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에 떨림이 있다는 건 알아챘을까 반응을 기다리는 몸짓을,
선뜻 나서 고백하지 못하는 건 거절이 두려워서가 아닌 오롯이 진정을 표현하지 못해서다
직사로 떨어지는 빗물에 작은 풀잎이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듯
모진 비바람이 두렵지 않은 건 태풍을 피하는 방패가 있어서가 아닌 바람에 날려 올 꽃씨를 기다려서다
믿음이 있다면 고백을 두려워 말라
- 믿음 -
47. 또 다른 리베이트
한상도 전무의 실토로 거성전자 중국법인의 리베이트 의혹의 실체는 밝혀내게 되었지만, 문제는 더 커져 버린 상황이 되었지만, 일단 화성전기 중국법인도 매듭을 짓기 위해 연수와 기현팀 일행은 거성전자 중국법인에서 필요한 서류 몇 가지를 더 챙기고,
한상도 전무와 함께 늦은 점심을 사내식당에서 간단히 때운 다음, 다시 화성전기 중국법인으로 이동 해야만 했다
연수는 한전무와 작별인사를 하며 그에게 연수와 나눈 대화에 대하여 당분간 보안을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한편으로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따로 불러 말해주었다
"한전무님이 용기를 내주셔서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전무님이 당부하신 사항은 저희 태스크포스 팀장인, 여상동 전무와 상의해서 결정해야만 할 상황이라 제가 속 시원하게 여기서 답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한전무님의 뜻과 거성전자의 상황은 충분히 전달하고, 한전무님이 기다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전무는 연수의 진심이 어린 따뜻한 인사에 고마워하며 이번 특별감사와 관련된 일체의 보안 사항을 지키겠노라고 했다
연수와 일행이 다시 화성전기 중국법인에 도착해 오전에 있던 회의실로 들어서니 거기에는 뜻밖에도 김기훈 상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문 경비실에서 연락을 받고 먼저 달려와 회의실에서 연수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아쉬운 것이 있다는 것이어서 연수는 내심 반갑기도 했다
김기훈 상무는 회의실로 들어서는 연수를 보고는 아침에 처음 연수와 일행에게 보여주었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는 달리, 공손한 말투로 인사를 하고는 연수에게 할 말이 있으니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연수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사실은 연수도 화성전기 중국법인 쪽에서 리베이트 의혹 건에 대해 자료확보가 되지 않고 또 순순하게 인정을 하지 않을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특별감사는 비위행위가 있으면 내부제보자나 이를 알고 있는 주변의 관계자가 증빙자료와 함께 감사팀에 제보를 해와서 이미 관련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이번 특감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았고,
화성전기의 경우는 거성전자와는 반대로 오히려 중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여 내부 착복을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 이를 쉽사리 인정할 리도 없었다
설사 일부 리베이트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 감사팀도 별다른 도리가 없어 곤란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연수는 내심 최후의 경우에는 김기훈 상무와 외부에서 따로 만나 다른 몇 개의 비위 건들을 묶어서 딜을 제안할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 김기훈 상무가 먼저 할 얘기가 있다며 연수를 기다렸다는 건 어찌 보면 연수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2층에 있는 김기훈 상무의 방에 들어선 두 사람은 서로 예의상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윽고 김상무가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장상무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얘기하겠습니다. 장상무님이 저를 좀 살려주겠다는 약조만 하면, 제가 모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기훈 상무의 깜짝 제안을 받은 연수의 눈이 반짝였다
"아니, 김상무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살려 달라니요?"
연수가 짐짓 느긋하게 뒤로 몸을 젖히며 대답했다
연수의 대답에 잠시 머뭇거리던 김상무가 다시 입을 뗐다
"장상무님께서 어디까지 알고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리베이트 건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리겠으니 제 개인적인 사항은 장상무께서 잘 처리해달란 얘깁니다."
연수는 김상무의 말이 무슨 뜻인지 대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김상무는 화성전기 중국법인의 리베이트 의혹 건에 있어서 자신의 비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고, 전체의 의혹은 밝히되 자신의 비위는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중국 현지의 부품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중에서 그 일부를 본인이 착복했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실제 장부와 허위의 이중장부, 그리고 리베이트로 받은 돈의 출처를 캐서 돈이 어디로 얼마가 흘러갔는지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사실 연수도 그렇게 모든 것을 손바닥 꿰듯이 다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았고 또 협력업체 중국법인의 임원에게 어떤 페널티를 내린다는 것은 연수와 기현자동차가 직접 페널티를 주는 게 아닌, 협력업체 한국 본사에 얘기해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협력업체 자체를 다른 업체로 바꾼다는 것이었는데,
와이어하네스를 납품하는 화성전기의 경우 거의 독점적으로 기현자동차나 MH자동차에 공급을 하고 있어서 수년이 걸리는 구매선 다변화를 먼저 선행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현자동차의 입장에선 도덕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큰 실익이 없는 페널티 부과인 셈이었다
연수는 잠시 뜸을 들이며 곰곰이 생각하다 지금은 김기훈 상무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마침내 김상무에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단, 지금 김상무님 얘기를 녹음을 하거나 아직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김상무님 얘기를 들어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그렇게 하고, 만일 들어줄 수 없는 거라면 진술서 작성을 김상무님이 거절하셔도 됩니다."
좀 더 확실히 하고 싶은 연수의 역제안에 김상무는 이미 리베이트에 관해 크든 작든 자신의 비위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는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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