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장용희 “비 오는 날, 비 개인 날”

강명옥 | 기사입력 2022/05/05 [06:46]

제41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장용희 “비 오는 날, 비 개인 날”

강명옥 | 입력 : 2022/05/05 [06:46]

 

▲ 소설가 장용희  © 강원경제신문

 

단소설 <비 오는 날, 비 개인 날>  장용희 

 

줄거리 

주인공 세아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고 힘들게 살고 있다. 어느날 돼지 꿈을 꾸고 복권방에서 구입한 복권은 꽝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커피숍 사장인 남자는 세아의 속마음까지 꿰뚫어보는 것이었다. 둘은 결혼을 하였지만 세아의 남편은 커피숍 아르바이트생과 바람을 핀다. 이혼 후 위자료로 받은 큰 금액으로 반대편 도시로 이사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 중 돼지 꿈의 실체가 밝혀지는데……. 예지몽과 딱 들어맞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우연은 필연, 실연도 인연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비가 온 뒤 맑개  개이는 날씨처럼 세아는 꽃집을 닫고 문화해설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아에게 전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세아의 마음은 이미 맑게 개어져 있기에.

 

기획 의도 

이 단소설을 지필하게 된 계기는 복권이 당첨될 정도로 거대한 행운이 찾아와 부를 누리게 되더라도 행복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쓰게 되었다. 돈으로 결정되는 게 아닌 돈은 삶의 일부일 뿐임을, 결국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지며 서로를 믿고 지켜줄 때 삶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보는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용

1장 - 신기한 첫 만남

비가 온다. 내 마음도 빗물과 함께 내린다. 그이가 떠나갔던 날, 비가 내렸었는데……. 내 마음도 빗소리에 묻혀 조용히 사라졌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 속에 휩쓸려져 아픔을 잊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살아가면서 잘 되는 일과 잘 안되는 일이 공존하기에 중간에 서있을 때 발버둥 치면 곧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치는 벼락처럼! 쾅쾅 쾅!!

 

전 남자친구는 복권방에서 만났다. 돼지꿈을 꾸었던 터라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복권방에 발을 디뎠다. 로또 번호를 자동으로 설정하여 맞추고서 주머니 깊숙이 복권 종이를 집어넣었다. 그때 복권방을 나오면서 한 남자가 나와 부딪혀 넘어졌다.

 

“어, 죄송합니다.”

 

“네.”

 

중저음의 목소리, 왠지 무서운 아우라가 요동치는 것 같아 빨리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때, 그 남자가 내 손을 잡았다. 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당신 누구예요! 왜 내 손을 잡고.”

 

“실례했습니다. 인세아씨 맞죠?”

 

“그걸 어떻게…….”

 

인세아라고 써져있는 내 점원복을 손으로 가르키는 남자.

 

“저 가게로 돌아가야 해요. 일 때문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복권이 잘 있는지 살펴보았다. 좀도둑은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하, 복권 찾으시는 거죠? 저 좀 도둑 아닙니다. 사실 어제 꿈을 꾸었습니다. 결혼을 하는데 여기 복권방 주인아저씨가 주례를 서시지 뭡니까. 그리고 여자를 보았는데 세아씨였습니다. 왠지 예지몽인 듯하여 달려왔습니다.”

 

“네, 그런데 초면부터 무례하신 거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분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예지몽에서 세아씨가 복권에 당첨이 될지 안될지도 보았는데, 궁금하지 않으시면 가보겠습니다.”

 

“아닙니다. 말해주세요.”

 

“그럼 저기 카페로 가시지요.”

 

“저 일터로 가야 하는데요. 저쪽에 세도 월드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오전 타임이시지요? 이미 일 끝난 거 알고 있습니다.”

 

“어? 아, 오늘 오전 타임이었지. 엇,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하. 저 어떠 놈인지 궁금하시죠? 저쪽 커피숍으로 가시지요.”

 

커피숍 방향으로 두 손을 움직여 친절히 모시겠다는 듯 제스처를 취하는 남자.

 

흐물거리는 티셔츠를 입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먹는 이상한 남자.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지금 웃었다. 그렇죠?”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이런 커피숍에 그쪽 옷차림이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아, 잠시만, 세아 씨, 5분 만요.”

 

카페 주방으로 달려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저 여기서 일해요. 하하”

 

남자에게 한 점원이 다가온다.

 

“사장님, 왜 오셨습니까? 쉬는 날인데.”

