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성질머리

08/31 성질머리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8/31 [01:01]

<콩트IN고야>-성질머리

08/31 성질머리

최병석 | 입력 : 2024/08/31 [01:01]

 (염)병한씨는 몸 속에 화가 많은 사람이다.그런 그의 화는 시시때때로 그가 원하지도 않는 순간에 찾아오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입에서 욕이 떠나질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그가 욱하면 성질머리가 일어서고 목구멍에 잠겼던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그러자니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

일어서 버린 성질머리는 그 중에 머리라고 쉽게 사그라들 생각이 없어 보이고 풀려버린 욕지거리는 수도꼭지처럼 쏟아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병한씨도 이래놓고 곤란함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아니었다.그래서 가능하면 욱하지 말자.

일어서려는 성질머리를 쓰다듬고 달래며 잠겨있는 목구멍이 열려서는 안된다고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보여지는 것과 들려오는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병한씨의 두 눈이 멀쩡하고 두 귀가 살아있는 한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일어서려는 성질머리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데 눈 앞에서 비위를 거슬리기라도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그렇다고 모든 생활패턴에 눈을 감고 사는 생을 적용하자니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그랬던 병한씨가 한동안 못볼 것들에 대한 인내심의 발로를 직접 실천한 적이 있었다.

그가 눈을 감기로 한 일들의 시작은 이랬다.병한씨가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은퇴한 친구녀석들이 함께 모여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주가는 핫플레이스도 돌아보고 인기있는 메뉴도 맛보자는 거였다.

젊은 친구들은 활기찼다.게다가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그리고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거칠 것이 없었다.누가 보건 안보건 편한대로 움직이기 일쑤였다.병한씨가 눈을 감기로했다.

눈을 뜨고 있다가는 꼰대소리를 듣거나 잠자고 있는 성질머리가 벌떡 일어나서 잠겨있는 목구멍을 활짝 열어제낄 확률이 높아질 지경인 거다.그래서인가?병한씨와 그의 친구들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갈길을 잃고 이리저리 휩쓸리다 이내 귀갓길에 오르기로 했다.사실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났기에 보고 듣고 씹고 만지는 즐거움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보고 듣는것을 조절해야 하는지라 아쉬움 속에 안녕을 고해야만 하였다.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아쉬움을 달래다가 서로 각자 도착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병한씨가 올라 탄 버스는 2층버스였다.이 버스는 커다란 덩치에 비해 나이든 사람을 위한 배려가 별로 없는 차다.좌석은 죄다 2층에 있고1층엔 약간의 좌석이 있지만 요즘 늘어나는 노인들의 숫자에 비해서는 택도 없다.말그대로 노약자가 아닌 이상 움직이는 차의 기파른 계단을 올라야 편안한 좌석이 나온다.당연히 버스기사가 싫어하게 되어있다.병한씨도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좌석은 널직했다.그러나 내리기에 수월한 쪽은 이미 자리가 찼고 조금 걷거나 시간이 걸릴만한 곳이 비어 있었다.

그가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그의 눈은 이내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전후 좌우의  볼썽사나운 애정행각들이 잠자고 있는 성질머리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어디 그 뿐인가? 좌석에 앉자마자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씨끌벅적한 수다와 깔깔거림들... 그가 눈을 감고 가는 이유이다.

그러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승객이 내려야 하는데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아니 내린다고 벨을 누르셔야죠! 벨소리가 안 났잖아요"

"기사님! 분명 벨을 눌렀거든요,표시가 안 된거는 버스잘못인데 왜 제가 피해를 봐야 하나요?"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치며 내리지 못한 승객들의 원망이 자자하자 기사도 어쩔 수가 없이

문을 열어줘야했다.그러면서 남아있는 승객들에게 하소연을 해댄다.

"내리실 분들은 꼭 벨을 눌러 주세요,그래야 제가 미리 알고 정차하고 내려드릴 수 있습니다"

병한씨가 욱했다.

잠자고 있던 성질머리가 일어섰다.여기서 본질은 벨을 누르고 안 누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내리려고 하는 승객들의 수가 많았고 그들은 대부분 벨을 눌렀을 것이다.그렇다면 또다시 누른 벨이 안 누른 벨이 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인데 그럴 때를 대비해 버스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어야 했다.

"승객여러분 잠시 버스벨이 오작동해서 전달이 안될수도 있으니 벨을 누르시고 버스 전면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그래야 지나치지 않고 내려드릴 수 있습니다 "

병한씨의  일어선 성질머리가 일을 저질렀다.'꽤씸한 버스기사 골탕좀 먹어봐랏'

병한씨가 정류장마다 벨을 눌렀다.기사는 화를 냈고 누가 벨을 누르는지 찾아내기에 혈안이다.

그러나 좀처럼 알아내기란 쉽지 않을것이다.병한씨는 2층에 있었고 용의주도하게 몰래 벨을 눌러 댔기 때문이다.

버스기사의 화가 꼭대기까지 오를 무렵 그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목적있는 벨을 열심히 누러대던 그가 정작엔...

 

그가 내릴 곳에서 못내리고 그냥 지나쳐버렸다.자업자득인걸까?

이를 우얄꼬?

 

▲ 이런 성질머리 괜찮겠죠?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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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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