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3-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3회 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5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20/01/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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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3-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3회 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5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20/01/04 [21:46]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3-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3회 

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5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명의 꽃> 챕터16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결국 얼마 못 가 관졸들 모두는 목이 잘려 나뒹굴고 별장은 포박당해 그들에게 끌려갔다. 남은 무리들이 세 대의 수레를 털어 모든 조세품을 타고 온 말에 옮겨 실었다. 산적 하나가 영감의 보따리를 낚아채 마구 뒤졌다.

 

“이건 다 뭐야!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맨 말라비틀어진 풀뿌리들뿐이네!”

 

산적은 영감이 캔 약초를 사방으로 집어던지며 있는 데로 성질을 부렸다. 약재들은 산비탈 벼랑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아니 되오! 그러지 마시오!”

 

아무것도 없는 빈 보따리를 확인한 산적이 영감을 노려봤다.

 

“뭐야! 한푼도 없는 거렁뱅이야? 야! 이 늙은이두 끌고 가! 말은 잘 챙기구!”

 

“이보시오! 제발 이렇게 빌겠소이다. 나 좀 한번만 풀어주시오!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있소! 제발 부탁하오.”

 

산적들에게 영감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말을 빼앗기고 온몸이 밧줄로 묶인 채 끌려갔다. 산적들은 자신의 본거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 여러 길을 우회하고 돌아서 산속 깊이 들어갔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자 산채가 너른 나왔다. 그들이 산채입구에 다다르자 높다란 망대에서 망대꾼이 어딘가로 향해 휘파람 신호를 날렸다. 휘파람소리와 함께 성문처럼 높고 거대한 나무문이 천천히 좌우로 열렸다. 그곳에는 어린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몰려나와서 잡혀온 관아 별장과 영감을 신기하게 구경했다. 그들은 산채 안에서 가축도 치고 작은 농사까지 지으며 산적질을 하고 있었다. 영감은 마음이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갈 길은 먼 데 갈수록 태산이었다. 영감은 아씨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산적들은 영감의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 별장과 영감은 따로 옥에 갇혔다. 산중에는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산채 광장에 횃불을 밝혀놓고 약탈해온 조세물을 모든 산적들이 평등하게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돌볼 아내와 자식이 있었다. 산적들 대부분이 가난하게 농사를 짓다 귀족들에게 모든 토지를 빼앗기고 무거운 세금징수에 노동력까지 차출당하다 못 이겨 도망쳐 온 민초들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산채는 고요해졌고 불침번 보초들만 한둘씩 교대로 순찰을 돌았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나 좀 잠깐 보시오…….”

 

영감은 소리죽여 순찰 도는 사람을 불렀다.

 

“거, 귀찮게 시리!”

 

산적이 영감이 갇혀있는 곳으로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슈?”

 

“나 좀 풀어주시오. 나를 풀어만 준다면 사례는 뭐든 하리다. 부탁하오. 나와 원수진 건 없잖소?”

 

“사례……? 영감을 풀어주면 무얼 주겠단 거유?”

 

영감이 그들을 은밀히 불러 속삭였다.

 

“저기…… 사실은……. 내게 얼마간의 은이 있소이다. 만약 나를 무사히 탈출시켜준다면 내 그것을 모두 드리겠소. 어떻소?”

 

“쳇! 영감탱이! 뭔 헛소리슈! 아까 영감 보따리에서 풀뿌리만 몇 개 나온 걸 내가 봤는데 영감이 돈이 어딨수?”

 

“정말이오. 내 목숨이 달린 일이거늘, 헛소리 하겠소? 그 대신 나를 이곳에서 완전히 탈출하게 해주면 그 때 주겠소.”

 

“그게 정말이유? 영감탱이! 허튼짓 하면 그땐 재미없는 줄 아슈!”

 

“물론이오. 약속은 꼭 지키겠소.”

 

산적 둘이 망루와 주변을 은밀히 살피더니 옥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한 사람은 망을 보고 한 사람이 밧줄을 풀어주었다.

 

“조용히 우릴 따라 오슈.”

 

그들은 망루에서 망을 보는 이들의 눈을 피해 가능한 몸을 숙이고 산채 뒤로 살금살금 돌아갔다. 영감이 어둠 속에 잔뜩 긴장한 채 서둘러 그들을 뒤따라갔다. 산적 둘은 사택이 줄지어 있는 뒤꼍 개구멍 쪽으로 영감을 안내했다.

 

“자, 이리 나가면 살 수 있을 거유. 그전에 어서 은전부터 당장 넘기슈.”

 

“그 전에 하나 물어보겠소. 아까 당신들과 마주쳤던 그 고갯길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오?”

 

“이 구멍으로 나가서 곧장 비탈길을 내려가다 우측에 고목나무가 하나 보이면 그 아래로 한참을 더 내려 가슈. 그러면 샛길이 하나 나올 거유. 그 길을 따라 가다 갈라지는 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그 고갯길과 만날 거유, 됐수? 어서 은전 이리 내 놓으슈!”

