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최병석 | 기사입력 2022/01/15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최병석 | 입력 : 2022/01/15 [01:01]

큰일이다.

내야 할 돈은 많은데 주머니엔 달랑 퇴계 이황선생님의 자화상 한 점뿐이다.

평소에 신사임당을 그렇게 좋아했던 기억은 없었는데 오늘은 그의 일가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그야말로 오늘은 더럽게 인상을 구기고 있을 모습이라도 율곡이이선생의 자화상이나

근엄하게 꾸짖는 모양으로 눈빛을 날려댈지라도 신사임당의 자화상이 내 수중으로 들어와

앉아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그건 꿈에 불과했다.

내일모레가 월급날인데 지금이야말로 그 옛날 울 아버지세대가 주구장창 읖조리던

'보릿고개'가 따로없다.

애초에 월급날이라는 신호탄에 달리기를 시작했던 돈줄선수가 골인지점을 앞에 놔두고

거의 탈진상태에 이른것이다.

'아흑,이럴때 누군가 힘을 주는 손길로 다정하게 다가와 준다면 힘을 내서 저 눈앞에 보이는

결승선 테잎을 멋지게 끊어볼 수 있을텐데...'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그저 주변에는 찬 바람만 생쌩부는 휑한 들판뿐.

여기엔 최소한의 스텝진도 안 보인다.

그렇게 쓸쓸하게 휑한 들판을 달리다가 그래도 집이라고 쉬고 먹고 자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짜식, 그래도 집을 지키고 있던 디지털박스는 주인을 용케 알아보고 돈달라는 소리없이

순순히 문을 열어주네!'

피곤하지만 배가 고팠다.

아니 피곤해서 더욱 배가 고플 수 있다.

서둘러 냉장고문을 열어보지만 냉장고도 월급날이 내일 모레라는걸 아는지 텅텅 비어있다.

뱃속에서는 비어있으니 채워달라고 지속적인 알람으로 꼬륵 꼬르륵이다.

탈탈 털었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이 황 선생님께서 수줍게 나타나셨다.

계면쩍은 웃음으로 뒤통수를 긁어댄다.

'이걸 가지고 무얼..'

그러다가 잔돈푼이 생길라치면 동전이라도 구겨넣었던 이따만한 돼지 저금통이 떠 올랐다.

'옳다쿠나!'

그러나 흔들어 보니 꼴랑 고고한 학 두마리가 다 였다.

나오는건 한숨뿐이다.

이황선생님을 알현하고는 두 마리의 학을 타고서 집 앞의 편의점으로 달렸다.

그리고 없어도 당당하자는 굳은 마음으로 쇼핑에 임했다.

그리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도망가려는 너구리 한 마리와 노랗게 물든 단무지하나를 겟했다.

앤드 냅다 집으로 복귀했다.

저들의 눈빛은 기껏해야 내 마스크와 초롱초롱한 두 눈밖에 볼 수가 없었을 터였다.

이제 뱃속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서두르자 더 울어 예기 전에..'

노랑 양은 냄비에서 배고픔이 끓어 오른다.

겨우잡아온 너구리의 옷을 벗겼다.

"와우,땡잡았다 다시마가 3개나 들어있다"

이 와중에 럭키하다.

팔팔 끓어서 스프를 넣고자 하는데 "아뿔싸! 스프가 없다"

다시마가3개 들어있는 대신 건더기스프와 양념스프가 사라졌다.

 

결국 다시마로 다진 국물에 심심한 면발을 노란 단무지를 곁들여 꼬르륵을 다스렸다.

"근데 이건 행운이라고 봐줘야 하는거 맞나?"

 

▲ 너구리 한 마리로는 턱도 없어유 ㅎㅎ  © 최병석



 

 

 

내 삶의 주변에 널브러진 감성들을 주우러 다니는 꾸러기 시인, 혹은 아마추어 작가
까리맨 22/01/18 [18:31] 수정 삭제  
  도대체 몬소린디,당췌물르것쓰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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