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뒤꿈치의 힘 / 천도화

강명옥 | 기사입력 2020/11/05 [00:01]

제23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뒤꿈치의 힘 / 천도화

강명옥 | 입력 : 2020/11/05 [00:01]

▲ 제23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시인 천도화  © 강원경제신문

 

제23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뒤꿈치의 힘 / 천도화

 

한 뼘도 안 되는 마당발

구두에 발을 밀어 넣고 종일 걸어 다닌다

친절하게 내민 인사도 받지 않고

사람들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거절당하고 외면당한 시간들

병원 재래시장 빌딩 골목을 팽팽히 조율하며

오라는 곳 없어도 묵묵히 문을 밀고 들어선다

 

구두 뒤축은 한쪽으로 기울고

뒤틀리는 허리, 눈은 침침하고

도사린 슬픔이 한 뼘 가슴에서 부글거려도

바람을 걷어차고 허공을 밟으며

야금야금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서랍처럼 닫혀있는 문

거대한 사무실 문 앞을 서성이며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

배추처럼 절여진 오후 발효된 하루가 저물고

알 수 없는 힘의 침묵

제풀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내일을 위해

 

  【심사평】 마당발, 영역의 확장이 접목된다. 오라는 곳보다 가야 할 곳, 갈곳이 많다. 오라는 곳 없어도 문을 연다. 곧 스스로의 발길로 많이 나서야 한다. 앞발을 먼저 내밀지만 웬지 느껴지는 뒷꿈의 허무가 흐른다. 뒤꿈치가 허해 오며 파릇한 음습이 침투한다. 발을 딯는다는건 얼굴을 알리는 명함을 내어놓는 것이다. 외면 당하는 명함은 곧 발을 걷어 차였다는 것인데 발꿈치가 히끗거리면 뒷꿈치가 연달아 움찔한다. 우리 인정의 유전자가 지갑속에 잠잔다면 퍼내어 줄 인심도 없다는 것, 언제부턴가 우리는 명함 건네는 일조차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나눌 사회적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심의 특성은 속정인데 그래도 우리 사회는 조금 나아지고 있는 일이 문학과 문화 예술의 전시로 관람의 시간이 틈틈이 갈증을 해소해 주며 이상한 변이를 일으키는 정서를 잡아주고 있다고 본다. 이 얼마나 소중한 인문학 실천인가 한다. 즉 행동문학의 시대다. 이야말로 진정 소중함이 문학이라는 장르다. 무심한 길을 가다 앞발이 넘어져 신발등이 구겨져도 뒷발굽이 받쳐 준다. 그러니 우리는 다시 서는 길위에서 무엇이든 차지할 시선을 갖는다. 신고 지닌 세월만큼 닳아 뻗은 뒷꿈치는 마당발의 역할을 톡톡히 한것인가! 우려난 우리 인심 자국이 혹여나 욕먹던 세상은 아니었는지 잇속 챙기는 모양이 왈왈하지 않았는지 괜스레 염두를 가진다. 시인은 '알수 없는 힘의 침묵' 이 끼고 도는 가을날에 넘어져도 일어서는 의지를 잃지 않겠다는 무언 다짐도 같다. 머무르는 발이나 다가가는 발이나 사람 향기에 소리있는 길을 탐색했음 해본다. 아는 사람이 여기저기 있고 소속된 집합체가 많은 사람을 마당발이라지만 길가다 넘어지면 모르는 누군가의 부축이 더욱 감사한 옆발이다. 그 옆발들이 나날이 확장되어 가다 앞면 옆면 뒷면 사방팔방 인연줄로 엮여든다. 자연히 마당발이 된다. 시인의 오늘은 그로 불끈 솟는 희망을 선사하리라. '제풀에 넘어져도 다시 서는 내일을 위해'. 강원경제신문과 다음카페 토지문학회에서 주관하는 제23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천도화 시인은 2008년 한국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광명문인협회 부회장, 경기문인협회 감사, 한국작가 동인회 회원, 한국작가 이사,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회원, 한국여성문학인 회원, 선진문학 예술인협회 동인회 회원, 에스프리문학 이사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시상식은 2020년 12월 5일, 6일 코벤트가든에서 진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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