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2회 챕터19 <다시 살아난 용광로>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20/03/07 [20: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2회 챕터19 <다시 살아난 용광로>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20/03/07 [20: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2-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2회

챕터19 <다시 살아난 용광로> 제2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19 간지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2

 

그날부터 묘덕은 한동안 집에 가지 않았다.

 

“자, 아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머릿속에 잘 기억했다가 잊지 말고 반드시 기록해 두셔야 할 것이오. 이 비법서는 보름 후 그자들이 다시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오. 우선 그간 내가 이 서책을 기본서로 하며 터득한 것들이오. 이는 서책에도 있고 또한 없는 것도 있소. 내가 말하는 것은 금속활자 주조에 있어 내가 그동안 직접 터득하며 증보된 이론이요. 그러니 아씨는 지금부터 내가 일러주는 내용과 이 서책에 기록된 내용을 모두를 다 섭렵하고 필사해 보관하도록 하시오. 자, 시작하겠소.”

 

“예, 영감님. 시작하셔요.”

 

그녀는 영감이 알고 있는 금속활자주조법에 대한 모든 것을 빠짐없이 받아 적으며 배워가기 시작했다.

 

“자! 주자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글자본을 정해야 하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의 글씨나, 기존에 인쇄된 책 중에서 글씨체가 좋은 글자본을 정하시오. 그다음 밀랍 을 정제하시오. 밀랍은 야외에서 채취한 토종벌집의 찌꺼기를 솥에 넣고 끓여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순수한 밀랍을 추출하는 과정이오. 벌집을 가마솥에 넣고 가열하여 충분히 끓고 입자가 풀어지면 그때 바로 식기 전에 고운 채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고 차게 굳히시오. 그 위로 기름처럼 뜨면서 단단하게 굳는 결정체를 밀랍이라 하는 것이오. 그것들이 단단하게 굳으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두고 사용하는 것이오. 추출된 밀랍은 밀랍활자 제작과 금속활자를 조판할 때 접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도 꼭 기억하시오. 그다음에는 밀랍활자(어미자)를 만들어야 하오. 밀랍을 일정한 크기로 만들고, 밀랍막대기에 선정된 글자본을 뒤집어 붙이고 인두에 약간의 열을 가해 그 위를 문지르면 종이에 밀랍이 스며들며 뒷면으로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나게 되어 있소.”

 

“예.”

 

그녀의 눈은 활자장 영감이 하는 모든 비법을 전수받느라 활활 불타고 있었다.

 