 

사…사장님이라고? 여기 커피숍 사장님?

 

“쉿, 조용히 하라 했잖아!”

 

“죄송합니다. 엇, 이쪽은 여자친구분? 안녕하세요~”

 

장난기 많아 보이는 활발한 남직원.

 

“제 조카인데 위아래로 넘어 선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절 놀리는 수준이 한 수 위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이 커피숍 사장님이세요?”

 

“네. 개업한지 3년 되어가네요. 매일 세아 씨가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번도 지각 안 하셨죠?”

 

“제 출근 시간을 어떻게 아셨어요?”

 

“세아 씨 일하는 세도 월드 사장님이랑 나랑 친구입니다.”

 

그때, 앞 쪽의 티브이에서 복권 추첨하는 방송이 들려왔다.

 

“이번 행운의 당첨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참 부럽네요. 과연!”

 

주머니 속에 넣은 복권 종이를 빼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근데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안될걸요?”

 

“네?”

 

정말 5장 모두 6자리에 한자리도 맞지 않았다. 왠지 부정이 탄 듯, 기분이 나빠져서 남자를 째려보았다.

 

“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 제가 복권에 안된다는 것도 아시죠?”

 

“세아 씨, 제가 당신의 돼지입니다.”

 

“네? 혹시.. 제가 돼지꿈 꾼 걸 아시는 거예요?”

 

“저도 돼지꿈을 꿨거든요. 그런데 돼지를 본 게 아니라 제가 돼지 신랑으로 나왔고, 세아 씨는 사람 모습으로 한 신부로 나왔어요. 근데 세아 씨가 저를 타고 가다가 그만 넘어졌, 아닙니다.”

 

“제가 넘어졌다고요?”

 

“아아, 아닙니다. 저는 세아 씨가 꿈에서는 넘어졌다고 해도 지금 현실이니 다시 일으켜 세웠을 것입니다.”

 

“아, 네…….”

 

“이 꿈을 꾸고 나니 더 세아 씨가 보고 싶었는데, 복권방에 가는 세아 씨를 여기 커피숍 2층에서 보고 있었어요.”

 

“전 아직 남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어요.”

 

“갑자기 들이대서 미안합니다. 여기 와인 갖다 줘.”

 

“네~”

 

조카라는 점원이 신이 난 듯 레드 와인 한 병을 따다가 가져다 놓는다. 커피숍에서 알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따라 손님도 별로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커피숍에서 비올 때 남자친구와 커피를 마시면 헤어진다는 악소문을 동네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다.

 

그때, 에스프레소잔을 준 조카가 와인을 따서 커피 잔에 들이부었다.

 

“커피잔에 와인을 따르시네요.”

 

“귀한 분이 올 때 대접하는 레드 와인 커피입니다. 맛이 기가 막히니 한 번 드셔보시지요.”

 

난생처음 마시는 와인 커피를 마시며 남자를 살펴보니 허우대는 멀쩡하고 눈, 코, 입도 나름 잘생겼고 키도 크고…….

 

정말 돼지꿈에서 돼지가 저 남자였을까? 꿈에서 내가 넘어졌다니.. 왠지 불안한걸.

 

“제 이름은 한칠현입니다. HOT에 강타 씨랑 본명이 비슷하여 어렸을 때 많이 놀림당했습니다. 지금은 멀쩡해도 어렸을 때는 촌놈처럼 생겼었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세아 씨, 꿈에서는 세아 씨가 넘어져서 부끄러운 나머지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돼지인 제가 세아 씨에게 쫓아가다가 꿈이 끝나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아 씨를 잡지 않았을까요? 제가 돼지여도 구두 신은 세아 씨보단 더 걸음이 빠를 테니까요.”

 

“네, 왠지 두근거려요. 아!”

 

솔직하게 말하는 버릇 때문에 그만 본심이 나와버렸다.

 

남자가 배시시 웃으며 지으며 쳐다본다.

 

내가 정말 예쁘기는 한 건가. 나의 어디가 좋다는 거지?

 

“세아 씨는 마음이 예뻐요. 그래서 좋아요.”

 

이 남자 조금 이상하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 마음의 소리까지 들리는 거 아니야?

 

“세아 씨의 마음의 소리가 들려요. 전”

 

“네?”

 

너무 놀라 입안이 어벙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데 내 손을 잡는 남자.

 

“두근거리고 있잖아. 사귀자.”

