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54)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9/14 [01:01]

바람의 제국(54)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9/14 [01:01]

▲     ©정완식

 

태호의 윤슬이 곱게 화장을 하면 

물결은 어느새 황혼으로 물들지만 

아침이면 변덕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어 

심연의 음흉한 마음이 드러나지​

 

태산에는 전설이 낳은 설인이 살아 

어둠 속 사람들은 신화를 두려워하지만 

대낮이면 산을 정복하려는 욕심이 쌓여 

공든 탑의 밑장빼기가 시작되지​

 

바다 위 창공에는 알바트로스가 살아 

날갯짓 없이도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지만 

저녁이면 까만 하늘을 하찮게 보는 사람이 많아 

퇴화 죽지에 날개를 붙이고 하늘을 나르려 하지 

 

모든 것을 움켜쥔 늙은 사자 앞에는 

아름다운 미소와 찬사가 넘쳐나지만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면 

방심을 틈타 달려드는 하이에나가 숨어 살지​

 

- 호시탐탐(虎視眈眈) - 

 

55. 왕(王)고문 

 

그런데 이과장의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정태은의 다음 이야기는 결정적이었다​

 

"이런 말은 저도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으로 하는 건데... 

이선 과장이 전화로 상무님이 좋은 분이라며 편하게 다 말을 해도 내게 피해가 가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오늘 직접 상무님을 뵈니 진짜 좋으신 분 같아서 다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 이전의 상황은 저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작년과 재작년에 있었던 우리 회사의 노사분규와 파업은 사실은 우리 본부장님과 공회의 위원장이 사전에 서로 만나서 짜고 한 거예요.​

 

우리 본부장님이 방안에서 그냥 육성으로 나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고, 손님이 와도 제가 일부러 방문을 조금 열어놓는데 목소리가 큰 두 사람이 말하는 게 제게 다 들렸어요.​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말을 맞춰 파업하고,  본부장님이 다시 멈추라 하면 멈추고, 다 우리 본부장님 지시에 따라 위원장이 움직이는 것을 그때 알게 됐죠."​

 

정태은은 그녀가 모시는 본부장과 공회 위원장이 짜고 하는 노사분규와 파업이 정확히 무엇을 노리고 하는 건지, 그 파급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단순히 그녀가 알고 있는 선에서 사실관계만을 숨김없이 순순히 얘기하고 있었다​

 

연수는 정태은에게 물어보려고 남겨두었던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혹시 왕영홍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나요?"​

 

"네? 왕고문님이요? 

그럼요. 왕고문님은 태왕그룹의 실제 주인, 아니 회장님이시지 않아요?​

 

여기에서 다들 쉬쉬하고 있기는 해도, 소문도 제법 나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그분은 일 년에 몇 번씩은 태왕그룹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시고, 우리 소청화학에도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세 번 정도 방문을 했었어요..."​

 

연수의 짐작이 맞았다​

 

왕영홍 부회장은 MH그룹에 부회장직을 맡은 이후로 공식적으로는 태왕그룹의 지분을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태왕그룹에서는 고문으로 불리면서 태왕그룹의 주인으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태은과의 면담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연수는 이과장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정태은과 함께 점심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회포를 풀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라며 그의 신용카드를 건네주었다​

 

이과장과 정태은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연수의 방을 나가자, 연수는 방동혁 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도 오전에 예정된 감사를 마치고 두 사람만 남아서, 회의실에서 자료정리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수는 방부장과 박차장의 차량시트 납품 협력업체인 <태수>에 대한 오전의 감사 결과보고를 간단히 받았다​

 

두 사람은 이선 과장이 소개한 조선족 통역사 류태진의 도움을 받아 무석에서와 마찬가지로 구매 부서 및 생산관리 부서, 그리고 재무 쪽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국업체이다 보니 상대하는 실무자들은 대부분 중국 사람이라 통역을 통해 감사를 해야만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일부 팀장이나 임원급 직책에 현지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이나 조선족 교포들도 비협조적으로 나와서 감사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연수는 자세한 감사결과는 나중에 호텔에 복귀해서 받는 것으로 하고,​

 

우선 그들에게 정태은과의 면담에서 나온 공회의 위장 파업과 왕영홍 부회장에 대한 얘기를 간단히 해주고, <태수>에서 감사를 진행하면서 왕고문으로 불리는 왕영홍 부회장에 대한 정보도 가능하면 많이 파악해달라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예청 중국법인의 구매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그 전에 <태수>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왕부회장의 선택을 받게 된 이상일 전무에 대해서도 정보를 파악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방부장과 통화를 마치고 연수는 그의 태스크포스 팀장이기도 한, 여상동 전무에게도 전화를 해서 근 일주일 동안 중국 출장감사를 통해 연수가 알게 된 사실들과 주요 내용을 간단히 브리핑했다​

 

여전무는 입이 무겁고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라 연수가 믿고 있는 사람이었고, 연수는 그의 보고를 받은 여전무가 다음에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소문이 퍼지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왕부회장에 대한 얘기는 쏙 빼고, 천진 쪽으로 특별감사를 나가 있는 중국사업1팀 소속인 이상철 부장과 감사팀 소속인 문두석 차장에게도 그들이 감사하고 있는 협력업체들과 태왕그룹의 관계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정보를 파악하라고 지시를 할 터였다​

 

연수는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서 오후 면담을 준비하기 위해 호텔 로비의 카페로 내려가 창가에 자리를 잡고, 간단한 샐러드와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중국의 서부개척을 위한 중점개발 도시답게 창밖의 강변도로에는 무수히 많은 이륜차와 자전거가 자동차와 뒤섞여 달리고 있었고,​

 

점심 식사를 위해서인지 창밖의 보도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9/14 [09:19] 수정 삭제  
  시 “호시탐탐”도 너무 좋고, 소설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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