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1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5/07 [01:01]

바람의 제국(1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5/07 [01:01]

 

▲     ©정완식

고산*선생 친구하던  청초함 숨겨두고 

모르던 눈서리를 지천으로 덮어써도 

잠깐의  
무게쯤이야  
견뎌내지 못할까 

 
하늘이 내려주고 참진 땅이  받쳐주니 
고고한 너의 품성 그 뉘가 시기할까 
자네와  
눈(目)싸움 하며  
인생 한 수 배우네 

 
잠깐의 봄 햇살이 맞은 눈 녹여내니 
촉촉한 너의 모습 더욱 청초하구나 
시련이 
구름 지나듯  
내 근심도 흐르네     

 
- 해설청송(解雪青松) - 

  ( *고산 :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조시인, 윤선도의 호 ) 

 

 

18,  청송관(青松館) 

 

 
이야기가 여기까지 전개되자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이선 조리가 들어와 이한경 상무로부터 전달받은 메모를 연수에게 건네주고 나갔다 

 
메모에는 이상무와 저녁 식사를 할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연수는 서둘러 주재원들과의 면담 자리를 정리했다 ​

 
“나머지 얘기는 남경에 가서 거기 주재원들에게도 듣게 될 것 같으니 여기서는 이쯤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혹시 추가로 더 하실 말씀이 있는 분이 있습니까?” 

 

연수가 좌우를 둘러 보며 주재원에게 물었으나 모두 침묵했다 

 

“그러시면 나중이라도 생각나시면 제게 전화해서 말씀해주시고, 저희 출장 보고에 필요한 자료들은 저희가 직접 작성하겠지만 혹시 긴급한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으니 부장님들께서는 번거롭겠지만 양해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연수는 네 명의 부장들과 함께 이한경 상무 방을 나와 각자 인사를 나눈 후 본관과 각 소공장의 다른 주재원들 몇 몇을 더 찾아다니며 인사와 함께 필요한 자료들을 챙기고, 

 
시간이 걸리는 자료는 후에 이메일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이한경 상무와의 식사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방안에 서류 가방을 내려놓은 뒤 아침 일찍부터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옷장 안에 걸어 놓고는 연수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호텔에 있는 약속 장소로 찾아갔다 

 
<청송관>이라는 한식당은 연수가 머무는 호텔의 2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수가 이동 차편이 없다는 것을 고려한 이한경 상무의 배려였다 

 
입구에 짙은 초록의 기와지붕과 두 개의 붉은 기둥을 이용하여 커다란 대문을 달고 그 대문의 양쪽에 푸른 솔잎이 무성한 소나무를 그려 넣어 제법 한국의 한옥 이미지를 연출했다 

 
기둥 양쪽으로도 푸른 빛의 대나무들을 가지런히 엮어 펼쳐 놓아 바깥에서 바라본 청송관의 첫 느낌은 선선했다 

 
푸른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청량감을 주기도 하고 편안해지고 고요한 심상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심리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할 때는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해서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잘 대접을 받지 못하던 색이기도 했다 

 
보통 블루컬러는 청바지나 푸른색 계통의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계층을 일컫기도 하고, 푸른색은 슬픔이나 우울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청송관의 익스테리어는 열정의 에너지를 뜻하는 붉은색의 기둥과 초록의 대나무와 소나무 그림이 그런대로 잘 어우러져 예전의 오성급 호텔에 들어와 있던 영광을 아직은 잘 간직하고 있는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한정식 식당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홀 중앙에 넓게 자리 잡은 얕은 인공 연못과 연못가 오른편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정자가 눈에 띄었다 

 
연못 한가운데를 향해 사방으로 난 평평한 돌계단을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자 중앙통로 양쪽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방들이 있었고 방안에는 둥글거나 네모나게 한껏 멋을 부린 원목의 갈색 테이블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맨 끝쪽의 방으로 들어서자 이한경 상무가 먼저 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연수를 맞았다​

 
“먼저 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오랜만에 여기 법인에 오다 보니 공장에 찾아봐야 할 주재원들이 많아서....” ​

 
“아닙니다. 제가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간을 잡아 놔서 미안합니다.” ​

 
이한경 상무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듯이 미안한 표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

 
“그러시면 제가 아까 드린 서류들을 아직 보지 못하셨겠군요?” ​

 
“네. 아직...” ​

 
이때 음식 주문을 받으러 종업원이 들어 왔다 

 
한국말을 떠듬떠듬하는 것을 보니 중국인이었다 

 
이상무가 맥주와 함께 정식 요리를 시키며 연수에게 말했다 ​

 
“오랜만에 장부장님을 봐서 회포도 풀 겸 진하게 한 잔 해야 합니다만,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늘은 간단히 하고 다음 기회를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상무님 말씀을 듣고 일정을 당겨서 내일 아침 일찍 남경으로 이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전체 출장 일정도 하루를 줄일 수가 있어서 제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은 무리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식사 후에 좀 봐야 할 서류들도 있구요.“ ​

 
서류 이야기를 하다 연수는 이상무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이한경 상무가 그의 회의실에서 연수에게 건네주었던,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그의 가방 속에 그대로 넣어두었던 서류뭉치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5/07 [09:14] 수정 삭제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며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박금선 21/05/07 [12:09] 수정 삭제  
  이한경 상무님이 준 서류에는무슨 내용이 들었을까요? 궁금하네요 연수씨 화이팅♥
혀니창이맘 21/05/08 [21:31] 수정 삭제  
  이번 편은 다음 편을 너무 기다려지게 만드네요. 궁금하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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