 

우린 2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하였다.

 

 

 

2장 - 사랑, 이별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제가 정말 웬일로 전화를 다 드렸네요. 아무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어떤 일이시죠?”

 

조카의 말을 듣고 나서 수화기를 놓쳐버렸다.

 

그이가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이랑 눈이 맞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갑자기 우르르 쾅쾅! 날벼락이 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느낌이 스산하다.

 

그때 울리는 현관 벨 소리.

 

띵동~띵동~

 

현관문을 열어주자 남편이 집으로 들어왔는데 그대로 쓰러져 자고 있다.

 

“여보, 술 드셨어요?”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남편을 힘들게 침대에 옮겼다.

 

다음 날, 남편이 물을 마시고 있다.

 

“저, 어제 술 드셨어요? 누구랑요?”

 

"몰라도 돼.”

 

“아내인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요? 혹시 그 아르바이트생이에요?"

 

“뭐, 어떻게 알았어?”

 

"뭐라고요? 그럼 조카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는 거예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랑 6개월 넘게 사귀고 있다고 들었어요.”

 

“내 이 녀석을.”

 

“그 조카는 사실을 고한 거고 당신이 나쁜 거죠! 이혼해요!”

 

“네 마음은 이혼하기 싫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도장을 찍을 수 있겠어.”

 

“내 마음 좀 잃지 마요. 제발.”

 

“미안해. 용서해 줘. 어제 아르바이트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서 술 먹고 온 거야.”

 

무릎 꿇으며 비는 남편. 하지만 이대로 용서하기에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은 커피숍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했어. 다시는 절대!”

 

내 마음을 읽기에 데이트할 때에도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읽어서 알아서 화장실을 찾아주는 쓸데없는 센스까지 있었기에 늘 장을 비우고 데이트를 해야 했었는데, 이런 부끄러운 마음도 잃겠지? 차라리 그만 둘까. 이런 사랑 게임 재미없어.

 

“뭐, 사랑 게임이라고? 그리고 화장실 찾는 게 무슨 쓸데없는 센스야!”

 

윽박지르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남편.

 

답답하다. 숨 쉴 곳이 없다. 더 이상 이렇기는 싫다.

 

“나도 힘들었어. 그물 속에 갇힌 물고기 같았단 말이야. 아무리 당신과 내가 운명이었어도, 당신이 말했던 그 예지몽에서. 이혼…하자, 우리.”

 

마음이 괴롭고 미칠 듯이 아프지만 지금 끝내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할 것 같다. 남편이 없을 때 집에 있는 시간이 행복하였다. 마음을 읽히지 않아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미안해, 쓸데없는 재능으로 당신의 마음을 읽고 괴롭게 해서, 나는 자격이 없는 남편이야. 놓아줄게.”

 

서로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하염없이 울었다.

 

다음 날, 남편이 없다. 8일째 되던 날, 식탁에 이혼서류에 도장이 찍혀있었고, 등기부등본에는 보았는데 집주인이 내 이름으로 바뀌어있었다. 옆에 작은 편지봉투가 있었다.

 

<여보, 내가 돼지 신랑이었잖아. 당신을 잡으려 갔는데 당신이 넘어진 다리를 부여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쾅 닫았어. 그때 내가 사람으로 변해서, 한 여자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는데 바로 그 아르바이트생이었어. 결국 이 꿈에서 나는 그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어. 그런데 당신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하던 날에 그 꿈을 이어서 꿔버린 거야. 나 같은 놈 잊어버리고 못 간 여행도 다녀오길…….>

 

꿈으로 사랑하고 이별도 하는 남자.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남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

 

15살에 화재로 부모님을 잃고 더 악착같이 살아왔다. 아르바이트와 학교를 번갈아 가면서……. 은행으로 가니 내 계좌에는 3억이 입금되어 있었다. 남편이 양도한 집은 빠르게 계약이 되었고, 총 6억이라는 거액이 터무니없이 생겨버렸다. 이 도시를 떠나고 싶어 정반대 편 지역으로 이사하여 작은 상가 건물과 집을 샀다.

 

 

 

3장 - 진정한 사랑

 

초등학생 때부터 화원을 차리는 게 내 꿈이었기에 자격증을 따서 작은 꽃집을 열었다.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근처 교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도를 하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화원으로 향하는 길, 따뜻한 바람과 내리쬐는 햇살이 더할 나위 없이 정겹다.

