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대전쟁(고명석, 2020)

차용국 | 기사입력 2021/02/09 [21:24]

OTT 플랫폼 대전쟁(고명석, 2020)

차용국 | 입력 : 2021/02/09 [21:24]



OTT 플랫폼 대전쟁(고명석, 2020)

 

-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플랫폼의 미래 -

 

 

차용국(서평 쓰는 시인)

 

 

 

공중파 방송(broadcasting)이 주도했던 전송(캐스팅, casting)의 시대는 뒤로 밀려나고, 웹과 스마트 모바일이 주도하는 시대로 급속하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변화의 가속페달이 하도 빨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TV 안테나는 사라졌고, 케이블, 위성, IPTV 방송을 보기 위해 수신기 위에 설치한 컨버터 셋톱박스도 사라지고 있다. 셋톱박스에 꽃는 코드를 잘라냈다고 해서 코드커팅(Cord-Cutt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셋톱박스 없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streaming)하면서 시청할 수 있다. 바야흐로 OTT 시대다. OTT란 셋톱을 넘어서(Over The Top)란 뜻이다. 우리는 지금 OTT 플랫폼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디지털 문명은 융복합의 시대다. 이젠 IT와 미디어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 인터넷(Net)으로 영화(flicks)를 스트리밍한다는 새로운 미디어 탄생의 아이디어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넷플릭스(Netflix)다. 영화 드라마 등 동영상의 수요ㆍ공급을 웹에서 만나게 하는 시장터로서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했다(19쪽). 인류의 매체 역사를 통해 볼 때, 말(구송)ㆍ문자ㆍ이미지라는 매체 형식도 전기ㆍ전파 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 형식의 등장에 따라 전기ㆍ전파 미디어의 내용으로 재매개 되어 전환된다(26쪽). 새로운 형식의 매체가 등장하면 기존의 형식이 새 형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미디어의 속성이다.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로 자본과 권력, 그리고 예술이 이동한다는 함의이다. OTT 플랫폼을 향한 치열한 경쟁도 결국은 같은 이유다.

  

