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가을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1/11/06 [07:54]

林森의 招待詩 - 가을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1/11/06 [07:54]

  © 림삼

 

가을

 

매 해 같은 몸짓으로 계절은 왔고

또 그렇게 시들어 가건만

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는 어설픈 회포,

밤의 간악함이 어둠 속에 가리워

보이지 않거늘 우리

아무것에도 운명이라 이름 붙이지는 말자

 

오늘처럼 창에 빗줄기가 때리던 지난 가 -

유난히 따스히 느껴졌던 너의 찾아줌,

비를 먹으며 삶의 넋두리를

그리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하마 잊었는가?

 

세월의 흐름을 따라

퇴색되어 가는 기억들이

더욱 큰 소리로 귓전 맴돌 때

우린 다시금 흐르는 세월 위에

서러운 축복을 던지자

 

어차피 조금쯤은 이기적이어야 하는 너와 내가

얄팍한 가을의 미소를 대할 때,

그런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생소함으로 엉거주춤 하고

쉬임없이 단어를 내뱉는 논리의 나열에서

차라리 성숙을 읽으려 드는 것이

어째서 위선일까?

 

그래!

비를 맞자

뼈 속 깊이 스며드는 차가운

아주 차가운 비를 맞자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그 위로 흙이 덮일 때

나의 책갈피에는

한 잎파리의 간직된 그것도 주지 못한

고목의 애달픈 떨림에

너무 짧기만 했던 가을은 저렇게

저만큼 내닫는다

 

큰 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 ()의 창() -

 

우리는 살아가면서 은연중에 운명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 담곤 한다.

인생살이에서는 사람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어떤 거역하지 못할 절대자의 힘에 의해 삶의 모습이 결정되어질 때가 있다.

나약한 인간으로서는 이 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운명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말하자면 불가항력의 경우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무병장수를 바라지만 근본적인 생노병사의 섭리가 그러하고, 거역할 수 없는 천륜이나 인륜의 인연과 관계가 그러하고,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빈부와 권력의 계급이 그러하며, 예컨대 타고난 성품과 재주가 모두 그러하다.

그러면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운명은 그냥 그렇다 치자.

분명히 다른 쪽의 상황이나 결과를 충분하게 만들어낼 수도 있었건만, 어떤 사람의 하찮은 실수나 무책임한 선택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결과가 도래했을 때는, 정말 억울하고 원통하여, 여간해서는 운명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여지는 아무것에나 쉽게 운명이라 이름 붙이지는 말아야 한다.

모름지기 사람의 운명이란 절대절명의 최후 순간에 가서 결론지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중차대하고 결정적인,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이며 끝인 삶의 전부가 바로 운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이라는 깊고 심오한 원리를 무시하는 얕은 꼼수로 세상을 기망하거나, 오만한 자신감으로 단편적 결과를 추구하는 속물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이 보여져 참으로 씁쓸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겠다.

목하 산야를 붉게 물들이던 가을이 저물면서 소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이 시가 올 가을을 보내는 마지막 계절시일 것 같다.

계절이 바뀌면 좀 나아지지 않으려나 하고 내심 기대를 해봤지만, 정치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판, 도처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들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농도가 더 심해지고, 급기야 빈번함도 그 도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를 헐뜯고 모함하는 몰상식이 상식을 넘어서서, 오히려 불변의 진리로 자리잡게 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그러니 지금 어처구니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의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어처구니라는 물건은 맷돌의 손잡이, 즉 나무로 된 막대기또는 궁궐 지붕위에 올린 동물 모양의 토우상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다.

맷돌의 손잡이는 맷돌의 윗 판에 끼워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원리이다.

맷돌을 보면 둥글고 넙적한 돌로 된 밑 판과, 또 다른 둥글고 넓적한 돌로 된 윗 판, 그리고 나무 손잡이로 되어 있다.

맷돌 아래 판의 중심은 약간 튀어나와 있고, 윗 판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이 구멍에 콩 등을 넣고 어처구니(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아래 판의 튀어나온 곳을 중심으로 아래로 빨려 내려가면서 돌의 사이에 곡물들이 끼이게 되고, 그렇게 갈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처구니 없는 맷돌이라면 손잡이가 없는 맷돌이라는 뜻이니, 원천적으로 그 소용가치가 없어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의미를 살펴보자.

