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55)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9/17 [01:01]

바람의 제국(55)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9/17 [01:01]

▲     ©정완식

 

사람 위에 사람 있듯 

왕 위에 왕이 있다 하니 

우스워진 꼴이 마름모다​

 

바로 걷기 우습다며 

모로 기니 꼴불견은 매한가지 

어사화 꽂고 

등 돌려 웃는 자를 경계하라​

 

정글만리 부푼 꿈에 취해 

사리 분별 못 한 패악질 

불장난은 마파람에 꺾이었으니​ 

이제는 읍참마속의 시간 

 

못된 버르장머리는 형장으로 보내고 

정글에는 새 술을 담아야지​

 

- 태왕(太王) - 

 

 

56. 태왕 

 

오후의 면담시간에 연수는 집중적으로 태왕그룹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공회의 위장 파업에 대해 정태은으로부터 소청화학의 사례를 듣게된 것은 큰 수확이긴 했지만,​ 설사 그 사례가 실제로 밝혀지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연수나 태스크포스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보고서에 한 페이지 분량으로 들어간들 중국 토종 협력업체에 대한 조치는 그쪽에서 잡아떼면 별 뾰족한 수가 없었고, 거래를 당장 중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들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이상일 전무나 MH북경법인의 또 다른 누군가가 협조를 해주고 있었다면 거기에는 응분의 조치를 할 수 있기에 후속의 정보파악과 이상일 전무에 대한 추가 감사, 증거자료 수집 등이 진행되어야 했고,​

 

태왕그룹에서 기현자동차나 MH자동차 중국법인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태왕그룹에 협조를 해주고 있는 사람이 이상일 전무 외에 또 누가 있는지,​

 

이한경 상무가 작성했던 비선조직 리스트와 태왕그룹과의 관계, 그들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다 파악하려면 우선 태왕그룹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파악해야만 했다​

 

연수는 오후에 가졌던 두 명의 면담자 진술을 통해 태왕그룹이 이곳 성도에서 중국의 로컬 자동차업체에 납품을 하던 중소규모의 부품업체 한 곳으로 시작해서 예청과 북경 주변에 약 이십여 개의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MH자동차가 중국에 상용차공장을 성도에  건설하게 된 것도 이 태왕그룹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과 여기에는 왕고문으로 불리는 왕영홍 부회장의 실력행사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태왕그룹의 실제 주인은 왕부회장이라는 것 등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태수>의 퇴근 시간에 맞춰 5시에 특별감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의 구두보고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방동혁 부장은 통역사인 류태진과의 태왕그룹에 대한 대화를 겸한 면담을 통해​

 

왕영홍 부회장이 측근들에게 "한국의 MH그룹에 회장과 왕회장이 있다면, 나는 중국의 태왕회장이다"라고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라고 전하며​

 

명색이 MH그룹의 부회장이라는 분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흥분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왕부회장은 그룹회장 앞에서는 자신의 간이라도 빼줄 듯이 하다가, 뒤돌아서는 자신이 MH그룹회장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는 것이었고,​

 

중국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지금 특별감사를 진행하면서 이런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여상동 전무를 비롯한 연수와 태스크포스의 팀원들, 그리고 나아가 이한경 상무나 강춘권 부사장까지 얼마나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

 

이 일이 거꾸로 왕영홍 부회장의 귀에 먼저 들어가면 어떤 사태로 번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아찔한 일이기도 했다​

 

연수는 호텔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겸해 다음 날의 일정 점검을 하기로 하고, 일행들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저녁 일곱 시가 다되어가는 호텔 뒷골목의 식당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어느 곳이나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술이 한 잔씩 들어간 중국인들 특유의 우렁차고 거침없는 입담과 뒤섞인 분주한 움직임들은 연수에게는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소음이기도 했다​

 

조용한 곳에서의 차분한 대화가 필요했던 연수는 앞장서 걸으며 적당한 식당을 찾고 그의  뒤를 따르는 일행은 골목 끝까지 걸어 들어가서야 비교적 조용하고 깔끔한 식당을 하나 발견할 수가 있었다​

 

마파두부 전문점이었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 골목이라 쓰촨요리를 대표하는 탄탄면과 매운 요리를 먹고난 후 달콤한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찹쌀 경단까지 다 시킬 수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실내가 비교적 단정해 보여서 연수의 마음에 들었다​

 

연수와 일행은 창가의 구석 자리를 찾아 앉고 나서 각자 먹을 식사와 맥주를 골라 주문을 하고, 바로 낮에 있었던 일들을 리뷰하며 다음 날의 일정을 간단히 체크했다​

 

박수현 차장이 먼저 류태진의 도움으로 오늘 감사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며 어레인지를 해준 이선 과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각 부문별로 진행한 감사의 주요 내용 중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했지만, 물증은 찾아내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고,​

 

방동혁 부장은 태왕그룹과 왕부회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다시 한번 왕부회장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내일의 일정도 각자 오늘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고와 함께 업무 이야기는 간단히 끝이 나고, 주문한 음식과 맥주가 나오자 딱딱한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바뀌어, 방부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상무님! 오늘도 막간을 이용해서 이과장과 데이트를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식당을 찾아오는 길에 몇 발자국 뒤에서 연수를 따라오던 이선 과장이 방부장과 박차장에게 연수와 함께 두보 사당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연수와의 일은 누구에게나 숨김이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성격상 방부장과 박차장이 모르고 있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연수가 방부장의 선제공격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방부장의 농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듯 식사에 집중하며 대꾸를 하지 않자, 방부장이 씩씩거리는 흉내를 내며 박차장에게 도와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박차장 역시 별 대꾸를 하지 않자, 방부장은 재미가 없어졌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신이 주문한 마파두부 요리와 함께 맥주를 벌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들이키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자리가 조용해지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연수가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이곳에서의 특별감사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면, 토요일에 바로 귀국하지 않고 하루는 여기에서 문화체험을 하고 일요일에 귀국하는 것으로 낮에 여상동 전무께 말씀드렸으니 그리 알고들 있으세요.​

 

그리고 이한경 상무께도 연락을 드려 이과장도 일요일 예청으로 복귀한다고 얘기를 했으니, 호텔에는 우리 모두 하루 더 연장하는 것으로 요청해 주세요..."​

 

세 사람이 고개를 들어 일제히 연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9/17 [09:51]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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