 

그런데 화원 문 앞에 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서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세아 씨.”

 

오늘 오전에 고백할 여자가 있다며 꽃을 사갔던 그 남자이다.

 

부드러운 미소와 온화한 목소리. 살집이 있는 푸근한 곰돌이 같은 따뜻한 느낌이 솔솔 풍기는 남자이다.

 

“당..당신을 좋아해요!”

 

혹시 그이처럼 내 마음을 읽는 거 아니야?

 

부들부들 떠는 손을 보니 아닌 듯하다.

 

“저 결혼 경험 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혼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혹시 아이들도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2년여 결혼생활하고 이혼했습니다.”

 

“네, 다행이네요.”

 

이 남자 이름은 이정찬.

 

몇 개월 뒤,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정찬씨와 호랑이와 곰 탈을 쓰고 화원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개업 기념 안개꽃을 나눠주었다. 사람들에게 안개꽃을 더 나눠주며 열정적으로 홍보하는 날 보고 정찬 씨가 웃었다.

 

함께 탈을 벗고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사람들은 장미꽃을 사가기도 하였고 기분 좋다며 만원 한 장을 그냥 주고 가시기도 하셨다.

 

“이제 그만 돌아갈래요? 정찬 씨.”

 

“네, 그러죠.”

 

그때 손님이 찾아왔다. 왠지 익숙하다. 50대 남자분이었다.

 

아빠가 하늘에서 내려오신 듯, 돌아가신 아버지와 정말 비슷하게 닮은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네요. 저기 먼 곳까지 꽃을 사러 갔었는데,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꽃을 찾으세요?”

 

“하얀 국화 없나요?”

 

“돌아가신 분이 계신지요?”

 

“오늘 아내 기일이라 아름다운 국화를 바치고 싶군요.”

 

싱싱한 국화꽃으로 기품이 느껴지는 꽃다발을 만들어 드렸다.

 

손님이 가시고 왠지 눈물이 났다. 우리 아빠 아닌데, 아닌데…….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토닥여주는 정찬 씨. 푸근하고 편안한 품, 이 품에서 잠들면, 아픔이 날아갈까?

 

결혼하고 나서 곧 아기를 가졌다. 임신 중인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2주나 휴가를 냈다. 언젠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모든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제대로 가고 싶어 여지까지 단 한 번도 안 썼다고 하였다. 2주간의 신혼여행 동안 아가 이름을 정했다. 호랑이와 곰의 탈을 썼기에 범곰이라고 짓는 게 어떠냐는 내 의견이 무시되었다. 내가 보아도 조금 이상한 이름이다. 남편이 무릎을 딱 치며, 말했다.

 

“강우, 이강우 어때? 범처럼 강하고, 곰처럼 우직하여라라는 뜻으로 지어봤어.”

 

“여자아이면 어떻게?”

 

“여자아이라면, 이강아라고 지으면 되지. 범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라고.”

 

“작명도 잘해? 못하는 게 뭐야?”

 

“하하, 당신이 없었다면 난 불행했을 거야. 주야장천 일하는 곰으로 변했을지도.”

 

“내가 늘 맛있는 정찬으로 대접할게. 여보의 끝없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고마워.”

 

“여보, 나 부탁이 있어. 당신이라고 하지 말고 나처럼 여보라고 해줘.”

 

“알았어, 여보.”

 

우리는 몇 년 뒤, 아기를 가졌다. 자연분만으로 무려 11시간 만에 태어난 아가였다. 죽다 살아났다. 남자아이가 태어나 강우라고 지었더니 이름대로 씩씩하게 자라주었다.

 

 

 

4장 - 새로운 인생

 

꽃집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게 되었다. 출산 이후 꽃 알레르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승진하여 본부장이 되었고, 나는 문화해설사가 되었다.

 

오늘은 골프 동호회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인솔하러 갔다. 전 남편이었다. 옆에는 바람났던 여직원이 맞다. 가운데에 3살 남짓 보이는 딸이 있었다. 전 남편이 나를 보고 몸이 얼은 듯 굳어졌다. 나도 한참을 바라보다가 눈을 돌렸다.

 

“네~ 잘 오셨습니다. 멀리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잘 사시는 분들 맞으시죠?”

 

“하하, 골프 친다고 다 잘 사나요?”

