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장도가지 / 권덕진

강명옥 | 기사입력 2021/02/05 [05:59]

제26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 장도가지 / 권덕진

강명옥 | 입력 : 2021/02/05 [05:59]

▲ 권덕진 시인     ©강원경제신문

  

장도가지 / 권덕진    

 

 

곰삭은 바람에 익어가는 게

어디 장맛뿐인가  

 

해묵은 세월을 품고

모정의 깊은 맛도 배어든다  

 

뒤란에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는

일생을 채워도

허기진 고향이 있다  

 

허리띠 졸라매고

한 세월 묵힌

아낙의 애환이 녹아든다  

 

바람 잘 날 없이

세상 풍파 온몸에 부대끼고

설음 삭힌 장도가지에

종갓집도 모를 장맛이 우러난다.    

 

*장도가지-장독의 전라도 방언    

 

 입춘인 어제도 많은 눈이 내렸다. 겨울 삼동이 지날 때까지 눈 덮인 장독대는 옛 시골의 순박한 정서다. 시골 살림살이에 소중한 소반 창고였다. 수북이 쌓인  눈을 쓸어내며 꺼내오는 찬거리는 그 유년을 보낸 추억이기도 했을 터다. 평생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고향의 맛이 한평생으로 시에서 장맛처러 녹아 있다. 가슴속에 귀한 추억으로 사라졌지만 시인의 시심에서 여전히 살아간다. 그 시절의 장독대는 지독한 맹추위도 녹아 내리는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뒤안에 장독으로 가득찬 장독대가 가지런하면 부농이었다. 된장 간장맛과 빛깔이 고우면 그 집안의 입신양명을 점 짓는 음식기도 했던 속설이다. 집안이 화목하고 자식들이 학문에 능하고 사회에 일익을 도모할 훌륭한 소리는 독안의 출렁한 장소리의 맑기와 뒤안의 대나무가 싱싱 푸르고 울울 창창해 희한하게도 족집게처럼 출세는 훤했고 잘 맞았다. 그러하니 할머니 어머니들께서는 가화만사성 복운을 정성껏 혼신으로 장 담글 때는 기도처럼 하신다. 그날은 년중 아주 큰 행사에 든다. 어찌 보면 남아선호사상이었던 시대에 헌신이 깃든 아녀자들의 가문에 영광을 들이기 위한 지혜로운 살림맛이였다. 추억의 테두리안에서 흐뭇한 옛 어른들을 상기한 시는 산새들의 메아리처럼 그 시절을 순회하고 한세상을 살고도 영글지 못한 어떤 모습이 행복한 연정은 그래도 흐뭇하고 사무치다. 변화하는 시대와 시대사이의 조화로 우리는 늘 도시와 시골을 마음담아 살아가며 복잡함과 여유로움으로 사는 풍경들의 평평함을 이룬다. 시는 아름다운 눈시울속에서 선조들의 시대적 삶을 벗처럼 우정과 사람으로 버무렸다. 고독한 사회 현실이 그나마 이러한 그리움과 추억의 대명사처럼 서슴없이 훨훨 자유롭다. 코로나 19시대를 시도가지에 불러온다. 출렁 간장의 추억으로 위로의 시간이 되기를 빈다. 권덕진 시인의 아호는 서랑(瑞瑯)이며 시인, 수필가로 신정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대시선 신인문학상(시), 신정문학 신인문학상(수필), 안정복문학상 장려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시의 사계1집, 시의 사계2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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