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1/05 [01:01]

바람의 제국(6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1/05 [01:01]

 

어둠이 깊어지면 

빛이 더 소중하듯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살아있음에 더 감사한 거지​

 

신은 네게 필요한 것을 

같이 보내주었으나 

오만한 너는 보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너는 듣지 못해​

 

너는 세상을 파괴하고 

신에 도전하지만 

정작 너만 모르고 있구나 

신의 사냥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 야망과 견제 - 

 

70. 야망과 견제 

 

잠시간의 침묵이 어색하게 흐르고 여상동 전무는 답답한 듯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옆자리에 던지다시피 놓고는 앞에 있던 술잔을 들어 그의 목구멍에 들이붓다시피 마시고는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우고 다시 들이켰다​

 

마치 그의 갈증을 술로 채우려는 것 같았다​

 

이한경 상무가 이번 일이 마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자책을 하고 있듯이, 여전무도 자신이 나서 소위 <중국 사업 정상화 TF>를 만들고 진두지휘를 하면서, 왕부회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일이 더 커지고 꼬여버린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연수도 마찬가지였다​

 

여전무나 이상무가 그렇듯 연수도 어떻게 해서든 비정상적인 중국 사업을 정상화시켜 보겠다는 충정에서 그의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중국 특별감사를 시행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왕부회장을 비롯한 수하들의 비위를 밝혀내고 절차를 밟아 최고경영층에 보고도 했지만,​

 

결국, 우려했던 일이 막상 터지고 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그동안 해 온 활동이 모두 역효과로 돌아온 것 같아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고 의지해 왔던 사람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여기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물러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왕부회장에게 끌려가기만 한다면 기현자동차나 MH그룹의 중국 사업은 종국에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곰곰히 생각을 거듭하던 연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아마도 같은 문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부회장이 우리 중국법인 파트너인 중방 측을 사주해 자신들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협박성 의사표시를 하도록 움직였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왕부회장이 이건웅 당서기를 자기편으로 움직여 우리 중국법인을 와해시키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문제는 사실 국내외적으로 우리 MH그룹이나 기현자동차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도 있지만, 동방그룹이나 상달그룹 입장에서도 별 메리트는 없다고 할 수 있고,​

 

현재 우리 중국법인의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자본이 잠식된 상태이다 보니, 저들이 별로 건질 게 없는 <뻥카>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즉 저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그 후속효과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MH그룹과 기현자동차가 더 이상 중국에서는 경쟁력도 없고, 중국 사업을 영위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결국 왕부회장이 노리고 있는 것은 두 번째 문제로 귀결됩니다.​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더 이상 기현자동차와는 중국 사업을 같이할 수가 없으니, 예청에 있는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을 폐쇄하거나 몰수해버릴 수 있는 명분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상일 전무가 저와의 면담에서 양심고백을 할 때, 왕부회장이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을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었다며 제게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장상무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나요? 

어찌 되었거나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을 통째로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건데."​

 

여상동 전무가 연수의 설명을 유심히 듣다가 연수의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듯이 끼어들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결국은 키를 쥐는 사람은 왕부회장이 아니라 예청시의 이건웅 당서기인데,​

 

아시다시피 이건웅 당서기는 행정가이자 정치가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정치적 야망이 크고 욕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건 장상무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중국법인의 동사회장을 맡은 것도 차기 강소성장을 노린 그의 ‘빅 픽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청시 경제에서 가장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을 통해서 자기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키워서, 차기 강소성장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겁니다. 

그는 향후 중앙 정치무대에도 진출하려는 야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한경 상무가 장상무의 설명에 추가해서 이건웅 당서기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을 부연해서 설명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제는 저희 쪽에서 상대해야 할 사람은 왕영홍 부회장과 중방 파트너들이 아니라, 이건웅 당서기이고, 그러자면 우리가 직접 그를 상대하거나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동사회가 열리기 전이나 그 후에도 중방 쪽 사람들을 최대한 설득해서 우리 쪽에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요."​

 

"아니, 그러면 이건웅 당서기가 알아서 하도록 가만 놔두자는 건가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이건웅 당서기의 선처만 바라보면서..."​

 

여전무가 알 수 없다는 듯 연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물론 그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정치가를 상대하려면 우리는 정치가가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로 공격이나 방어해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여론입니다."​

 

"여론이요?"​

 

연수의 설명에 여전무와 이상무가 동시에 반응했다​

 

"네. 여론전입니다. 

우리 그룹의 홍보실을 총동원해서라도 이건웅 당서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우리 쪽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언론에 배포하고 기사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중국의 언론에 흘러 들어가게 만들고, 최소한 이건웅 당서기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겁니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관계 개선이 많이 되어서, 양국의 정상회담 소식도 들리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우리를 서로가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으니, 이 시류와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한중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대내외적으로 논란을 만들게 될, 우리 중국법인의 폐쇄나 토지 몰수와 같은 조치를 하기에는 이건웅 당서기도 부담이 되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왕영홍 부회장이 일을 크게 만들어 버렸으니 이제 우리도 거기에 맞추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연수의 설명을 듣고 있던 여전무와 이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1/05 [12:33] 수정 삭제  
  일이 엄청커지고 있어요~~장상무님 완전 멋지십니다!! 다음회차 기대할께요. 즐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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