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생태환경사(김동진 지음, 2017) / 차용국

이정현 | 기사입력 2020/07/07 [22:28]

조선의 생태환경사(김동진 지음, 2017) / 차용국

이정현 | 입력 : 2020/07/07 [22:28]

조선의 생태환경사(김동진 지음, 2017)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역사를 정치ㆍ경제 제도와 인물을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생태환경과 생활문화 등과 연결해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역사는 자연적ㆍ사회적 환경에서 살아온 인류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인류가 고도의 문명을 이루며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지만, 인간도 생물종의 하나이므로 환경과의 관계맺기는 어느 시대나 소홀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이 거시적ㆍ미시적 생태계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살았고, 그 결과가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현 시대가 당면한 과제와 미래 시대가 부담할 단서를 푸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온생명' 혹은 '생태계'라고 부르는 개념은 인간이 지구에서 다른 모든 생물체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지구라는 독특한 물리적 환경 속에서 가능하다(13쪽)고 보는 관점입니다. 한반도에 터 잡고 유전한 우리 조상은 어떤 생태계에서 어떤 동물들과 이 땅을 공유하며 살았을까? 지금은 동물원이나 가야 볼 수 있는 호랑이와 표범과 같은 맹수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놀랍게도 한반도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호랑이와 표범은 조선 건국 이후 17세기 초까지 적어도 매년 1,000마리 이상 사냥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지만 이후 급속히 줄었고, 20세기 후반에는 사실상 멸종했습니다(28쪽).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주요 식재료로 사육하는 동물은 소ㆍ돼지ㆍ닭 등일 것입니다. 그래서 얼핏보면, 인류의 먼 조상도 이 동물들의 고기를 주로 먹고 살았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보면 구석기시대 이래 사람들의 주거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동물의 뼈는 사슴입니다.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사슴 고기를 통해 삶을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16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51쪽).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인간의 문명은 축적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상상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축적의 비법을 깨달은 인류는 안정적인 정착지와 농경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농경은 자연이 거저 주는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가축의 사육이나 곡식의 생산은 인간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위험하고 고된 일이었습니다. 각 세대의 인류는 관리 가능한만큼만 소ㆍ돼지ㆍ닭 등과 같은 동물을 사육하고, 벼와 밀 등과 같은 곡물을 생산하면서 부족분은 자연에서 취득했습니다. 인간과 사육 동물을 위협하는 호랑이와 표범 등과 같은 맹수와 곡물 경작에 방해가 되는 사슴과 같은 초식 동물은 제거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벼 재배 유적은 오창 소로리 유적입니다. 1990년대에 발굴된 이 유적에서는 지금부터 1만 3,000 ~ 1만 5,000년 전에 벼를 재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81쪽). 인간의 축적에 대한 욕구는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인간의 경작에 대한 욕구는 강과 산의 개간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나무의 종류를 바꾸어 숲을 관리합니다. 원시 상태의 한반도 숲에는 참나무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한 활엽수가 가장 많았지만, 인구가 늘어나 숲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거주지 주변에는 점차 소나무 숲이 늘어났습니다(149쪽).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인간은 화전 등의 방법으로 산을 개간하고, 강이나 하천에 둑을 쌓아 정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산 보다는 강과 천의 개간과 활용이 장점이 많았으므로 주택과 인구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사람의 삶의 방식도 변하였습니다. 지금도 그 영향은 도처에 남아있습니다. 냇가에서 하는 사냥이라 하여 '천렵' 이라 부른 물고기잡이는 단순히 물고기잡이에만 그치지는 않았습니다. '산행'이나 '산렵' 처럼 천렵에서 얻은 물고기를 맛난 요리로 만들어 즐기는 연회로 이어진 것입니다. 천렵의 유행은 사람들이 물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방천으로 깊어진 물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의 놀이가 되었습니다(190쪽).

  

1989년 1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생물학자, 윤리학자, 컴퓨터 전문가, 산업과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간 게놈 계획은 유전자를 해독하고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게놈 계획이 전전되면서 인간이 가진 23쌍의 게놈(유전자)만으로 인간의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인간 게놈 계획을 진행하며 확립되고 향상된 유전자 해독 기술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우주와 지구와 지구 안의 온갖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인간 역시 이들 여러 생명체와 연결된 온생명의 공동체 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212쪽).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선사 시대 이래 살아온 조상과, 아니 조선 시대를 살던 조상과 매우 다른 생태계에서 살아갑니다. 축적은 많은데 축적된 종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해졌습니다. 동물과 식물종의 다양성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먹거리 축적은 풍부하나 그 종류는 매우 줄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인류 생존과 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진화에는 당위적인 목적이 없습니다. 생존과 유전에 도덕적 잣대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종의 다양성이 풍부할 수록 대를 이어 유전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바이러스, 세균 등 미시생태계도 유전합니다. 이들도 생태계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떤 생태환경에서 인류에게 아군일 수도, 적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태계는 온생명의 공동소유지입니다. 각 생명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생물종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실천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조선의 생태환경사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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