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0/05 [01:01]

바람의 제국(6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0/05 [01:01]

 

같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가치를 나누고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어야 하지만 

 

병립하지 못하는 모순은 

 

나눌 수 없는 가치이기에 

같은 공간을 갖으려 하기에 

두 개의 비수가 되어 

​서로를 마주 보며 찌른다.​​

 

- 상충(相衝) - 

 

61. 두 명의 실세 

 

중국사업1팀의 이상철 부장과 연수가 각각 MH자동차 중국법인 협력업체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 협력업체에 대한 특별감사 일행을 이끌고 감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집약하여 만든 결과보고서는 거의 책 한 권 정도는 되는 분량이었다​

 

보고서 분량 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연수가 밝혀낸 리베이트 의혹의 건과 그 관련 증빙자료, 그리고 연수가 면담한 사람들의 진술서들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중국 협력업체들이 부품단가를 올려받기 위해 공회와 손잡고 벌이고 있는 위장 파업과 이로 인한  중국법인의 손실내용, 영향 등이 차지했고,​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상을 눈감아주거나 오히려 모의하고 협조해 준 정황과 무석에 있는 협력업체 법인장의 진술은 있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일 전무의 이름은 직접 보고서에 담지는 않았고,​

 

그 부분은 여상동 전무가 감사실장인 송덕수 부사장이나 그룹의 기획조정본부장인 김용국 부회장에게 결과보고서를 보고하면서 구두상으로만 보고하고, 김부회장의 의견을 들을 요량이었다​

 

그다음으로 특감보고서 내용 중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성도에서 만나 면담을 했던, 정호일 사장과의 면담내용과 태왕그룹에 대한 부분은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을 정리해서 특감보고서에는 담되,​

 

왕영홍 부회장의 이름 역시 보고서에서는 빼고 구두보고만을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연수와 이상철 부장이 각각 여상동 전무의 방에 가서 각자의 팀이 작성한 보고서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고하고,​

 

여상동 전무는 두 회사의 중국법인 특감보고서를 하나로 합쳐 송덕수 부사장과 김용국 부회장에게 보고하면서, 제일 시급한 조처로서 이상일 전무를 귀임시켜 징계대기 인사발령을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건의했다​

 

여전무의 보고를 받은 감사실장이나 김용국 부회장도 여전무의 의견에 공감하며, 한편으로는 왕영홍 부회장과 이상일 전무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분개하고,​

 

한편으로는 향후 불러올 중국 사업에 대한 파장을 우려하면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결국, 김용국 부회장은 여상동 전무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바로 그룹 인사실장인 강춘권 부사장에게 전화해, 여상동 전무를 만나 그의 설명을 듣고 최대한 빨리 이상일 전무를 귀임 조치시키라고 지시했다​

 

여전무는 김용국 부회장의 방을 나와 강춘권 부사장의 방으로 가서, 중국 사업 특별감사의 결과보고서 내용을 개략적으로 브리핑해주고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었다​

 

여기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강춘권 부사장 역시 김용국 부회장의 지시도 있었고 여상동 전무의 설명에 공감하며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조치를 준비하려고 하였지만, 거기서부터 일이 막혔다​

 

이상일 전무를 귀임시켜 징계 대기를 시키려면 확실한 증거와 함께 그의 상사이자 그룹의 중국사업 총괄본부장인 왕영홍 부회장에게 먼저 얘기를 하고 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는데, 왕영홍 부회장이 그것을 용인해줄 리가 없던 것이었다​

 

물론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발령의 전결 권한은 김용국 부회장에게 있었고, 따로 그룹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인사발령을 낼 수는 있었지만,​

 

그 전제조건은 각 부문간의 상호견제와 각 부문의 독립성을 인정해주기 위해 마련된, 각 본부장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부문장인 각 본부장들의 인사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불문율로 시행되고 있던 것이었다​

 

왕영홍 부회장은 이런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발령 동의절차를 거부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든 그룹 회장의 신임을 활용하여 인사조치를 막아내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강춘권 부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여상동 전무에게 말했다​

 

"여전무님 말씀은 충분히 공감하고 알겠는데,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겁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이 틀림이 없고, 제일 문제가 되는 이상일 전무를 인사조치하기 위해 귀임시키겠다고 왕영홍 부회장에게 얘기하는 순간, 그는 아마 노발대발하며 바로 그룹 회장에게 전화해서 이 모든 것을 모함이라고 돌려세우며 백지화시켜버릴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되면 왕영홍 부회장을 신임하고 있는 그룹 회장께서는 자세한 내막도 알지 못한 채, 그렇지 않아도 중국 사업이 어려워 현지에서 진두지휘하며 고생을 하는 왕영홍 부회장을 돕지는 못할망정, 왜 그를 못살게 구느냐며 역정을 내실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러면 그다음은 여전무님이나 장연수 상무, 그리고 심지어는 나조차도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고요..."​

 

눈치가 빠르고 머리 회전이 빠른 강춘권 부사장의 말은 여상동 전무가 생각하기에도 다 맞는 말이었다​

 

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왕영홍 부회장이라는 실세 중의 실세인 커다란 벽이 있었다​

 

그리고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조치를 밀어붙이려면, 김용국 부회장과 왕영홍 부회장의 충돌이 불가피해서 두 실세 부회장의 충돌이 실제 발생할 경우, 그 불똥은 어디로 튀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을 수도 없었고, 이상일 전무에 대한 인사발령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가로막혀 강춘권 부사장과 여상동 전무는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을 내쉬고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0/05 [09:25] 수정 삭제  
  아~답답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요. 다음회 기대기대기대 합니다!!!!
달빛으로 길을걷는 月路 21/10/05 [23:10] 수정 삭제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지네요! 영원이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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