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 -가을의 사랑 / 김비주

시 감상평

박선해 | 기사입력 2021/09/15 [13:42]

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 -가을의 사랑 / 김비주

시 감상평

박선해 | 입력 : 2021/09/15 [13:42]

 

 

 

가을의 사랑

 

          김비주

 

병아리 개나리 물고 종종종 사열 중이다

*땅 끝에 서면 몬드리안의 바다가 보인다는 시인처럼

겨자 개나리 생강나무 감국의 색들이 바다가 되어

어우러진 황홀한 시월이 들판을 가르고

그저 놓인 데로

바람, 공기, 햇빛이 이끄는 데로 온 설렘을

눈이 상큼한 또 다른 봄을

명료하게 그려낸 추상화 위를 달리고 달려

내 사랑 경주로 간다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탁발한 알곡들이 무너져 내려 저리도

아름다운 들판을 메우는데

나는 어디서 살다 지금 그의 그림자를 좇아가는 걸까

요석은 들판 휘날리던 그의 옷자락을 무심의

삿된 생각으로 잡아끌었을까

커다란 보자기로 그려내는 가을을 이기지 못해

눈이 무너지는 날

그리운 사랑을 불러본다

 

*땅 끝에 서면 몬드리안의 바다가 보인다 - 이흔복 시 발췌

 

<<김비주 프로필>>

전남 목포 출생.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문학도시 등단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2018,2020)

저서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2018) 봄길, 영화처럼(2020)

 

{{작가 노트}}

여중생일 때 이광수의 원효대사를 읽었다. 그 시기에 과감하게 읽어 낸

성숙해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때 소설 속의 원효대사는 사춘기 소녀에게

이상적인 인간이자 남자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흠모의 대상이었던

원효대사는 늘 아련하고 가슴 아린 존재였다. 그의 삶 자체가 대중에게

열려 있었으며 자신을 가장 낮은 곳으로 낮추어 어려운 이들에게 눈을 맞추는

위대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낮은 데로 지향하는 높고 귀한 자의 바른 가치,

타인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나아가는 삶, 그 삶의 여정이

아래로 열려 있을 때 건너야 할 커다란 장애들을 극복해 나간 참된 스승의

모습을 어찌 마음 아리지 않고 만날 수 있었을까? 뜻밖에도 나의 시

'가을의 사랑' 은 몇년전 가을에 경주에서 그와 다른 시간으로 조우한다.

차를 타고 경주를 지나다 노오란 들판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황홀하던지.

순간 나는 생각에 빠졌고 머리 속으로 시를 그리고 있었다. 나의 사랑,

원효를 그렇게 만나고 있었다. 지독히 아팠을 요석 공주의 아린 사랑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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