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8회 -마지막 회-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8회 챕터22 <아! 불멸의 꽃, 직지(直指) > 제4화 -마지막 회-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20/04/18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8회 -마지막 회-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8회 챕터22 <아! 불멸의 꽃, 직지(直指) > 제4화 -마지막 회-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20/04/18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68-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68회 마지막회

챕터22 <아! 불멸의 꽃, 직지(直指) > 제4화 마지막회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22 간지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허 열? 열이 같은데……. 분명 허열 이었어.’

 

회산길에서 잠시 스친 낯선 그에게서 난데없이 오래전 친구 열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열이는 오래전 그의 남편이었던 정안군과 수춘옹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기도 했다. 정안군과 묘덕이 혼사를 치르기 전날,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친구 묘덕이 아버지의 후실로 들어옴에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간 후 수십 년이 흐른 지금껏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저 멀리 멀어져가는 그 스님을 뒤쫓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많이 늙은 그녀의 걸음은 마음처럼 옮겨지지 않았다. 삿갓을 눌러 쓴 나그네의 뒷모습은 벌써 저만치 윤필암 사천왕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숨 가쁘게 뒤따라간 묘덕스님은 윤필암 경내를 헤매며 그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법당에도 선방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 가슴에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열이는 순식간에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녀는 공양간으로 달려갔다.

 

“보살님……. 혹시 방금 이쪽으로 들어온 나이 지긋하신 스님 한분 못 보셨습니까……?”

 

“스님……요? 아니요……. 아무도 온 사람이 없는데요…….”

 

“그래요? 이상하네. 방금 삿갓 쓰신 스님 한분이 이 암자로 들어가시는 걸 제가 아는 분 같아 급히 뒤따라 왔거든요. 이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분명히 보았는데……. 짧은 순간 그분이 어딘가로 사라지셨어요…….”

 

“이쪽으로는 아무도 온 사람이 없는데. 제가 계속 공양간 안팎을 드나들며 물일을 했거든요. 스님, 그럼 혹시 모르니 스님들이 모여계시는 지대방과 대방에 가서 한번 찾아보시어요.”

 

그 보살은 묘덕스님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급히 공양간 밖으로 나가 스님들이 머무는 방문을 모두 열어보았다. 그러나 방금 전 산길에서 그녀 곁을 스쳐갔던 낯선 스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쓸쓸히 발길을 돌려 윤필암을 내려왔다.

 

‘이상하다. 분명 허 열이었어. 아냐, 그럴 리가. 열이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닐 거야. 아니야, 분명 열이었어. 비록 세월이 흘렀긴 하지만 그 스님은 분명 열이 틀림없었어……. 만약 열이 맞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오래전 나 때문에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는데, 그가 그럼 스님이 되셨단 말인가? 제발 우연이라도 좋으니 어디선가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산문을 나오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은 오래전 열이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어미와 아비도 버리고 영원히 집을 나간 그 친구를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묘덕이 본의 아니게 평생 씻지 못할 아픔을 안겨주고 말았던, 가엾은 허열의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미어질듯 아파왔다. 묘덕스님은 몹시 노쇠해진 몸으로 흥덕사에 돌아왔다. 묘덕스님에게 흥덕사는 부처님 품과 백운화상스님 그 자체였다. 끊임없이 흐르는 무심천에는 백운화상스님의 마음이 함께 묻어났다. 먼 길에서 돌아온 늙고 지친 그녀를 무심천은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몹시 피곤했고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숨쉬기도 버거울 만큼 몸이 까라졌다. 여러 날 직지 간행 일에 몰두하느라 그간 심신이 많이 지친 탓인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차고 행복했다. 묘덕스님은 흥덕사에서 저녁공양을 마치고 기운이 없어 일찍 늙은 몸을 누였다. 그날따라, 방안 천장 가득 신비로운 안개가 자욱했다. 그녀는 마치 천상에 떠있는 듯 황홀한 기분이 서서히 몰려왔다. 그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도 좋을 평안함이 한가득 느껴졌다. 그녀는 스르르, 깊은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4

 

묘덕스님은 그날 밤 신기한 꿈을 꾸었다. 하늘에서 흰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며 백운화상스승님이 곳곳에 불법을 설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꿈의 나락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꿈에서 묘덕스님은, 푸른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 맑고 푸른 청주 무심천이 아름답게 나타났다. 청주 무심천 변에서 백운화상스승님이 무수히 많은 관중을 모아놓고 부처님 말씀을 선포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주악천녀들과 가릉빈가들이 구름을 타고 너울너울 아름답게 날며 춤을 추고 비파를 타고 노래를 불렀다.

