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고소한 이유

12/28 고소한 이유

최병석 | 기사입력 2024/12/28 [01:01]

[콩트IN고야]-고소한 이유

12/28 고소한 이유

최병석 | 입력 : 2024/12/28 [01:01]

(고)소한씨는 요즘 억울한 늪에 빠져있다.속상하고 열받고 아주 미칠지경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암튼 무지 화가 나 있다.

  최근 정말 오랫만에 큰 눈이 내렸다.매스컴에 의하면 117년만에 내린 큰 눈이라고했다.그랬다.소한씨가 생각해도 그의 나이100세 미만인지라 이렇게 큰 눈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기뻤다.밖에 내놓은 강아지처럼 기쁘고 또 즐거웠다.당연히 밖으로 나갔다.쏟아지는 눈발을 대하며 감동을 펑펑느껴보았다.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흩어지는 눈도 뭉쳐보며 던져도 보며 속사람을 꺼내어 하얀 덩어리로 탄생시켰다.그 덩어리2개가 웬 뿌듯함을 주는지 신기했다.

  소한씨는 그 뿌듯함에 눈도 붙이고 코도 붙이며 입도 만들어 붙여 보았다.멈춰있던 뿌듯함이 움찔거리며 금방이라도 말을 건네올 것만같다.저녁밥도 잊은 그의 행보를 보아하니 어지간히

좋았었나보다.그렇게 뿌듯한 눈사람을 아파트입구에 땀으로 낳아놓고는 피곤함에 젖어 집으로 들어왔다.그리고 단잠을 잤다.

  밤새 더욱 많은 눈이 내렸다.창밖으로 보여지는 설경에 또다시  감탄하던 그가 어제의 뿌듯함을 살필 겸 밖으로 나왔다.

"아니 이게 어찌된겨? 어떤 놈이여?"

심혈을 기울여 뿌듯함을 가득 채워 만들어 놓았던 눈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소한씨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니 어떻게 눈사람 만든지 하루도 못견디고 저리 된겨..."

소한씨는 오기가 생겼다.그 누군가를 혼내주고 싶었다.눈사람 속에 돌덩이를 장착시키기로 하였다.때마침 아파트입구에 차량진입 방지석이 동그랗게 웃고있다.그도 따라서 웃어보였다.그리고는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이번 눈은 엄청스레 습해서 손짓 발짓의 영향을 완벽히 받아주었다.오늘

완성한 눈사람의 이름을 <고소한 이유>로 지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고소한 이유>가 궁금해졌다.덩달아 걱정거리도 하나 생겼다.

'혹시라도 그 누군가가 또다시 눈사람을 부수려고 했다가 깁스라도 하고 나타난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소한씨는 도의적책임을 지고 보상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눈 앞에 아른거리는 모습-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나타나 화를 내고 있는-에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었다.깁스를 하고 화를 내며 목발을 휘두르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던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았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았던 <고소한 이유>도 멀쩡했다.소한씨가 아쉬움을 

삼키며 작품을 부수기로 했다.사람이 안 다치는 것이 낫다!

 

  소한씨가 출근길에 질문을 하나 띄워 보았다.<눈사람속에 돌덩이를 집어넣어 완성했다가 이를 훼손할 요량으로 덤벼들어 부상을 당한 자의 잘잘못>에 대한 답?결론은 훼손한 자의 책임

100퍼란다.어쨌거나 소한씨 출근길이 가볍긴 했다.

 

▲ 이렇게 고소한 이유가 있었네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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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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