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물개
정완식
들녘에 수를 놓던 탈곡된 황금알에 볕 좋은 앞마당이 잔치상 분위기다 가을 날 눈요깃거리 지나칠 수 없겠지
돋아난 까끄라기 들새를 쫓아내고 네모진 까래에는 추청이 널리었다 갈 햇볕 내리는 마당 풍년가가 흐른다
고물개 번쩍 들면 근심이 뒤집히고 고물개 지나가면 걱정도 사라지니 가을은 근심 걱정도 잠시 잊게 해주네
멍석에 말리어진 알곡은 기름지고 고물개 뒤집기에 그늘이 사라지니 가을은 웃음과 행복 가득 차면 좋겠다
*베고물개 : 벼를 말릴 때 뒤집개로 쓰는 고무래의 방언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낙엽이 지는 우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들판을 온통 황금빛으로 변화시키는 수확의 계절이다. 벼 수확이 끝나면 추곡 수매가 한바탕 벌어질 농가의 가을은 부모의 인생이다. 가을 햇살이 넉넉하게 비추는 어느 한적한 농가의 너른 마당을 떠 올린다. 탈곡한 추청(쌀의 한 종류)을 말리고 있음도 자연이다. 베고물개로 벼를 뒤집고 있는 모습도 그렇다. 좋은 쌀을 자식들에게 보내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다순한 바람따라 일렁인다. 따사로운 햇살처럼 베고물개에 골고루 스며들고 있는 광경이 이루어진다. 외곽을 지나다 차창으로 전원의 먼 풍경으로 스칠지언정 흐뭇한 미소는 부모의 쌀알미소가 품으로 들어오는 일이다. 세상만사 근심도 많고 사는 일이 힘들어도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는 모두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사랑이 넘치길 바란다. 정이 넘치고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면 좋을 것 같다. 애틋한 가을겆이가 더욱 그려지는 요즘이다. 쌀 한톨의 귀함을 마음의 풍요에 담아 본다. 시인의 시 한소절은 이 가을을 충분히 사랑해야 겠다. '갓 햇볕 내리는 마당에 풍년가가 흐른다.' 정완식 시인은 신정문학 신인문학상(시부문), 신정문학&문인협회 회원, 문협이사, 중소기업 대표, 물류관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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