 

“여러분,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려면

 

반드시 자비의 배를 빌려야 하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면

 

반드시 지혜의 횃불을 밝혀야 합니다.”

 

백운화상이 묘덕을 보더니 반갑게 일어나 맞이했다.

 

“묘덕스님. 어서 오세요. 스님이 오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녀는 모든 속세의 짐을 내려놓은 듯 깃털처럼 가볍게 공중을 날아다녔다. 그날 밤, 윤필암 선방에서 나이 지긋한 한 노스님이 소피를 보러 나왔다. 그는 얼마 전 묘덕이 윤필암에서 서로 스쳤던 삿갓 쓴 묘령의 스님, 바로 묘덕의 옛 친구 열이었다. 해우소에 다녀온 노스님은 달빛 쏟아지는 윤필암 뜰을 가로질러 다시 침소로 향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노랫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그 소리는 실로 묘했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선율이었다. 세상의 음률이 아니었다. 노래인 듯하면서 새의 울음소리 같고, 새의 울음소리 같으면서도 세상에서는 이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었다. 그것은 마치 천상에서나 들려올법한 노랫소리였다. 노스님이 된 열이는 신령하고 몽롱한 노랫소리에 홀린 듯 그쪽으로 이끌려가고 있었다. 윤필암 대웅전 앞을 지나, 5층 석탑을 지나 그 음악소리를 따라 가보니 허공 위에서 신비한 형체의 새 한 마리가 너울너울 춤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그 새는 바로 불경에 나온다는 가릉빈가였다. 얼굴은 사람이었고 몸은 아름다운 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새는 허공 위쪽에서 유유히 날아다녔다. 제 몸보다 훨씬 길고 우아하고 오색찬란한 날갯짓은 마치 꿈을 꾸는듯했다. 가릉빈가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은하수 같은 영롱한 빛이 분수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신비한 빛을 내뿜으며 그 노스님의 머리 위를 맴돌던 가릉빈가가 하늘 위로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새를 따라 올려다 본 밤하늘에서 커다란 청용을 타고 눈부신 빛으로 오르는 석가모니불이 나타났다. 그 옆에는 손에 화려한 연꽃을 든 아름다운 관음보살도 보였다. 석가모니불과 관음보살은 백운과 묘덕을 많이 닮아 있었다.

 

“아, 아니……! 저 모습은……. 설마……. 하아……, 놀라운 일이로고!”

 

찬란한 금빛으로 뒤덮인 석가모니불과 관음보살이 나란히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그 노스님의 눈 속으로 가득히 들어왔다. 그 스님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넋을 잃고 한참을 올려다보던 노스님은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하늘을 향해 고요히 합장했다. 그 시간 고려의 모든 백성들은 조공과 세금으로 지친 고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장차 수백 년 후 금속활자가 가져올 엄청난 세상을 그들 모두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그들은 단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이 오기만을 꿈속에서나마 간절히 기다릴 뿐이었다. 직지금속활자가 몰고 올 엄청나게 눈부신 미래는 전혀 상상조차 못하고……. 그렇게, 그들은 작고 누추한 토방에서. 소박하고 긴 잠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었다. 그날 밤 누군가 청주고을 무심천과 흥덕사 밤하늘에서도 커다란 청용을 타고 밤하늘로 오르는 석가모니불과 관음보살을 보았다는 소문이 잠시 떠돌다 바람처럼 잊혀져갔다.

 

 

 

 

 

< 에필로그 >

 

 

 

“박윤선 박사님. 여깁니다, 여기! 하하하!”

 

언제 왔는지, 금속 활자장 임병진 장인과 이문교 연구원이 문화재청 직원과 함께청주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다. 한국은 어느 새 눈부신 가을이 듬뿍 무르익고 있었다. 마중 나온 반가운 얼굴들은 곱게 물든 단풍처럼 밝고 환했다.

 

“임병진 활자장님 이문교 연구원님 인사 나누시죠. 이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 관리위원회 엘 갸르쑝 사무총장입니다.”

 

“임병진 활자장님, 그리고 이문교 연구원님 반갑습니다. 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 관리위원회 엘 갸르쑝 사무총장입니다. 위대한 당신의 나라에 오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이토록 눈부시고 아름다운 나라인줄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들이 보내준 직지 금속활자 인쇄 간행물 관련 문헌자료가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인정했고 모든 임원이 최종회의를 거친 결과 직지(直指)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간행물로 인정하고, 유네스코에 현존하는 세계최초 금속활자로 등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네, 저도 그 가슴 벅찬 소식 들었습니다. 갸르쑝 총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박윤선 박사님, 정말정말 노고가 크셨습니다. 이번일은 박사님이 이루신 역사적 쾌거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해 낸 것이지요. 후훗, 어젯밤 기쁜 소식을 안고 고국에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잠 한 숨 못 잤습니다.”

