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 강시연
가게 앞에서 뿌리 뻗은 골목 아이들은 모두 가게 앞으로 모이지
코피 터져 엄마가 길섶 키 큰 쑥대를 찧어서 막은 코는 쑥 냄새 맹맹하고
동생 업고 고무줄놀이 바라보는 작은 소녀
동생이 먹는 아이스캐키 바라보다 떨어진 우윳빛 눈물은 땅으로 흐르고
골목을 날아 벗어난 소녀는 속눈썹 위로 골목이 걸려 있고
껑충 커져 버린 동생 생각에 코끝이 맹맹하고
♤강시연 프로필♤ 아호 소윤. 한맥문학 등단. 시와 글벗 동인. 시와 달빛 동인.지하철 안전 문 시공모전 당선 시와 달빛 문학상 대상. 공저 <푸르름 한 올 그리다> <그 마음 하나 ><꽃다리><통방구리>외 다수
♧시 감평 / 시인 박선해♧ 어느 고향이든 어린 시절 자란 고향집 골목엔 구멍가게가 하나는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그 앞으로 모여 자치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라느라 그랬는지 코피가 잘 터진다. 골목 한 귀퉁이 쑥을 뜯어 콕콕 찌여 코를 막아 지혈 시켜주었던 엄마와의 추억이 있거나 아홉 살 차이 나는 동생을 업어 주느라 고무줄 놀이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구경만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를 일들이다. 다 자라 어른이 되어 자란 골목과 한 동안 살았던 집을 찾아가 본다. 옛 추억을 더듬는다. 그런데, 그렇게 커 보이던 골목이 왜 그리 작아졌는지.....그렇다. 그냥 그대로 늙어 갈 뿐인 고향집인데 우리 세상살이가 불쑥 커버렸다. 세상 세파는 시인의 마음을 키웠다. 시인의 집 또한 늙어가고 있을뿐 그곳 그자리 그대로인데 엄마가 기르던 꽃밭은 사라져 섭섭하다. 어느 마을이나 그때 그 꽃은 없어지고 새로운 꽃들이 자기 계절을 자랑한다. 각자 열심히 사느라 자주 못 보는 동생이 한 번씩 그리워지기 일쑤이다. 구멍가게, 유년시절, 참 자그맣고 앙증맞은 추억, 그때 구멍가게는 왜 그리 커 보였는지 누구나 그랬을 법한 유년의 그리움 덩어리가 되는 그 시절의 빈곤했던 유년들에게만큼은 특별한 미래의 큰 꿈을 기르는 터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시인의 오늘이 있다. 옛 시절을 되새겨 보는 시 한편은 늘씬하니 풍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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