 

영감은 가죽 동구니를 발에서 벗더니 그 안에 꽁꽁 싸두었던 은 반 돈을 꺼내 산적들에게 내주었다. 그것을 건네받은 산적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적들은 개구멍을 벌려 영감이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는 이내 어둠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영감은 달빛을 의지해가며 어두운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낯선 밤길로 도망치는 동안 영감은 온통 구르고 나무에 찢기고 온몸이 쓰리고 아파왔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산비탈을 더듬어 내려가니 산적들이 일러준 대로 남태령 고개와 만나는 샛길이 나왔다. 멀리 여명이 푸르스름하게 몰려왔다.

 

‘토복령을 찾아야 한다……. 어제 이곳 어딘가에 그들이 버렸는데…….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 하늘을 보니 이제 곧 아침 해가 뜨겠구나…….’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였지만 불을 피울 수도 없었다. 손과 발이 젖고 얼어 감각이 없었다. 영감은 입김으로 손을 녹이고 온몸을 주무르며 그곳 나무아래 숨어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7

 

아침 해가 곧 떠올랐다. 해가 뜨자마자 영감은 주변을 경계하며 고갯길로 내려섰다. 어제 자신이 습격을 당했던 곳이 어디쯤 인지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살폈다. 얼마를 가자 영감의 찢어진 보따리가 바람에 날려 벼랑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영감이 부러진 막대기로 그것을 조심조심 끌어당겼다. 보따리가 걸렸던 곳 아래를 샅샅이 뒤졌다. 돌길위에, 나뭇가지 위에, 나뭇잎 위에 수북이 떨어진 토복령과 명감나무 잎을 보이는 데로 주워 보따리에 다시 담았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약재가 몇 뿌리 더 보였다.

 

‘시간이 없다……. 어서 빨리 저것들을 주워 서둘러 떠나야한다…….’

 

영감은 가파른 벼랑을 나뭇가지에 겨우 의지해서 조심조심 내려갔다. 저 아래 굵고 실한 토복령 몇 뿌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것들이면 아씨가 몇 번은 탕약을 더 드실 수 있을 터인데…….’

 

영감은 그 소중한 약재를 포기하고 떠날 수 없었다. 날카로운 돌조각들이 발밑으로 굴러 내렸다. 화살촉처럼 뾰족한 돌들이 영감의 장화를 찢었다. 더 이상은 위험해 내려갈 수 없었다. 그곳부터는 한발만 잘못 디뎌도 천길 바위벼랑 아래로 떨어져 몸이 산산조각 날 터였다. 영감은 주변에 마른 가시덤불을 부여잡고 멀리 있는 토복령을 향해 한 손을 길게 뻗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영감의 손끝에 닿을 듯 말듯 토복령은 손끝에 밀려 자꾸만 벼랑 아래로 떠밀렸다.

 

‘아……, 너무 멀다. 자꾸만 뒤로 밀려나니 원. 자 다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두둑……! 탁!’

 

‘촤르르르……!’

 

“흐으아아악……!”

 

그 순간 영감의 손에 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밤새 얼어 그만 ‘툭’부러지고 말았다. 영감의 모든 체중이 실렸던 손에서 나무가 부러지자 영감은 천길 바위 벼랑 아래로 끝도 없이 굴러 떨어졌다.

 

‘촤르르르……! 우당탕탕……! 떼구르르……! 촤르륵……! 탁!’

 

돌덩이들이 한참을 더 흘러내렸다. 영감은 까마득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옆으로 쓰러진 영감의 이마에서 아래쪽으로 굵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영감은 의식을 잃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까악……! 까악……! 까악……!’

 

영감이 쓰러진 공중 위로 까마귀 떼가 둥글게 맴을 돌며 불길하게 울어댔다.

 

8

 

황해도 해주목 신광사 주지스님으로 있던 백운은 그 자리를 내놓고 개경에 있는 선원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간 왕의 권유로 신광사에 머물렀었지만 백운은 고향과 같은 선원사가 한시도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선원사로 돌아온 백운은 갈수록 멀리까지 다니며 부처님 말씀을 설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며칠씩 절을 비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관악산 남태령에 해가 중천에 뜨도록 영감은 깨어나지 않았다. 새까만 까마귀 소리만이 을씨년스럽게 영감이 쓰러진 공중을 뒤덮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어디선가 무수한 숫자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소리가 영감 가까이 다가와 멈췄다.

 

“상장군님. 웬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습니다!”

 

“그래? 행렬을 잠시 멈춰라!”

 

“정지! 정지! 모두 멈춰라! 정지!”

 

“의식이 있는지 살펴봐라!”

 

그들은 상장군의 인솔로 출동한 산적 토벌대였다. 어제 이곳에서 조세물을 약탈당했다는 신고가 받고 산적을 토벌하러 파견된 군사들이었다.

 

“흔들어봐라!”

 

“이보시오! 이보시오! 정신 좀 차려보시오!”

 

 

 

-> 다음 주 토요일 ( 1/11) 밤, 54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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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04 [21:46]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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