 

“하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자! 박사님, 어디로 먼저 모실까요?”

 

“엘 갸르쑝 사무총장님, 어디로 먼저 가시겠습니까?”

 

“음, 물론 청주 흥덕사지로 먼저 가보고 싶습니다. 무심천도 빨리 보고 싶고요.”

 

“아, 그래요? 갸르쑝 사무총장님. 우리 청주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청주의 하늘을 보시게 되면 아마 구름 속에서 백운화상스님과 묘덕스님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한번 기대해 보시죠. 하하하! 아, 그리고 무심천변 소나무는 꼭 보셔야합니다. 무심천변을 가로지르는 노송들 위에는 천년을 영생하는 백학들이 아름답게 날아와 총장님을 금속활자가 만들어지던 고려시대의 그 흥덕사로 안내할 지 누가 압니까? 흥덕사 뒤란 주자소에서 활자장 최영감님이 지금도 직지(直指)를 새기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오……! 그래요? 그 영감님도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청주의 맑은 하늘과 무심천과 고고한 노송들! 그리고 흥덕사 묘덕스님의 흰 나비 같은 바라춤과 백운화상스님의 혼이 깃든 그 법고소리! 지금 제 귀에 이미 들리는 듯합니다. 오, 난 벌써 한국과 깊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지금 빨리 가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박윤선 박사와 모든 일행은 연꽃처럼 화사한 웃음을 안고 청주공항을 빠져나갔다. 박윤선 박사, 그녀가 걸어가는 맞은편에서 한줄기 가을바람이 휘익, 불어왔다. 단풍이 환한 공항청사 가로수들이 일제히 몸을 흔들었다. 가을이 곱게 물든 나뭇가지에서 수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을 타고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앞을 지나치는데 문득, 신비로운 유연묵향이 박윤선 박사의 코끝을 스쳤다. 어디선가 목탁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가을하늘 흰 구름 사이로 백운화상과 묘덕스님이 막 합장 하고 말없이 돌아서는 모습이 언뜻 스쳤다. 잠시 스친 그 미소가 무척이나 깊고 그윽했다.

 

 

 

<끝>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심사평]

 

 

 

대상 수상자 김명희

 

‘직지(直指)’의 역사를 일상적인 삶의 무대로 인도한 솜씨 단연 으뜸.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이 주최하고 한국소설가협회가 주관하는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은, 응모편수의 증가와 작품 수준의 향상이 말하는 바와 같이 점차 그 인지도가 제고되는 반가운 현상을 보였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와 역사와 교육 문화의 도이 ‘청주’를 제재로 한다는 전제조건을 설정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향상의 경과를 보이는 것은 이 상의 제적의의가 바람직하게 수용되고 있다는 증빙이라 할 수 있겠다.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올라온 응모작은 장편 3편, 중편2편, 단편2편 등 모두 7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저마다 미리 주어진 과제를 일정한 방식으로 그 이야기 구조 속에 포괄하고 있었으며, 대체로 역사의 갈피 속에 숨어 있는 과거사를 상상력으로 복원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현실 가운데로 이끌어 오는 중층적 구조를 보였다. 시간적 공간적 진폭이 큰 두 가닥의 이야기를 하나의 꿰미로 엮어내는 통어력은, 그 이야기에 서사적 탄력성을 공여하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예심을 통과했으나 본심에서 입상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장편『백운화상』은 불교적 인식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일본과의 관계사가 배경으로 제시되는 등 공이 든 대목이 많았으나, 좀 더 정제가 필요한 ‘무협소설’과 같다는 후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런가 하면 중편 『무심가』는 ‘직지’를 중점적으로 조명한 집중력이 돋보였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이 소설의 전개를 강박한 느낌이 있었다. 단편 『비구니 시주승 묘덕』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목화와 금속활자의 접점을 찾았으나, 그 너무 절묘한 조합이 외려 소설적 사실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단편『찬란한 아침』은 ‘직지’ 제작과정을 잘 담았지만 보다 생동하는 소설적 면모에 이르지 못했다.

