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마음의 준비

12/21 마음의 준비

최병석 | 기사입력 2024/12/21 [01:01]

[콩트IN고야]-마음의 준비

12/21 마음의 준비

최병석 | 입력 : 2024/12/21 [01:01]

(민)머리씨는 30대후반의 소위말하는 잘 나가는 대기업의 개발자로 근무중이다.요즘 한결같이 어렵고 힘든 와중이지만 IT업계의 손꼽히는 개발자로 명명되어지는 그의 남다른 위치는 누가 보아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생각해보라! 사업이랍시고 벌려놓는 족족 넘어져 문을 닫는데 그는 잘 나간다.그것도 고액연봉이 대기중이라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다.구직걱정도 없다.일을 하다가 맘에 안들면 골라 갈 곳이 널렸다.그저 머리씨가 원하는대로 자리를 잡으면 된다.주변인들이 보기에

군침을 질질 흘려대고야마는 그의 입지였지만 그에게도 남다른 걱정거리가 있었다.그것은 바로 자고 일어나면 한 움쿰씩 빠져대는 탈모현상 바로 그것이었다.머리씨의 직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이다보니 신경쓸 일들이 많고 또 일의 진행상 끊기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보니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한번 가동하면 쉼없이 질주하는 뇌의 모양새와 그렇게 움직이는 뇌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온 몸의 긴장감들...혹시 이게 스트레스일까?그가 그런 뇌를 감싸고 있는 머리를 시원하게 씻어줄 요량으로 샤워기를 들이대는 순간 머리카락은 샴푸의 거품을 뒤쫒아 흐르기를 작정한다.더러움이 샴푸의 힘을 빌어 세면기를 빠져나가는 순간이 머리카락의 은밀한 탈출을 감지해 내는 순간이 된다.물과 거품이 뒤엉켜 저 아래 하수구로 빠져 나가고 나면 거름망에 걸터앉아 자신의 정체가 탄로났다는 탄식을 내뱉고 있는 모양새다.그리고 그 양이 한 움쿰이다.이러한 순간들이 한 두번이 아니다.그가 심각해졌다.병원에 갔다.의사선생과 면담을 가졌다.

"쌤!이거 어떻게 탈모를 멈추는 방법이 없을까요?"

대답은 간결하다.

"네, 탈모는 이게 유전과 스트레스에 기인함이 크다보니 일단 가계도를 살펴보시고  그게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줄여주시는 게 급선무이긴 합니다"

"일단 탈모를 줄여주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생성되도록 도와 준다는 신약이 있으니 처방해드릴테니 함 지켜보자구요"

신약?신약이라면 그가 실험대상이 된다는 야그인건가?

  머리씨 그가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병원의 문지방이 닳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도는 없었다.그도 그럴것이 그는 요즘 새롭게 부여된 신규프로젝트개발의 팀장이 되어 허구헌 날 회의와 야근을 밥 먹듯이 해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아무리 약을 먹고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뭐하느냐 말이다.다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머리씨가 맡은 신규프로젝트의 개발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약간의 짬이 났다.그 동안 병원에도 못 가봤다.머리카락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수가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다.

"쌤!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까요?"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겠는데요"

혹시라도 이런 대화만 듣게 된다면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마음을 다 잡으라는 의사의 판단일 수 있겠다.그만큼 심각했나보다.머리씨는 마음의 준비를 위해 거울을 들여다 본다.머리 한복판이 휑하다.듬성듬성 속 알머리가 빠져나가 살색이 삐져나온다.거울을 들여다보던 머리씨가 한숨을 내쉰다.큰일이다.이제 괜찮은 직장도 있고 집장만도 코앞이다.결혼해서 가정도 꾸려나가고 싶었던 일인이다.그렇게 바쁜 와중에 결혼 상대자를 물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몇번이고 소개팅이다, 맞선이다를 반복했다.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좋은직장이고 결혼적령기라는 조건만 좋다.외모에서 밀린다.그가 대머리에 가까와질수록 소개팅과 맞선의횟수가 줄어든다.그의 머리카락이 머리씨를 외면하며 탈출을 감행하는 횟수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그러다가 회심의 소개팅이다.평소 마음에 두던 아가씨와의 소개팅주선이 성사된 거다.이 아가씨를 붙잡고 싶다.그런데 첫인상이 중요하다.고민을 거듭했다.긴 시간을 생각하다가 결딴을 내렸다.이왕 삐져나온 살색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자.이왕지사 화끈하게 본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소개팅이 있는 날이다.날이 제법 쌀쌀해졌다.털모자를 눌러쓴 채 약속장소로 향했다.눈 여겨두었던 아가씨가 나타났다.인사를 나누었다.식사를 주문하고 밥을 먹으려는 순간 그녀가 밖으로 나가더니 가 버렸다.무리수였나보다.

 

장고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했든가?그가 머리를 몽땅 밀고서 소개팅장소에 나타난 거다.그녀가 놀랬다.사실 그의 두상은 그리 예쁜 편이 아니었다.누가봐도 굴곡져 위태로운 두상이었다.놀랄만했다.마음의 준비가 무색해졌다.

 

성이 민씨요 이름이 머리,민머리씨는 마음의 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무지 헷갈린다.

 

▲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ㅎㅎ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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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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