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해진 미래

박현식 | 기사입력 2020/02/22 [20:25]

[서평] 정해진 미래

박현식 | 입력 : 2020/02/22 [20:25]

 

▲ 정해진 미래

정해진 미래(조영태 저, 2016)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책을 내면서 가장 고심하는 일 중의 하나가 책 이름 짓기입니다. 책의 주제를 아우르면서 독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목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읽게 된 것도 눈에 확 들어온 제목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정해진 미래'라니? 어떤 미래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미래가 정해지는 것일까? 호기심에 궁금증이 더해지면 말릴 수 없는 강렬한 동기부여가 되곤 합니다.

 

정해진 미래를 그려낼 수만 있다면 무슨 불안과 걱정이 있으랴. 궁금할 것도, 불안할 것도 없는 선명한 그림 같은 미래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 미래를 준비하고 가야만 할 길도 분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이건 조직이건, 예측하고 준비하는 미래는 늘 불투명하고 불안합니다. 그 이유는 현재라는 지지대 없이 미래만 그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이 이렇고, 흘러가는 방향이 이러하니, 미래는 이렇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제시되어야, 사람들은 비로소 납득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궁리하게 된다(6)는 뜻입니다. 그 화두와 중심에 '인구'가 있습니다. 미래를 판단하는 수많은 프레임 중에서 가장 정확한 예측 툴이 '인구'라는 데에는 크게 이론이 없습니다. 이민 등 해외이동이 극심하지 않은 한, 10~20년 후를 예측하는 데 현재로서는 인구만큼 정확한 툴이 없다(7)는 말입니다.

 

우리가 인구 문제를 논의할 때 우선 찾아보는 자료는 인구통계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인구란 사람의 출생과 이동 및 사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기반으로 산출된 각종 인구통계만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인구통계 자료로부터 유의미한 해석을 풀어낼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인구통계로부터 의미 있는 해석을 도출하고, 그 결과가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그 대책을 연구하는 학문이 '인구학'입니다. 그래서 인구학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은 인구변동입니다. 우선 인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여 유의미한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만, 현재의 사회구조가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은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이 많습니다. 사실 전체 인구가 감소한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데 인구가 감소한다고 걱정할 만큼, 출산율이 인구변동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함축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출산율이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에 낳은 평균 출생아 수의 합계를 말합니다. 출산율의 변동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먼저 가족을 둘러싼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학교 및 노동시장 등,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여파는 가족, 교육, 경제, 사회 및 정치 체계와 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018년 한국의 출산율은 0.98입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보기 드문 초저출산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특정 영역에서 한두 가지 이유로 사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출산율의 추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출산율처럼 정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해결책을 찾으라고 다 보여주는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통섭적 분석과 대책을 적기에 이루어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1953년 휴전 후 한국의 출산율은 상승 일로였습니다. 195366만 명이었던 출생자 수는 19597841백명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들을 전후 세대(1953~1959년생)라고 합니다. 곧이어 배이비붐 세대를 맞이합니다. 1960792350명이었던 출생자 수는 19679864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들을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60~1967년생)라 합니다. 그리고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에 이르러서는 100만 명(1971102만 명)을 넘어섭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였고, 이를 근거로 산아제한을 권장하는 시대였습니다. 맬서스 이론의 핵심은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식량이 부족하고 기근이 생기므로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상승 일로를 달리던 한국의 출생률은 1970년대 중반부터 감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전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많은 자녀를 낳지 않았고, 그들 자녀세대의 출산율도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그 속도는 브레이크 없는 가속페달을 밟은 것처럼 빠르게 진행됐고, 미래에도 이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2017년 출생자 수는 3577백 명입니다. 이제 저출산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위기이기는 하지만 개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이니 대학 진학과 취업 및 주택 구매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고령화' 현상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일할 젊은이는 줄어들고, 그들의 세금으로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는 늘어날 것입니다. 노후자금이 부족한 고령자들은 가능한 한 오래 일을 하려 하고, 젊은 층과의 일자리 경쟁을 불사할 것입니다(98). 심각한 세대갈등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인구변동으로 변화된 미래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우리의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저자는 경고합니다. 저출산이 불러올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고. 정부와 민간, 개인의 지혜와 결단이 모이지 않으면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이 밟아왔던 인구쇼크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아니, 우리의 현실은 지금의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고. 오늘의 위기를 이겨내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가?(21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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