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지각대장

지각대장

최병석 | 기사입력 2022/05/07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지각대장

지각대장

최병석 | 입력 : 2022/05/07 [01:01]

러기씨는 아침잠이 많다.

소위 말해서 아침형인간보다는 저녁형 인간에 가까운것이다.

저녁 늦게까지는 얼마든지 깔끔한 정신으로 멀쩡함을 유지할 수 있건만 아침에는 맥을

못 추겠는거다.

말이 저녁형이지 사실은 올빼미형이 맞을거라고 봐야한다.

러기씨는 도무지 저녁일찍 잠자리에 드는 법이 없다.

저녁무렵에는 왤케 재미난 일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는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 시간들을

즐기고 또 즐긴다.

러기씨한테 부여된 하루종일의 에너지에 다음날 새벽시간의 에너지가 더해져 날마다의

저녁시간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어디 그 뿐이랴?

그 에너지에 술이며 게임이며 노래방이 더해지고 결정적으로 많은 친구들이 어우르다보니

분명한 건 아침보다 저녁이후의 시간들이 더욱 꿀잼이다.

그래서일까?

꿀잼의 끈끈함에 달라붙은 하루를 떼어내기가 힘이 들었다.

자연히 회사의 출근시간에까지 끈적하게 혹은 질척하게 달라붙어있어서 애를 태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러기씨의 또다른 이름은 '지각대장'이다.

회사규모가 커서 소위 말하는 '플렉시블타임제'가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러기씨가 소속된 회사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회사가 부릴 여유가 없으니 러기씨가 여유를 만들어야한다.

출근시간의 압박을 이겨내야만한다.

가능하면 꿀잼의 끈끈함을 줄여보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아침시간에 최대한의 알람을 한번이 아닌 두 세번까지 울리도록 셋팅의 셋팅을 해놓아도 결론은

날마다 '버킹검'이 되어 버렸다.

이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꼰대형 김부장과는 절천지 웬수지간이 되었다.

출근과 동시에 싸늘한 시선이 등뒤에 사방팔방에 거침없이 꽂힌다.

아프다.온몸이, 삭신이 쑤신다.

이래서는 안된다.

동료들이 나섰다.러기씨 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흉흉하다.

일을 하러 나오는거지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투사로 등장하기 위해 나오는 건 아니질 않던가?

동료4명이 돈을 모으고 성의를 모았다.

오늘도 싸늘한 시선에 둘둘말린 러기씨가 바로 앞에 앉은 소희씨의 눈짓에 이끌려 복도에

출현했다.

"저어..이거 저희들의 마음을 모아봤어요"

"? 이게 뭔데요?"

"사무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말끝을 흐리며 후다닥 제 자리로 돌아가는 소희씨다.

러기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슬쩍 포장지를 제껴 보았다.

포장지안의 주인공은 짐작컨데 이따만한 알람시계일듯 했다.

하루종일 버얼건 얼굴로 데면데면하게 그런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꿀잼보다 직원들이 내민 선물에 집중했다.

언박싱행사에 마음을 쏟았다.

정말 커다란 알람시계였다.

정해진 시간에 우뢰와 같은 알람소리에 천둥번개같은 진동이 동행하면서 10초 간격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견딜수 없도록 고안된 다소 값이 나가는 늦잠 절대불가 원칙을 자랑하는

알람시계였다.러기씨는 당황스럽다.

혼자만의 꿀잼이 아니라 이젠 동료들의 꿀잼을 위해 자중해야했고  당장 알람을 맞춰야만 했다.

출근시간9시에 여유있게 당도하려면 늦어도7시에 기상해야만한다.

선물받은 시계는 정말이지 그 기능이 엄청났다.

한번 셋팅된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두번이고 세번이고 일어날때까지 지랄 발광에 미친듯이

울어댄단다.

이제 러기씨가 지각할 일은 없게 생겼다.

러기씨는 모처럼 동료들의 배려로 지각대장을 면하게 되었기에 뿌듯했고 행복했다.

아무리 느즈막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잠이 들어도 강제기상으로 무조건 회사엘 가야한다.

적어도 회사동료들의 뜻은 이랬을것이었다.

러기씨에게 일말의 양심은 아직 살아있었다.

선물받은 첫날 긴장감이 팽배하다.내일 아침만큼은 절대 네버 지각 노노노이다.

알람시간을 7시에 맞추고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맞춰놓은 시간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10분전7시였다.

역시 긴장감은 맞춰놓은 알람시간보다 우월했다.

러기씨는 여유롭게 알람을 껐다.

그리고 잠깐 정신을 잃었다.

 

'아뿔싸!'

또 지각이다...

꿀잠이 그 달콤함을 더해 황금같은 아침시간을 녹여버렸다.

꺼진 알람시계는 천하무적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우알꼬?

 

 

▲ 강력한 힘도 파워오프에 무너집니다.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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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곤대 22/05/22 [11:04] 수정 삭제  
  거시기소리는,메가약이라켓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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