넷플릭스는 쉽게 말해서 영화 임대 서비스 업체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데, 어느 날 비디오대여점에서 영화 <아폴로 13>을 빌려보고 제때 반납하지 않아 40달러의 연체료를 물어내야하는 불만이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하여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연체료와 대여 기간 제한 없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1998년 30명의 직원과 925개의 콘텐츠를 갖추고 비디오테이프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40쪽). 사업의 핵심은 월간 구독 서비스다. 월정액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여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임대하여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창업 당시 부동의 비디오ㆍDVD 렌탈 업체는 블록버스터였다. 1985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2000년에 미국 전역에 9,000여 개가 넘는 매장과 4,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45쪽). 사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 사장 존 안티오코를 찾아가 5.000만 달러에 넷플릭스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IT기술을 사업에 접목시켰고,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OTT 플랫폼 업체로 등극했다(46쪽). 반면에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했다. 디지털 문명의 흐름에 대한 예지력 부족과 시기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2017년에 주요 케이블 페이TV 가입자 수를 넘어섰고, 2020년 2월의 OTT 구독자 수 통계 순위가 넷플릭스 > 디즈니+ > 훌루 > HBONOW 순서다(27쪽). 이 순서만 보아도 거대 기업과 자본이 모여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TT 플랫폼의 대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누가 도태되고 살아남을 것인가? 넷플릭스는 콘텐츠 업체로부터 콘텐츠를 제공 받는 것 외에도 독자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P)-->콘텐츠(C)로의 유기적(organic) 성장을 추구(29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대략 네 가지다. 첫째, 영상제작업체들과의 협력으로 신상 콘텐츠 확보가 성공하여 구독자들의 선택을 넓혀주었다는 점, 둘째, 스트리밍 테크놀로지를 사용자 경험(UX) 환경에 최적화시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였다는 점, 셋째, 스트리밍과 우편 주문 배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스트리밍으로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 넷째, 브랜드 가치 관리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는 점 등이다(50쪽). 여기서 잠깐 살펴볼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전략은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다. 이것은 어떤 부문에서 특정 활동이 발생할 경우 그 결과가 해당 부문은 물론 다른 부문에게로 넘쳐흐르는 영향을 의미한다(55쪽). 시즌 하나를 통째로 제작해 공개하는(ALL EPISODES) 형식은 연휴에 몰아보기(binge-viewing) 유행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파괴적 혁신' 사례로 평가하고, 이를 '기술 S곡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산업 혁신의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 기업은 대개 그 신기술에 관심이 적거나 간과하거나 무시한다. 이때 다른 기업이 니타나 신기술의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여 자리를 잡는다. 신기술 개발은 처음에는 성과가 크지 않다가, 점점 노력과 시간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성과를 낸다. 그렇게 성숙해진 기술은 사람들에게 널리 수용되다가 점차 정체되고, 새로운 신기술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불연속성이라는 다리를 건너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파괴적 혁신은 신기술이 등장할 때 불연속적으로 등장한다(72쪽).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성공과 전략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흥미진진한 이 질문에 현재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은 '디즈니+'다.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디즈니+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압도적인 무기가 많다. 자금력도 막대하지만, 그보다도 절대적인 무기는 방대한 인간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은 디즈니와 함께 어른으로 성장해왔다(98쪽).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전 연령대 대상의 자체 콘텐츠의 양과 질은 다른 OTT 플랫폼들이 볼 때 넘사벽이다(97쪽). 물론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어느 정도는 경쟁과 보완의 관계를 거듭하면서 상호 발전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대인의 다양한 콘텐츠 향유 욕구는 두 개 이상의 OTT를 구독할 수도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102쪽). 하지만, 이러한 견해가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상호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상호 발전은 경영과 기술의 혁신에서 비롯된 성과이다. 보완이니 대체니 하는 것도 혁신을 향한 개별 행위일 뿐이다. 결국, 어느 OTT이든 구독자가 떠나지 않고 지속해서 향유할 수 있는 매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경계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콘텐츠 함정(Content Trap)'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 용어는 하버드대 바라트 아난드(Bharat Anand)가 제기했다. 콘텐츠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생각하여 이 함정에 갇히는 순간 패망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콘텐츠라는 함정(trap)에 빠져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함정에서 벗어나 연결과 융합이 창도하는 시너지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사용자(user)와 제품(product)과 기능(function)을 연결하라는 주장이다(103쪽). 바라트 아난드는 신문의 수익 감소는 일반적인 신문광고 감소 때문이라기보다는 소액광고의 일종인 클래시파이드 광고(Classified AD)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거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해서 신문이 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소액광고가 더 이상 신문에 실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액광고는 지금 인터넷으로 대부분 옮겨갔고 페이스북과 구글 등 인터넷 거인들의 수익이 소액광고에서 나온다(104쪽)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언론과 권력의 결탁이 통상처럼 보이고, 권위주의 행태가 일상이 된 듯 보이는 세상에서 미디어 경영 전략에 대한 깊은 자각이 필요할 듯하다.

  

바라트 아난드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지배하는 인터넷에서는 얼마나 좋은 품질의 콘텐츠가 들어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제품 품질보다는 사용자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라(104쪽)는 말이다. 콘텐츠에서 OTT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바라트 아난드는 이와 관련하여 '수직 결합(vertical integration)의 미스테리'를 언급한다. 수직 결합이란 콘텐츠와 유통이 통합 내지 결합되는 것이다. C-P-N의 수직 결합이다. 사용자(시청자)와 제품과 기능의 연결에 그 답이 있다. C-P-N의 수직 결합에 의해 C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의미다(105쪽). 디지털 혁신의 시대는 결합과 융합의 시대이기도 하다. 성패와 가치는 동종 또는 이종의 것들이 연결되고 융합되어 창조해내는 가치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인간 사회는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늘 대립한다. 그럼에도 과학ㆍ기술은 멈추지 않고 사람의 생활과 의식에 파고든다. 그것이 개인이나 집단을 변화시키는 것은 단지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과학ㆍ기술은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이 없다. 민낯의 날씨처럼 올 뿐이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그것을 해석하고 계획할 뿐이다. 결국 문제는 시차에서 발생한다. 아주 미세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시차가 생존과 성패를 결정한다. 이것이 현실이고 역사이며 진실이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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