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8)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1/02 [01:01]

바람의 제국(68)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1/02 [01:01]

▲     ©정완식

 

벼락같은 만남이 있으니 

회자는 정리라 

추상같은 헤어짐도 있겠지​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나 

잠깐씩 잊을 수는 있겠지​

 

들리지 않는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나 

잠깐씩 그리움은 있겠지​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천상의 인연이니 

잠깐씩 헤어짐이 있어도 되겠지​

 

- 만남과 헤어짐 - 

 

69. 깜짝만남 

 

연수와 여상동 전무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중국 본토에서 일격을 당한 중국법인 총경리인 한길 부사장과 이한경 상무 등 중국법인 임원들은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대로 중국 사업을 포기하고 법인을 해체해서 공중분해를 시킬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파트너를 맞아 심기일전해서 새롭게 시작할 것이냐, 그도 아니면 왕영홍 부회장과 타협해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느냐, 선택해야 할 기로에 내몰려 있었다​

 

당황한 쪽은 한길 부사장이나 이한경 상무뿐 만이 아니었다​

 

중국 사업과 관련된 모든 소속 임직원, 그리고 섣불리 중국 사업을 정상화시켜 놓겠다고 나서서 벌집만 쑤셔놓은 꼴이 되어버린 여상동 전무나 연수를 포함한 태스크포스 팀원들, 김용국 부회장과 최고경영층까지,​

 

만약 왕영홍 부회장의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면 누구든 성치 못할 테고,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기획조정본부장인 김용국 부회장이 주재해서 즉각 비상 회의가 소집되고, 왕영홍 부회장과 그의 수하 임원들을 뺀 관련된 책임자들이 모이기로 했다​

 

중국사업본부에서는 MH자동차는 이번 동사회와 직접 관련이 없어 빠지고, 기현자동차 중국 현지법인의 한길 부사장과 마동천 전무, 그리고 이한경 상무가 호출을 받아 부랴부랴 비행기를 집어 타고, 본사로 들어와 비상 회의에 참석했다​

 

여상동 전무와 연수도 태스크포스의 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아직 동사회가 열리기 전이고, 중방 측이나 왕영홍 부회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특별히 내놓을만한 대응방안이란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러 사람이 같이 모여있는 회의체에서는 서로가 속 깊은 얘기나 심도 있는 대책을 의논하기가 어려웠다​

 

연수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대책회의를 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비상 회의는 한길 부사장이 중국법인의 총경리로서 왕영홍 부회장을 만나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고 마동천 전무와 이한경 상무가 각각 동방그룹과 상달그룹의 임원들과 접촉해 그들의 의도를 파악해보도록 역할을 나누고, 동사회 개최 전에 다시 한번 모이는 것으로 하고 비상대책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회의가 결정적인 한 방도 없이 무기력하게 끝나자 허탈감을 느낀 건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온 한길 부사장이나 마동천 전무, 이한경 상무뿐 만이 아니었다​

 

연수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상동 전무의 소매를 살짝 잡아, 주의를 자신에게 돌리며 자신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이한경 상무를 쳐다보며 여전무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무님! 괜찮으시면 이한경 상무와 저녁 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

이상무가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 멀리서 왔는데 식사 한 끼는 제가 사주고 싶어서."​

 

"좋아요. 잘되었네요. 안 그래도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같이 식사하면서 할 얘기도 좀 있을 것 같고."​

 

여상동 전무가 호응을 하자 연수가 이한경 상무에게 손을 흔들며 눈짓을 하고, 이한경 상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수 쪽으로 다가오고 그렇게 세 사람은 회사에서 멀지 않은 한 참치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 깜짝만남을 갖게 됐다​

 

본사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연수를 믿어주고, 지원해준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오늘 저녁 식사는 원래 장상무가 사기로 했는데, 이상무하고 식사는 처음 같이하는 거라서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내가 사야 할 것 같아요. 

장상무님! 괜찮지요?"​

 

룸으로 된 일식 다다미방 자리에 앉으며 여상동 전무가 맞은 편에 앉는 연수와 이한경 상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무님이 사신다니 좀 더 좋은 것으로 먹어야겠네요. 

전무님을 모시고 오기를 잘한 것 같죠? 하하."​

 

연수가 옆자리에 있는 이상무한테 웃으며 이야기하고 벨을 눌러 메뉴에서 한 종류를 고르고 술도 정종으로 한 병 시켰다​

 

이윽고 메인 요리에 앞서 죽과 부드러운 계란찜같은 사이드 요리와 술이 들어오고, 한 잔씩 술잔이 돌고 나자 여상동 전무가 먼저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어찌 되었거나 이상무가 여러모로 우리 태스크포스에 도움도 많이 주시고, 그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는데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상일 전무 건이 잘 마무리되고, 이상무의 귀임 발령 문제도 없던 것으로 처리되어 다행이기도 하고요.

 

근데 산 넘어 산이라고, 아직도 첩첩산중이니 이를 어찌해야 할지 걱정이네요."​

 

"그러게요. 저도 상황이 이렇게 크게 번질지 미처 예상을 못 했습니다. 

이러다가 일이 잘못되어 그동안 중국에서 20여 년 넘게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까, 저도 상당히 우려스럽고 두렵습니다. 

이번 중방 측의 지분 매각 통보가 혹시 저로 인해서 야기된 거는 아닌가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이상무가 여전무의 말을 받아서 그의 소회와 우려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건 아닐 겁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우리가 설마설마하며 믿지 않으려 했었지만, 그동안 왕부회장과 장송 총경리 등이 벌여온 일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미리 예견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중국에서의 특감과 정호일 사장이나 이상일 전무를 면담하면서, 왕부회장과 장송 총경리 같은 사람들은 능히 그런 일을 꾸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연수가 이상무의 말을 받았다​

 

"장상무는 이번 일이 왕부회장이나 장송 총경리가 도모한 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욱 큰일 아닌가요?​

 

저들이 죽기 살기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건데... 

실제로 중방 측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동사회에서 주장을 하고, 동사회 의장인 예청시의 이건웅 당서기가 같은 중국인 편을 들어준다면, 그리고 나아가 예청시가 우리 중국법인에 임대로 불하해 준 공장부지를 몰수 처분해 버리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미 승패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 되어버리는데,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까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상무님 쪽에서 중방 쪽 파트너를 한 번 만나보기로 했는데, 저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는 일인가요?"​

 

여전무가 답답하다는 듯이 연수와 이상무가 대답할 새도 없이 연속하여 질문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연수도, 이상무도 딱히 여전무의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1/02 [12:51] 수정 삭제  
  산너머 산이라는 말이 딱 와닿네요 ㅠㅠ 어찌 전개가 될 지 궁금하네요. 즐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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