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마케팅, 해봤니?

여지영 | 기사입력 2023/05/23 [01:01]

품앗이 마케팅, 해봤니?

여지영 | 입력 : 2023/05/23 [01:01]

▲ 춘천에서 언니 여지영     ©강원경제신문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말에 품앗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정의는 일을 서로 거들어 품을 지고 갚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각박해진 사회에서 품앗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과거엔 동네에 모를 심고,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고, 누구 집에 김장만 해도 여러 집이 함께 모여 일을 해주고 또 다음번엔 다른 집에 가서 함께 도와주는 식으로 품앗이를 했다. 세상을 살아가며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혼자 하기엔 벅차기에 여럿이 힘을 모아 해나갔던 것이다. 그러면 힘든 일도 쉽게 해낼 수 있고 이웃 간의 정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때 품앗이의 의미는 내가 한 번 도와줬으니 나도 한 번 도움을 받아야지.’라는 것보다는 마을에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생겼으니 당연히 가서 도운다.’는 의미가 강했다. 우리 집에 일어난 힘든 일도 옆집 일이 되고, 건너편 집에 일어난 힘든 일도 내 일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기브 앤 테이크의 문화에 다들 익숙하다. 하나를 주었으니 하나를 받아야 하는 것. 그러나 그건 품앗이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종종 그런 말을 한다. “현재의 내 도움에 대가를 바라지 마라. 지금 받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게 된다.” 내가 베푼 선행은 꼭 그 대상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다른 것으로 돌아온다. 다른 사람, 다른 일, 혹은 다른 어떤 행운이나 사랑으로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손길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 절대 주저하지 않는다. ‘도와줄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도움을 받을복을 하나씩 쌓는 셈이다. 지금 간절히 내 도움을 바라는 상황이 있는데도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시간 될 때 해야지 하면 복을 차버리는 것과 같다. 살아보니 언제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게 되는 것만은 아니더라.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아픔을 맞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 서 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있을 때 베풀고, 있을 때 잘하자.” “잘 나갈 때 감사한 마음으로 더 잘하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지랖은 금물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내도록 지켜봐주는 것도 사랑이고 배려다. 진짜 베풂은, 누군가 진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나의 품 하나를 시원하게 내어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언젠가 나에게 품앗이를 해주었던 사람들 덕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가졌다면 나눠야 할 이유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거만이라는 친구가 늘 나를 졸졸 따라다녔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모자랐고 그래서 노력이라는 친구와 더 친했고 부족함이라는 친구가 언제 떠나갈지 쳐다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들 덕에 품앗이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받아본 사람이 줄 수도 있고, 더불어 사는 맛을 알아야 나눌 수도 있다.

인생은 결국 혼자서 가는 거라고 말하지만 난 혼자가 외롭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금방 지친다. 하지만 함께 가면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말이다. 사람들이 물어본다. “여 대표는 왜 그렇게 바쁘기만 하고 돈도 안 되는 일을 해?”라고. 하지만 씨앗은 거두라고 있는 거다. 열심히 뿌리다 보면 언젠가 내게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지금 당장을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하지만 그 언젠가를 위해선 할 수 있다. ‘될 거라는 믿음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후회 없이 사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내게 부족한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부족한 것을 알 때 겸손해질 수 있고, 혼자선 행복할 수 없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는 상호성의 법칙을 믿는다. 남에게 베푸는 것을 힘겨워하지 말라. 내가 이렇게 해주면 언제 나한테 돌아오지, 하는 불순한 기대도 하지 말라. 그냥 그 법칙을 믿어라. 늘 받기만 하고 받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은 주는 것의 기쁨을 모른다. 언젠가 품앗이가 필요할 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 품 하나를 내어주는 것은 나중에 돌아올 큰 복을 쌓는 일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러니 미루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손 내미는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넓게 펼쳐 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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