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0/29 [01:01]

바람의 제국(6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0/29 [01:01]

▲     ©정완식

 

맹렬한 겨울 삭풍도 

화사한 봄바람도 

찌는듯한 열풍도 

제가 물러날 때를 알고​

 

명문으로 정하지 않아도 

주먹다짐하지 않아도 

자리에서 일어설 때를 알고 

후풍이 오기 전 거처를 비워 준다​

 

자연이 위대한 건 

포용지심 때문이고 

이타심 때문이고 

무저항 때문이다​

 

- 무저항 - 

 

68. 필사의 저항 

 

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이제는 봄이 완연해진 듯 출근길에 언뜻언뜻 눈에 띄던 목련 봉오리가 어느덧 만개해서 환하게 웃고 있었고,​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해서 다음 주말쯤에는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수는 출근하자마자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을 그의 사무실로 불러 주말에 상해에서 이상일 전무를 만나 면담을 했던 내용을 일러주며, 최종보고서에 추가로 반영할 것을 부탁하고​

 

연수는 자신의 이메일과 팩스로 도착한 이상일 전무의 사직서를 출력해서, 복사하여 들고 여상동 전무에게로 갔다​

 

이미 연수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연수가 가져올 이상일 전무의 사직서 사본을 기다리고 있던 여상동 전무는 연수로부터 사직서 사본을 받자마자 그것을 들고 강춘권 부사장에게로 가서 전달하고 이상일 전무의 사표 수리와 함께 이한경 상무의 귀임 발령 상신을 어떻게 취소할지를 상의했다​

 

그리고는 다시 연수로부터 넘겨받은 완성된 최종보고서를 들고, 여상동 전무는 김용국 부회장과 함께 최고경영층에게로 가서, 최종보고서와 함께 정호일 사장과의 면담 녹취록, 그리고 이상일 전무와의 면담 내용을 보고했다​

 

확실히 정호일 사장과 이상일 전무의 양심선언 내용은 최고경영층에 보고된 최종보고서에 있어서 빛을 발했다​

 

소위 최고경영층으로 지칭되는 그룹의 수석부회장에게 최종보고서를 보고하고 돌아온 여상동 전무의 말에 따르면,​

 

수석부회장은 노쇠한 그룹 회장을 대신하는 실질적인 그룹의 지배자로서, 그동안 중국 사업을 자신의 이권과 결부시켜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자신의 배를 채워온 왕영홍 부회장을, 더군다나 이제는 중국 사업이 어려워진 틈을 타서 아예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왕영홍 부회장과 그 추종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분노했다고 했다​

 

이상일 전무에 대해서는 귀임 발령이나 징계 조치도 필요 없고, 스스로 제출한 사직서를 즉시 수리하고 나아가 사정기관에 고발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왕영홍 부회장에 대해서는 기회를 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룹 회장을 뵙고 직접 말씀을 드린 다음, 해임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왕부회장 쪽에 비밀을 준수하고 그의 동태를 유의해서 지켜보라는 지시도 추가로 있었다고 했다​

 

이한경 상무에 대한 귀임 발령 상신 건도 이상일 전무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한경 상무까지 추가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예청의 한방 리더십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강춘권 부사장이 중국사업본부에 발령 상신을 다시 돌려주면서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제는 다 연수와 여상동 전무가 계획했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고, 왕영홍 부회장은 이상일 전무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져 더 이상은 아무 힘도 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다 순조롭게 잘 풀리어가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게 왕영홍 부회장을 해임하겠다고 보고만 하면 다 끝날 것이라며 방심하고 있는 사이, 왕영홍 부회장의 반격이 예청에서 시작되었다​

 

퇴근 준비를 하던 연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한경 상무였다​

 

자신의 귀임 발령 상신이 연수와 여상동 전무의 노력으로 취소되어 그에 따른 인사치레로 온 전화이겠거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한경 상무의 전화를 받은 연수의 휴대폰 너머로 이상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상무님! 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졌습니다. 

중방 측에서 동사회를 소집하는 요청서가 접수되었는데, 소집 안건이 동방과 상달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분을 매각하겠다니요?"​

 

"아직 저들의 진의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됐지만, 우리 한방을 단순히 압박해서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를 얻어내려는 제스처일 수도 있고, 진짜로 한중방 3방 간의 사업 약정을 깨고, 예청의 중국법인을 공중분해시키겠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무리 우리 중국법인이 어렵다고 해도 그렇지, 거의 25년 동안을 동고동락하며 같이 영위해온 사업을 이렇게 쉽게 그만두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가요?"​

 

"우리 동사회 정관에 사업이 어려워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한방이나 중방, 어느 한쪽의 요청에 따라 동사회를 소집할 수 있고,​

 

거기서 결정된 내용에 따라 자신의 지분을 반납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저들이 지금 이 규정을 들어 지금처럼 중국 사업이 지속적으로 어려우면, 파트너십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 느낌은 중방 측이, 특히 상달그룹의 장송 총경리가 왕영홍 부회장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한경 상무의 중국 내 정보력은 믿을만해서, 그가 배후로 왕영홍 부회장을 지목했다는 것은 아마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게... 우리가 왕부회장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직 왕부회장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그가 어떻게..."​

 

"모르긴 몰라도 본사 내에 왕부회장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아직 있으니, 그들 중의 누군가가 이상일 전무의 퇴직 발령과 감사실 태스크포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가 왕부회장에게 보고했을 겁니다.​

 

그들 또한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고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반격을 해올 것이니 결코 얕잡아 봐서는 안 될 겁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1/02 [12:41] 수정 삭제  
  아…이런 일이 발생하네요 ㅠㅠ 즐독하고 갑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