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의 최고는 적의 기세를 꺾는 것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지지 않는 싸움을 하는 것
상대방을 이기려면 선전 선동에 능해야 하고 정보전에 강해야 하고 심리전에 앞서야 한다
이겨야 하는 전장에서 여론과 명분은 만들어지지 않으면 만들어야 하는 것
- 여론전 -
71. 여론전
이한경 상무가 예청으로 돌아가고 나서 연수와 여상동 전무는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며 각자 할 일을 정한 대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여상동 전무는 김용국 부회장을 찾아가서 그룹홍보실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김용국 부회장 주관하에 김보경 홍보실장을 불러 간단한 미팅을 했다
눈치가 빠른 김보경 실장은 여상동 전무의 설명을 듣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그 시간, 연수는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을 불러 홍보실에 넘길 보도자료를 함께 만들었다
우선 침체의 늪에 빠진 한중 양국의 경제교류 활성화를 선도하기 위해 MH그룹이 중국 사업 활성화 전략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가능한 한 많이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첫째, 중국법인의 연구역량을 증진하여 파트너 회사에 한국 자동차의 우수한 기술을 가능한 한 많이 이전해주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을 자동화하는 한편, 로봇기술을 접목하여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춰주며,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등의 신규사업을 위해 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과
둘째, 향후 한국 대통령의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중국 방문 시 경제사절단에 MH그룹의 고위급 임원을 동행하게 하고, 대규모 중국투자를 추진하며 대통령의 예청공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양국의 경제교류에 있어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각종 수치를 통해 부각하고,
셋째, 중국에 한국 자동차산업이 진출해서 그동안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그리고 북경이나 예청, 사천 등 지역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특히 예청의 지역 발전에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는지 등의 자료를 총망라해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런 자료를 종합해서 각 신문 매체나 방송 매체에 시리즈물로 편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자료를 제공해 주고,
홍보실에서는 대대적인 언론홍보 계획이 기존의 대언론 광고 집행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홍보와 광고를 번갈아 병행하면서 광고를 무기로 삼아 각 언론사에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언론과 방송 매체에서는 매일같이 집중적인 MH그룹, 특히 기현자동차 중국법인과 예청 공장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는 MH자동차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에서 모두 스크랩하여 각자의 중방 파트너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도록 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한경 상무가 국내의 이러한 대대적인 홍보내용을 모두 모아 동방과 상달그룹의 파트너들과 예청시의 시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예청시의 언론 관계자들에게도 전달하여 예청시에서도 한국의 언론기사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보도되도록 하고, 짧은 시간에 지역 내에 넓게 퍼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역시 언론의 힘은 막강했다
아무래도 시민과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건웅 당서기는 여론의 부담을 느꼈는지, 동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동방과 상달그룹의 동사회 멤버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여 중방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동사회 안건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나아가 오히려 그동안 시간을 끌며 거부해왔던 예청 법인의 증자계획을 추진하도록 한방의 요청안에 협조하라는 부탁을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시하듯 요구했다
이쯤 되면 그동안의 홍보광고비 지출이 상당히 늘어나긴 했지만, 대대적인 여론전략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고,
기현자동차 중국 사업의 철수나 공장폐쇄와 같은 출혈을 생각하면 그 광고비용은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다고 할 수 있었으며, 대대적인 홍보 덕에 좋은 이미지까지 부수적으로 얻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론전을 펼친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이한경 상무로부터 중방 측의 지분매각 안건을 철회한다는 공문을 중방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접수했다는 연락을 받은 연수와 여상동 전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론전을 펼치면서도 과연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 이건웅 당서기나 중방에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움직여 줄지 확신할 수 없어 조마조마하며 애를 태웠었는데,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가져와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여상동 전무는 김용국 부회장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수석부회장에게도 그간의 내용이 전달되도록 하였고,
전후 사정을 전해 들은 수석부회장은 마침내 왕영홍 부회장을 해임한다는 인사발령 품의서에 그룹 회장의 재가를 받아왔다
왕영홍 부회장의 해임 발령이 나가고 나서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어 갔다
소위 비선조직이라 일컬어진 북경과 예청, 그리고 본사에 암약해 있던 왕영홍 부회장의 수하 임원들과 간부들은 그동안의 밝혀진 비위행위와 가담 정도에 따라서 해임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았고,
중방 파트너들과는 중국법인의 증자와 함께, 중국에 산재한 오래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실한 공장의 매각과 정리, 대규모의 경영개선 활동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남은 것은 중국 사업이 정상적인 괘도로 진입하고 떨어진 판매실적을 예전처럼 회복해서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외부의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을 제외하고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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