“다음, 글자본이 붙은 밀랍이 단단하게 굳어지면 칼을 사용하여 글자를 새기는 것이오. 글자를 새긴 후에는 밀랍활자 표면에 남아 있는 종이를 깔끔하게 모두 제거해야 좋소. 그다음, 밀랍막대기에 새긴 글자를 하나씩 낱개로 잘라내어 밀랍활자를 만들어야 하오. 그 다음 밀랍활자(어미자)에 양각된 글자의 획이나 굵기 등을 잘 다듬어야 하오. 밀랍봉(쇳물이 흘러가는 길)에 밀랍 활자(어미자)를 붙여 어미자 가지쇠를 만드시오. 이때에 밀랍봉의 무게는 붙여진 밀랍 활자의 무게를 합산한 것보다 세배 이상 무거워야 쇳물이 잘 들어간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다음 할 일은 주물토(鑄物土) 제작이오. 이는, 가장 정성이 많이 가는 부분이니 아씨 부디 잘 들으시오. 자연산 황토를 채취하여, 채로 걸러 고운 황토 입자를 얻고 난 후. 추출된 고운 황토에 물을 부은 후, 손으로 저어줘야 하오. 이때에 황토는 가라앉고 황토 안에 있는 점성이 물과 함께 표면에 뜨면. 물과 점성을 따라 낸 후, 깨끗한 물을 다시 붓는 것이오. 이러한 과정을 대여섯 차례 반복해서 쇳물의 표면을 매끈하게 형성시킬 고운 입자의 황토만 얻으려는 것이오. 이러한 과정을 "앙금 처리"라고 하오. 또 한 가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소. 고운 모래를 채취하여 반드시 미리 한번 불에 굽도록 하시오. 모래는 쇳물을 부울 때 생기는 극도의 뜨거운 김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아씨는 꼭 기억하셔야 하오. 생 모래를 사용할 경우 그 신축성으로 인하여 거푸집을 구울 때, 거푸집이 갈라지기 때문에 그냥 쓰면 실패하오. 이것들의 원인을 찾는데 나는 오랜 시일이 걸렸소. 반드시, 모래를 불에 구워 사용하오. 이런 비법을 모르면 제 아무리 실수를 반복해도 주자를 절대 완성할 수 없소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다음, 첫 번째 거푸집(속 거푸집)을 만드는 방법이오. 잘 기억하시오. 이는 내가 그동안 오랜 터득으로 깨우친 나만의 방법이오. 여러 번 앙금 처리한 황토와 구운 모래를 각각 칠 할과 삼 할 정도의 비율로 섞어야 하오. 두 가지를 섞은 주물토에 약간의 점토와 물을 뿌리고 반죽을 하시오. 최소한 두 식경 이상 반죽을 계속해야 할 것이오. 반죽이 다 되었으면 끌 칼과 같은 것으로 반죽된 주물토를 밀랍봉과 어미자 가지에 빈틈이 전혀 없도록 고루 바르시오. 그런 다음 통풍이 잘되는 곳이면서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하오. 이 방법을 반복하여 필요한 수량의 (속)거푸집을 만드시오. 그 다음에는 두 번째 거푸집(겉 거푸집)을 만들어야 하오. 황토와 구운 모래를 각각 칠 할과 삼 할로 섞은 주물토에 불에 검게 태운 왕겨와 불에 한번 구운 굵은 모래를 섞어 겉 주물토를 만드시오. 섞은 주물토에 약간의 점토와 물을 뿌리고 반죽하는 것이오. 이것은 한식경이상 반죽하시오. 반죽된 겉 주물토는 황토가 칠 할, 구운 모래가 이할 구 분, 왕겨 태운 재가 일 분이오. 이세가지를 분량대로 혼합해 처음에 만들어 놓은 (속)거푸집 겉 부분에 또 발라 두 겹의 거푸집을 완성해 그늘에서 굳혀야 하오. 그다음, 밀랍활자(어미자)를 녹여내야 하오. 이중으로 만든 거푸집이 잘 건조되면 쇳물을 붓기 위해 거푸집 안에 있는 밀랍을 잘 녹여 내고. 이 때 밀랍 활자와 밀랍봉이 녹아 흘러내릴 것이오. 밀랍의 소성(燒成)과 거푸집의 완전한 건조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푸집에 남아 있는 밀랍 찌꺼기 같은 불순물로 인해 글자의 획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활자 표면에 기포(氣泡)가 형성되어 글자 형태가 제대로 각인되어 나오지 않으니 아씨는 반드시 이 점을 주의해야 하오.”

 

“영감님. 꼭 주의하겠습니다.”

 

“그다음 할 일은 쇳물을 녹이는 것이오. 어제도 아씨께 말씀 드렸듯. 쇳물의 주요재료는 구리가 팔 할 팔 분, 주석이 십 할 이 분, 인이 서분이오. 이렇게 세 가지 비율로 혼합한 청동을 도가니에 넣고 녹이는 것이오. 또 하나 반드시 기억해 두실 것이 있소. 거푸집의 온도가 뜨거워야 공기가 차단되어 쇳물이 고루 잘 흘러가기 때문에 거푸집에 밀랍 활자와 밀랍봉이 빠진 직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쇳물을 부어주어야 불량 주자가 생기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소이다. 청동합금은 쇳물의 뜨거움이 최고점에 올라갔을 때, 도가니에 인청동을 넣어 순간적으로 온도를 높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쇳물의 힘을 극대화 시킨 다음, 거푸집에 바로 쇳물을 주입하면 성공률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오. 이때 거푸집은 평평한 모래 위에 올려놓고 쇳물이 흘러들어 갈 때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켜야 몸을 다치는 일이 없소.”

 

“예.”

 

“다음은 완성 된 활자를 다듬어야 하오. 거푸집에 부은 쇳물이 완전히 차게 식거든 단단해진 거푸집을 깨고 밀랍 모형과 똑같은 금속 모형을 분리해 내야 하오. 그것을 쇠톱이나 실톱을 사용하여 활자 하나하나를 잘라내고 쇠줄을 이용하여 활자의 모든 면을 매끄럽게 잘 다듬어야 나중에 인쇄가 깨끗하게 나올 수 있소. 그다음은, 활자 보관하는 요령이외다. 완성된 활자는 한자(漢字)의 부수별 순서에 따라 반드시 분별하여 보관함에 넣어두어야 사용할 때 혼동을 막을 수 있소. 그다음은 조판을 해야 하오. 아씨가 인쇄하고자 하는 내용대로 활자를 활자 보관함에서 차례차례 꺼내어 인판에 배열하고 그것들이 흔들림이 없도록 각각 가로세로 줄과 사방을 얇은 적당한 길이의 나무막대로 단단히 고정하고 조판하면 되는 것이오. 이제 인쇄를 해야 할 차례요. 금속활자에 잘 묻는 유연묵(油煙墨)을 활자판에 골고루 바른 다음 한지를 덮고 말총이나 사람의 머리카락을 뭉친 인체로 골고루 힘을 가해 눌러주며 인쇄하면 되는 것이오. 책표지로 쓸 종이는 미리 여섯 장을 겹쳐 기름과 밀랍을 먹인 황색 장지로 준비하시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인쇄용지는 겉장과 속지를 잘 말린 후 순서대로 엮어 오침안정법으로 다섯 개의 구멍을 뚫으시오. 질긴 삼끈으로 구멍을 서로 엇갈려 연결해 묶되, 그 구멍에 반드시 종이 못을 끼워 넣어야 하오. 이는 나중에 삼끈이 낡아 끊어져도 그 책들이 낱장으로 모두 흩어지는 낭패를 막고자 함이오. 책의 내용을 앞뒤 순서에 맞게 모아 삼끈으로 견고하게 묶으면, 보시다시피 이렇게 책의 형태를 갖추게 되고 모두 금속활자 서책 제작이 모두 끝나는 것이오.”

