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저, 정영목 옮김, 2011) / 차용국

이정현 | 기사입력 2020/03/24 [00:37]

[서평] 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저, 정영목 옮김, 2011) / 차용국

이정현 | 입력 : 2020/03/24 [00:37]

 

▲ 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저, 정영목 옮김, 2011) / 차용국

 

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저, 정영목 옮김, 2011) / 차용국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나 1962년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환속했습니다. 이후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종교학 연구에 전념하여 업적을 쌓았습니다. 특히,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 등 전통 종교의 기원에 관한 비교연구를 통하여 화해와 평화를 모색한 성과는 지대했습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입니다. 저자의 해박한 비교종교학적 지식과 영성적 통찰력을 통합한 산물입니다.

 

인류 정신문명의 중심에서 흐르고 있는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관하여 저자가 주목한 곳은 '축의 시대(Axial Age)'입니다. 이 용어는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가 명명한 시기로,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를 말합니다. 이 시기에 인류 정신문명의 중심축이 될 위대한 종교와 철학이 탄생했습니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입니다(6). 축의 시대에 형성된 종교와 철학의 전통은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 경이로운 시기의 인류 정신사를 다룬 역사서입니다.

 

물론 인류의 종교와 철학의 모태가 축의 시대에 비로소 발아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축의 시대 현자들이 인류의 영성(정신성, spirituality)에 관한 성찰을 처음 시도한 것도 아닙니다. 축의 시대의 영성을 처음 시도한 이들은 러시아 남부의 초원 지대에서 사는 목축인 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아리아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리아인은 별도의 인종 집단이 아니었으며, 아리아인이라는 말은 인종적인 용어가 아니라 자부심의 표현으로서 '고귀하다'거나 '명예롭다' 같은 의미였습니다(23). 그들은 대략 기원전 4500년경부터 카프카스의 초원지대에 살았는데, 기원전 3000년대 중반에 이르자 부족 단위로 이동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리아인은 기원전 1500년대에 카프카스 산맥 남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아르메니아지역에 자리 잡은 사회들과 교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아르메니아인에게서 청동 무기에 관해 배웠으며, 초원 지대의 야생마를 길들이는 법과 그 말들에 마구를 채워 전차를 끌게 하는 법도 배웠습니다(29). 이제 아리아인은 전사가 되어 이웃의 정착지를 기습하여 작물과 가축을 약탈했습니다. 초원 지대에는 전례 없이 폭력이 늘었습니다. 심지어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인 전통적인 부족들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새로운 군사 기술을 배워야 했습니다. 영웅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힘이 정의였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인도로 이주한 아리아인의 호전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의 영웅은 이동하는 전사이자 전차를 탄 투사였습니다(41). 심지어 그들에게 전투는 성스러운 활동이었습니다. 그들은 지상에서의 전투와 신들의 전투를 동일시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제례 의식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제의는 희생제와 노획물의 전시장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일부 원주민 부족들이 거행하는 '포틀래치' 의식과 비슷했습니다. 포틀래치는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벌이는 선물 분배 의식을 말합니다. 제의의 규모는 계속 성대해지고, 그만큼 폭력과 착취도 증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축의 시대 이전의 종교는 신과 인간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고, 신과 인간 너나할 것 없이 매우 폭력적이었습니다. 성경의 창세기나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신화가 대부분 혼돈에서 시작하는 것도 당시 만연한 불안과 공포의 일면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이런 척박한 환경에 내재된 불안과 공포를 직시했습니다. 그들은 혁신가일 뿐만 아니라 실천가였습니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이런 척박한 환경에 내재된 불안과 공포의 사슬을 풀고 질서와 평화를 찾아내고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혁신가였습니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기존의 교리나 형이상학적인 논리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내세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치열하게 성찰하고 행동한 지점은 현실이었습니다. 그들은 종교적 가르침을 의심 없이 또는 간접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모든 가르침을 경험적으로, 즉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검증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9). 무엇보다도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9). 축의 시대 현자들은 깊은 성찰을 통해 깨달은 보편적 원칙들을 설파하는 실천가였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삶의 희망과 마음의 평안, 영혼의 구원을 도와주어야 할 종교가 종종 증오와 절망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신앙이 개인과 조직 간의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믿음의 교리가 민족과 국가 간의 분쟁과 테러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교관은 축의 시대 현자들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왜곡하는 일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축의 시대 현자들은 목가적인 환경에서 사랑과 자비와 인과 같은 보편적 종교와 윤리를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현대로 이어진 각각의 종교와 윤리의 전통은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전에 없던 폭력과 전쟁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발전했다(11)는 교훈을 명심해야 합니다.

 

축의 시대 현자들이 치열한 성찰과 실천을 통해 구축한 종교와 철학은 인류의 보편적인 선한 정신이었습니다. 따라서 각각의 종교와 철학의 정수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신앙이 다른 사람들의 신앙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의 전통을 떠나지 않고도 나름으로 추구해 오던 공감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다른 전통으로부터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11). 만일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믿음에 호전적이고, 편협하고, 불친절해진다면, 그것은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념 때문에 자비로운 행동을 하고 낯선 사람을 존중한다면, 그것은 좋고, 도움이 되고, 건전한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주요 전통의 진정한 종교성을 검증하는 잣대(663)"가 될 것입니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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