. 영향력은 공인된 범위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힘을 가진 자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자들은 자신의 권력에서 파생되는 작은 권력들과 그 권력들을 지탱해주는 자리와 부의 원천(토지, 재물, 인력과 이것들을 오로지 할 수 있는 특권 따위)을 미끼로 자신을 추종하게 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충'이란 개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충'이 '간'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9쪽)'이었습니다. 어쩌면 충신과 간신 간의 관계는 손바닥처럼 한 곳에 있는 듯합니다. 편 손 바로 뒤집으면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충신과 간신의 경계는 이 책 부제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우리 안에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충신의 기록이 중요한 것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간신의 기록도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간신의 기록은 이 책 제목처럼 역사의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 역사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에서부터 거의 대부분의 역사서가 간신의 행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그것으로 발췌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서는 어떠한가요? 간신의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역사는 공명정대했던가요? 부패한 조선은 백성의 고통에 외면했고, 결국 나라마저 일제에 빼앗기지 않았던가요? 오죽했으면 다산 정약용도 '간사한 짓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를 세세히 지적하고, 나아가 ''간신은 비를 세우고 이름을 새겨 영원히 기억하게 할지어다(233쪽)''라고 일갈했겠는지요?

 

간신을 경계하고 척결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 혼란과 망국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사회 혼란은 간신 소인배들의 등장을 부추깁니다. 또 간신 소인배들은 극렬한 사회 혼란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사회 발전사를 들추어보면, 사회 혼란은 예외없이 간신들에 의해 조성되었거나 가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간신 소인들의 권력 쟁탈과 상호 알력은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잔혹한 통치는 늘 민중들의 반발과 저항을 유발시켰습니다(133쪽)'.

 

그렇다면 간신을 어떻게 변별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통해서 확언할 수 있는 사실은, 간신은 예외없이 혼군을 등에 업고 출현했다는 점입니다. 간신은 위를 보지 절대로 아래를 보지 않습니다. 간신은 위만 보기 때문에 윗사람이 간신을 변별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신으로 착각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때때로 신문에서 소위 '충성 경쟁'이란 글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말은 '간신 경쟁'의 뒤틀린 용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랫사람에게는 간신이 보입니다. 왕조 시대의 간신은 제아무리 위장과 연기술이 뛰어나서 왕의 눈과 귀를 현혹시킬 수는 있어도 민심과 공론의 눈을 영원히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백성은 간신을 구별할 줄 알았다는 함의입니다.

 

지금 시대는 왕조의 시대도 아니고 다양한 생각과 여론이 혼재한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간신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인류 사회의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과 사명감은 개인의 높은 도덕과 아름다운 정조로 제현됩니다. 역사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 역사에 대해 책임 있는 정신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는 완전히 한 개인이 어떠한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160쪽)'. 이 시대의 역사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다 하는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할 수 있을 때 간신이 발 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역사는 경고합니다.

 

▲ 역사의 경고 - 우리 안의 간신 현상(김영수 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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