 

대상 수상작이 된 김명희의 장편『철의 환생 (불멸의 꽃)』은 직지에 대한 집중력과 창의력이 빼어난 작품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대상 수상작『철의 환생 (불멸의 꽃)』은 액자소설 기법을 활용하여, 활달한 상상력이 창발한 ‘직지’의 역사를 일상적인 삶의 무대로 인도한 솜씨가 아주 좋았다. 이야기로서의 역사성이 의고적 관념의 너울을 벗어버린 형국은, 이 문학상의 제정 취지에 여실히 부합했다. 다만 소설적 사건의 구성을 더 정교하게 감리하고 전체적으로 더 유장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소설을 추동하는 이야기의 재미와, 쉽게 읽히게 하는 글쓰기의 기량으로 보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를 갖고 지켜보아도 좋을 듯하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장편 『직지아리랑』은 그 주제에 있어 ‘직지’는 외곽을 맴돌고 ‘청주’는 소재적 차원에서의 역할만 했다. 그러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일상을 바탕으로 다소 현학적이기는 하지만 서술과 묘사를 배합하여 소설이라는 장르의 성격에 익숙한 창작의 행보를 보여주었고, 배경으로 설정한 ‘청주’를 요령있게 드러내는 장점이 약여했다. 우수상이 된 중편 『청주의 달』또한 신라시대의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 여기의 현실에까지 연장선을 매설하고, 거기에 역사로서의 ‘청주’를 잘 갈무리한 점을 높이 살 수 있었다.

 

수상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그리고 아쉽게 낙선한 이들에게는 다음 기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심사일: 2014년 11월 27일 

본심 심사위원: 송하춘, 정종진, 김진석, 백시종, 김종회(글)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소감-김명희]

 

“때때로 지친 내게 오히려 주인공들이 더 적극적으로 강하게 말을 걸어왔다.”

 

어떤 것에 대한 도전은 항상 그 사람을 단단하게 연단시킨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내의 무수한 문학상들은 분명히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2013년 10월 나는, 직지소설문학상 응모를 위해 무작정 청주 고인쇄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의 무수한 자료는 내가 직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몇 가지 궁금증도 내게 안겨주었다. 금속활자에 대한, 또는 직지에 대한 이해는 하겠는데, ‘이것이 우리 앞에 당도하기까지 가장 맨 처음에 과연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쇳물을 녹여 낱글자들을 만들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자극했다. 나는 이번 소설을 통해 금속활자에 대한 최초의 원론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난한 작업은 나를 더욱 매료시켰다.

 

그 당시, 무수한 금속들을 녹이고, 온도에 따른 여러 가지 색의 불꽃들을 관찰하고, 금속 추출물들을 할,푼,리로 미세하게 나눠 서로 융합하고, 그런 과정에서 분명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소설 [불멸의 꽃]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수많은 고증을 하면서, 내게는 너무도 생경한 금속과 광물학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각각의 금속이 품고 있는 독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활자장의 생애와 맞물려 접목시켜나갔다. 작품을 구성하는 동안 나에게 말을 걸어온 고려말 패륜아 충혜왕과 그에게 짓밟힌 백성들, 그리고 백운화상과 묘덕스님과 금비라는 착한 노비, 또 내 원고지 속에서 악독한 인물로 비운의 생을 멋지게 살아 준 왜군소두, 그리고 최하와 망이……. 그들은 고맙게도 내 상상 속에서 철저히 살아 움직여 주었다. 때로는 지친 내게 오히려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강하게 말을 걸어왔다.

 

어서 일어나라고! 빨리 자신들의 말을 받아 적어달라고!

 

[불멸의 꽃(철의 환생)]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직지와 금속활자! 이것은, 직지소설문학상이 없었다면 아마도 평생 내가 근접할 수 없었던 화두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나를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이끈 것은 ‘직지소설문학상’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더욱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도록 이끌어준 청주시와 한국소설가협회와 심사위원님, 청주고인쇄박물관 담당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의 작품을 멋진 책으로 묶어 주신 도서출판 [소울박스] 이재흔 대표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언제나, 내게는 두꺼운 삶의 경전인 엄마 석기순여사와 나의 남편을 잘 키워주신 사랑하는 어머님 이정임여사께 감사함의 큰절을 올린다. 늘 뜨거운 믿음으로 나를 응원해 준 남편과 소중한 형제자매와 조카들과 언제나 내 분신인 영광이와 선영이는 내게 가장 빛나는 보석임을 이 지면을 빌려 한 번 더 고백한다. 자! 나는, 이제 또 원고지 속으로 길을 떠난다. 아무도 걷지 않은 밀림 속 그 길을 찾아 떠나야 할 때다. 출발이다!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연재 끝!!

 

 

 

*그동안 저의 장편소설 <불멸의 꽃>을 읽어주신

'강원경제신문' 독자 여러분께 진심을 감사드립니다.

            -시인, 소설가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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