숭례문이 불타기 전에 누군가 여섯번 째 어처구니를 훔쳐갔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전 숭례문 화재사고 때의 기사 내용 중에 한 단락이다.

어처구니는 최초에 한자어의 요철공(凹凸孔)’에서 유래된 것이다.

요철’, 들어가고 나옴’, 구멍의 합성어이다.

먼저 ()’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공은 우리말의 구멍이다.

방언으로(또는 낮춤말로) ‘구녕이라고 한다.

비속어로 쓰이는 콧구녕, 똥구녕 등의 말이 그에 속한다.

여기에서 요철 구멍요철 구녕이 되고 요철 구녕요철 구니로 된 것이다.

이것 만으로도 어처구니의 뜻은 충분히 설명되리라고 본다.

다음은 요철(凹凸)’에 대한 설명이다.

요철은 들어가고 나옴을 말한다.

물론 이 말로 미루어 단순히 요철에서 어처로 바뀐 연유라고 하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지만, 용어 자체는 건축 분야에서 나온 말이다.

(궁궐 따위)을 지을 때 기와를 올리는데, 기왓장의 측면을 보면 계단식의 홈이 한 줄 파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빗물이 새지 않도록 하고, 정밀하게 맞물려지도록 하는 이것을 요철또는 어처라고 한다.

만약 이 홈, 즉 어처가 없으면 기와의 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누수에 대해서 별도의 방안을 강구하여야 되었을 것이다.

어처가 없는 기와도 있긴 한데, 이것은 지붕의 가운데 기와가 맞물려 올라간 맨 꼭대기 줄을 덮을 때 사용하는 경우 뿐이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유래되어 요철이 어처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결국 요철도 구멍도 없다란 말이 된다.

다시 말해서 앞뒤 상황이 어긋나 황당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갑질의 나라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버린 우리나라에, 이번에는 한 술 더 떠서 신조어로 슈퍼 갑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계층이 생겨났다고 한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렸을까?

되어가는 형편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개인의 운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가의 운명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은 에 속하는 몇몇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적이 아니라, 모든 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뜻과 의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물론 운명이라는 것이 짜여진 극본에 의해서 그대로 되어지는 순리라는 피상적인 논리라는 데에는 찬성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의 화복은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것에 매여있는 것이 아니며, 천지신명(天地神命)이 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몸과 마음가짐이 화()와 복()이 되는 이치를 깨달아서 바르게 실행할 때 주어진 운명을 넘어선 삶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영화배우를 우리는 잘 안다.

그는 1978년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명문 코넬대학출신이었으며 수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잘생기고 공부까지 잘 했던 것이다.

그가 출연한 슈퍼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슈퍼맨은 이후 히트의 여세를 몰아 4편까지 이어졌으며 크리스토퍼 리브 = 슈퍼맨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부족함이 없던 시절을 지냈던 리브는 그러나 1995년 낙마 사고를 당하게 되고,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얼굴을 제외하고 모든 신체가 마비되는 증상은 한 순간의 사고의 댓가치고는 너무 비참한 결과였다.

물 한 컵도 혼자 마실 수 없고 대소변도 가릴 수 없으니 본인은 얼마나 비참한 기분을 느꼈겠는가?

그는 한 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바로 옆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하여 다시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9년간의 눈물겨운 재활 의지 끝에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의사들도 고개를 내저었던 것이 무색하게, 신체의 70% 이상의 감각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는 척추 마비 환자들을 위한 자선재단을 설립했고, 불편한 몸으로 영화에도 출연한다.

장애인에게 재활 의지를 심어준 공로로 그는 20049월 미국의 노벨 의학상으로 불리는

래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절망의 끝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정신. 그는 정말로 슈퍼맨이었다.

요즘같은 때에 반드시 되새겨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희망은 반드시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운명 자체를 극복하고 일어설 노력과 의지를 불태운다면, 그 끝에는 소망의 밝은 빛이 반드시 우리를 반기고 있을 것이다.

오늘 죽을 것처럼 행동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고 한 간디의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이 가을에 우리의 작은 힘들을 한데 모두어 강적 운명론에 감히 도전장을 던져보자.

그렇게 의 힘을 보여주자.

가을을 접으며 소시민의 대표인 필자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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