 

그녀는 긴긴 세월동안 우여곡절 끝에 활자장과 함께 겨우 완성한 한권의 모의(模擬) 금속활자 서책을 완성했다. 그녀는 뜨거운 마음으로 그 책을 품에 안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방금 만들어진 서책을 손으로 수없이 쓰다듬었다.

 

“아씨……. 내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아씨를 끝까지 도울 것이지만, 행여 내가 없더라도 아씨 혼자 능히 하실 수 있도록 부디 잘 숙지하셔야 하오.”

 

“영감님. 꼭 명심하겠습니다.”

 

3

 

“자 그럼, 지금부터 내가 아씨께 당부드릴 또 하나는, 유연묵에 대한 것이오. 주자는 인쇄의 선명도가 생명이오. 좋은 먹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소. 좋은 먹은 눌어붙거나 껄끄럽지 않고 막힘이 없어야 하오. 그리고 갈았을 때 입자가 가늘어야 좋은 먹이라 할 수있소. 먹 속에 이물질이 섞이지 않고 기포가 적거나 없으며, 먹 자체가 단단하여 푸석푸석한 느낌이 없고 갈 때 입자가 고르면서도 가늘게 나타나는 것을 좋은 먹이라 하오. 또한 먹색이 검어야 하오. <묵경(墨經)>에 보면 `먹을 갈 때 붉은 것이 제일이며, 순수하게 검은 것이 그 다음이고, 푸른빛이 나는 것이 그 다음이며, 하얀빛이 나는 것이 그 다음이다'라고 하였소. 그리고 먹은 서로 부딪혀 보았을 때, 그 소리가 아주 맑아야 하오. 먹은 갈거나 두드렸을 때 들리는 소리가 맑고 청아하면 좋은 것이고, 둔탁하고 굵으면 나쁜 것임을 기억하시오. 저자거리에서 먹을 구입할 때는 먼저 먹에다 입김을 쏘인 다음 얼른 코로 냄새를 맡아 사향이나 용뇌의 향기가 은은히 나면 그게 가장 좋은 먹이오. 먹 자체는 향기가 없으나 먹을 갈 때 맑은 향이 풍기는 것이 좋은 먹이라오. 또 한 가지, 먹을 가는 물은 항상 맑은 물을 사용해야 하오. 뜨거운 물은 먹이 빨리 갈리나 입자가 굵어지고, 차를 우렸던 물은 먹의 광택에 손상을 입히니 그런 물은 절대 사용하지 마시오. 그리고 먹을 갈 때는 무겁게 누르면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좋소. 항상 곧바로 세워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고. 먹물은 막 갈아서 신선할 때 써야 하오. 미리 갈아서 하룻밤을 묵힌 먹물은 입자가 굵어지고 아교 성분이 풀어져서 좋지 않소. 아무리 값비싸고 좋은 먹이라 해도 사용 방법에 게으르면 그 최고의 효과를 얻지 못하오. 그러니 그때 그때 바로 쓸 분량만 먹물을 갈아두고 쓰시오.”

 

“예, 영감님.”

 

묘덕은 여러 밤과 낮이 바뀌는 동안 손을 걷어 부치고 활자장 최영감의 지시에 따라 빈틈없이 배우며 반복해서 실험하고 분석해나갔다. 활자장 영감의 다친 눈을 싸맨 무명 수건에,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목단꽃처럼 붉게 피어났다. 묘덕은 영감님이 가슴으로 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름이 지나갔다.

 

“이제……. 그자들과 약속된 시일이 다 찼구려. 곧 최하라는 자가 와서 약조대로 이 서책을 가져갈 것이오.”

 

 

“영감님…….”

 

 

 

 

 

 

-> 다음 주 토요일 ( 3/14) 밤, 6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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