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사랑(조병욱 시집, 2020) / 차용국

차용국 | 기사입력 2020/07/13 [06:21]

초록빛 사랑(조병욱 시집, 2020) / 차용국

차용국 | 입력 : 2020/07/13 [06:21]

 초록빛 사랑(조병욱 시집, 202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 초록빛 사랑(조병욱 시집, 202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몇 년 전 어느 문학행사에서 조병욱 시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충남도청에서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고, 시문학이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달픈 수고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천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의 노력이 차근차근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문예지에서 주관하는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더니,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하늘 땅 산 강 그리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새들 하나하나의 삶에 시인의 생각과 경험을 살려 생명력을 불어 넣는 고뇌의 여정'이라고. 그리고 '인생의 즐거움은 결과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삶의 과정'이라며, '살며 생각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값진 인생'이라고.

  

조병욱 시인의 시심은 맑고 다정합니다. 작은 인연도 소홀하지 않고 섬세합니다. 시인은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총총총 별빛보다 빛나고/향기 짙은 꽃보다 아름다운/그리움 속에 애타는 반가운 별이고 싶다(별이고 싶다, 일부)'는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소박하지만 정겹고 친밀합니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도 허투루 보지 않고 정감어린 눈빛으로 돌보는 아버지의 손길처럼.

  

따스한 햇살이 고마움인지

맑은 바람이 즐거움인지

너무도 크고 소중했기에

내 곁에 있을 때는 알지 못했어요

  

둥근 달이 그리움인지

초롱초롱 별빛이 서러움인지

너무도 정겹고 너무도 찬란해서

내 곁에 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어요

 

먹구름 천둥번개 얼음장 갈라지고

몇 날 며칠 장마 지고 햇살이 사라진 후

그 목소리 그 모습이 그리움인 줄

내 곁에 있을 때는 정말 몰랐어요

  

나의 손 발 눈 귀가 되어 준 당신

내 사랑의 전부요 믿음인 것을

내 곁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어요

  

(당신의 존재, 전문)

 

시인은 세상의 소중한 인연들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내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노래합니다. 시는 은유의 문학이라 했습니다. 시는 감정의 과잉분출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성인의 도덕교과서일 수도 없습니다. 시는 궁극적으로 감동의 문학입니다. 감동은 논리가 아니라 정서의 교감에서 시작됩니다. 교감은 은유의 터를 공유합니다. 조 시인의 시향은 진솔한 삶의 경험에서 피어나는 은유의 나라입니다.

 

흔히 시는 마음의 눈으로 그려낸 이미지와 소리의 어울림이라고 합니다. 조병욱 시인이 그려내는 이미지는 진솔한 삶의 모습입니다. 그의 소리는 크지도 격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기교를 부리지 않습니다. 그의 시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상의 언어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떨어진 꽃잎이라고

함부로 밟지를 마라

한 때는 봄을 알리는 꽃봉오리이었으니!

 

지는 낙엽이라고

함부로 쓸지를 마라

한 때는 씩씩한 기상 청운의 꿈 뽐냈으니! 

 

(진면목, 전문)

  

정직하게 살아왔고 진솔하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속 깊은 삶의 시향은 이렇게 만들어지기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시는 '낯설게 하기'라는 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시어의 낯선 표현에 과도하게 천착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암호와 같은 난해한 시어를 해독하며 시를 읽는 것은 고통입니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쪼들리는 땡볕 같은 세상에, 시는 독자의 가슴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주어도 부족할 듯하기 때문입니다. 조 시인의 시는 허욕과 허망을 걷어내고 독자에게 다가갑니다. '명리도 시샘도 초연한 청산에 살고 싶다(청산에 살리라, 일부)'는 시인의 마음이 시가 되어 우리에게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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