 

“저는 골프 한 번도 안 쳐보았는데 나중에 알려주세요~ 여러분, 허균과 허난설헌에 대하여 아시는지요? 허균은 허난 설현의 남동생이었습니다. 허균의 홍길동전 다들 읽어보셨죠?”

 

“네~”

 

그때 전 남편 딸이 물어본다.

 

“아빠, 홍길동전이 뭐야?”

 

“음, 홍길동이라고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야. 나쁜 사람들을 물리치는 홍길동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란다.”

 

영락없는 딸바보이다.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이 나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얼굴을 돌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여자 화장실을 나왔는데 전 남편이 저 멀리 가족들을 놔둔 채 혼자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 울었니? 혹시 나 때문에.”

 

“아니야, 당신 때문은 아니고, 아니 그쪽 때문이 아니에요. 이번 여행 즐겁길 바랄게요.”

 

똑 부러지는 말투로 이야기하고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전 남편의 아내가 나보고 걱정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해설사님, 괜찮으세요? 몸 안 좋으시면 쉬시고 저희끼리 둘러볼게요."

 

"아, 괜찮습니다. 그럼 다음 코스로 이동하시지요.”

 

아내는 참 귀엽고 착해 보였다. 분명 유부남인 걸 모르고 좋아했던 게 틀림없어. 전 남편이 나쁜 놈이었구먼! 헛웃음만 나올 뿐 밉지가 않았다. 벌써 용서가 된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 바보처럼 웃어 보였다. 나에게 먼저 다가왔으면서 나를 떠나버린 남자. 그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우리 여보, 힘들지 않아?”

 

사랑하는 남편이다.

 

“여기 봐봐. 화상 전화야.”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강우가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소나기가 그쳤고, 큰 쌍무지개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처음으로 본 쌍무지개. 아름답고 고귀해보였다.

 

“감사합니다. 예쁜 언니.”

 

“예나야, 가자. 고맙습니다~”

 

전 남편의 아내와 딸이 고맙다고 천진난만한 미소로 인사를 하면서 떠나갔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두 여자가 왠지 귀여워 보였다. 전 남편의 뒷모습도 희한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예나의 말대로 정말 예뻐 보였다.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인 것일까.

 

쉽게 사랑하고 쉽게 떠나간 남자. 진정한 사랑은 그릇에 담길 때 비로소 맑은 물이 되어 비로 내려도 마냥 좋고, 눈물을 흘려도 마냥 기뻐지는 마법의 묘약일까.

 

‘사람인, 세상세, 아름다울 아’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시고 인세아를 태어나게 해주신 우리 아빠, 엄마가 오늘따라 생각이 난다.

 

“아빠, 엄마 보고 싶어. 엄마의 김치볶음밥, 내가 하니 그 맛이 안 나서 속상하네. 하늘 위에 잘 계시고 있죠? 사랑했어요.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사셔도 돼요. 나도 어른이 되었나 봐. 내 걱정은 하지 마. 더 이상 아빠 엄마 걱정 안 시킬 테니까. 날개를 펼치고 천국으로 활짝 날아가세요.”

 

내 기도를 들어서였는지 몰라도 쌍무지개는 오랫동안 멀쩡히 떠있었다. 강우가 신문기사를 읽고 무지개 보고 싶다며 여행 가자고 졸라댔지만 이미 사라진 쌍무지개를 다시 볼 수 없다고 말해주자 집에서 한바탕 큰 소동이 일어났다.

 

밝고 씩씩하게 자라는 강우를 껴안아주며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

 

비 갠 오늘은 청명하고 화창한 날이다. 더 이상 날씨에 따라서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내 마음은 이미 맑게 개어져 있기에.

 

심사평

각자는 각자의 상황에서 세상을 위해 일을 한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가. 의사가 환자를 치유한다면 문학인은 시대의 상황을 글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코벤트문학상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소설분야에서 대상이 나왔다. 문학의 표현은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할 수 있다. 강원경제신문과 토지문학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 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으며 앞으로 더 더욱 많은 다양한 문학인들이 참여하길 소망한다. 창의 장용희 작가는 환경을 만들어 변화시키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90년대생 인물로 세종대왕을 존경하며 살아간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창의문학집', '코로나19 선생님의 일기', '초잉이와 함께하는 북극곰 펭귄 구출 대작전'을 출간 하였다. 코로나19로 침제되었던 경제도 살아나길 소망하며 오랫만에 야외에서라도 마스크 벗기가 가능해진 것은 곧 질병없는 세상도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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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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