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귀곡산장

01/18 귀곡산장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1/18 [01:01]

[콩트IN고야]-귀곡산장

01/18 귀곡산장

최병석 | 입력 : 2025/01/18 [01:01]

 (허)세짱씨는 요즘 잠을 못 이루기 일쑤다.눈을 감으면 떠 오르는 악몽과 무서웠던 기억의 저 편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걸 감지하기 때문이다.

  세짱씨가 결혼10년차를 맞아 초등자녀 둘을 친정엄니한테 맡기고 크리스마스여행을 계획하였다.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해외여행은 애시당초 글렀으니 국내여행이라도 근사하게 보낼 심산이었다.왜 그런거 있잖은가?몸은 국내에 있지만 마음만은 유럽에 가 있겠다는 굳은신념?세짱씨의 컨셉은 그럴듯한 해변뷰를 감상할 수있는 <그리스풍 리조트에서의 하룻밤 보내기>였다.그녀는 동해안의 바다를 염두에 두고는 이런저런 검색창을 넘나들며 컨셉조건에 부합하는 리조트를 찾고 또 찾아보았다.그리고 마침내 찾아내었다.성탄 특별세일가로 30만원짜리 리조트를 9만원대로 예약완료.모니터에 보여지는 리조트의 전경과 객실상태는 그리스풍을 빼다 박았고 객실내에서 보여지는 뷰의 상태는 그야말로 지중해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와우,빙고!바로 이거쥐...자 이제 고고씽이닷"

  세짱씨가 기획하고 예약하고 분위기까지 전담했으니 이제 그곳까지의 이동은 오로지 남편몫이다.일찌감치 둘만의 알콩달콩한 하룻밤을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근사하지만 호텔이 아닌 리조트니까 남편이 대령해 줄 기대만땅 조식예고는 그녀의 부푼 가슴에 이따만한 바람까지 몰고오기에 충분했다.

   세짱씨부부를 태운 애마는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그리스 풍을 빼다 박은 곳으로의 주행을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라서 그랬는지 지나는 곳마다 정체가 이어지더니 밤이 늦은 시간임에도 아직 도착전이다.중간중간 들려오는 네비게이션의 소리는 주변의 어둠에 위축되었는지 가물거리는 톤으로 귓가에서 멀어져  가는데 차는 점점 더 깊은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중이다.

"여보 이 길 맞아요?여기도 길이 나 있네!"

살짜쿵 두려움이 목젖을 넘어 오려는 찰나에 희미한 불빛이 어둑한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런데 웬지 조용하다.도무지 영업장의 모습이 아니다.여기가 과연 세짱씨가 예약한 그곳이 맞는지 의심스럽다.애마의 네비게이션을 다시 들여다보았다.틀림없는 바로 그곳이다.

  세짱씨부부는 차안에서 건물주위를 염탐중이다.적어도 영업장이면 객실에 불이라도 켜 있는게 맞을 일이다.그저 조용하고 어둡기만한 이곳에서 정녕 <하룻밤 보내기>를 꿈같이 이뤄낼 수 있을까?고민하며 갈등하는 차에 움직임이 보였다.

"여보 저기 저사람 봐요!"

세짱씨의 말에 깜짝 놀라며 바라보니 웬 덥수룩한 사내가 손에 빗자루와 큼지막한 도끼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여봇! 저 사람 이쪽으로 오는데 우리 도망 가야 하는 거 아녀요"겁을 잔뜩 집어먹은 둘의 애마곁으로 사내가 다가선다.

"혹시 오늘 예약하신 분이신가요?"

'어라?여기 영업장 맞는갑다!'

"이 키를 가지고 402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세짱씨부부는 마지못해 키를 받아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속은 어두웠고 그 흔한 엘베도 안 보인다.희미한 비상구불빛에 의지하여 4층까지 숨을 죽이며 캐리어를 옮긴다.주섬주섬 챙겼던 키로 객실문을 열었다.다시보니 객실키가 스마트키가 아닌 객실번호끝 고리에 매달린 구식 열쇠다.객실내부로 들어서서 불을켰다.싸늘한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여보 여기 맞아요?"다시보니 여기는 402호가 아니고 412호.

"아니 402호키가 412호에 들어맞는 건 무슨 경우?"

계단 왼쪽으로 가야할 길을 우측으로 잘못 들어섰나 보다.402호 앞이다.아까 그 열쇠를 꺼내 문을 열어본다.열린다.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다행히도 온풍기의 열기가 감지된다.딱딱한 침대속에 온돌패널이 장착되어 있는지 뜨끈한 온돌같은데 침대를 벗어난 이불밖은 아직 썰렁하다.덕분에 둘의 몸은 꼼짝없이 하나가 될 수밖에 도리가 없다.사실 도착해서 행복하고 근사하게 채우려던 배고픔도 귀찮음에 저만치 달아나버렸다.최대한 간단하게 뱃속을 채우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남편은 눕자마자 코를 곯아댄다.세짱씨는 무언가 불안하다.눈을 붙이려다말고 기겁을 했다.가끔씩 벌건 불빛이 방안을 돌아다닌다.주기적으로 삐그덕소리가 귀를 거스린다.

"여보오..여보오..우리 그냥 집에 가면 안될까?으응?"

남편은 감각이 없다.코고는 소리만 더욱 커질뿐이다.

  세짱씨는 결국 온밤을 하얗게 세웠다.도무지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기에 그녀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그녀가 남편을 채근했다.

"여보 우리 여기를 한시라도 빨리 빠져 나가는게 좋겠어요,나 너무 무서워요"

"우리 귀곡산장안으로 잘못 들어온 거같아요"

 

  서둘러 빠져나온 <그리스풍의 리조트에서 하룻밤 지내기>의

결론은 무서움 그 자체였다.알고보니 그 날이 리뉴얼된 리조트의 첫 개시일이었고 투숙객도 그둘 부부가 유일했었다고 했다.벌건 불빛이 방안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오션뷰의 한쪽 끝에서 제 할일을 다하고 있던 등대의 회전불빛.삐그덕 소리는 낡은 온풍기가 적정온도에 반응할 때마다 움직이는 소리였다고.

성이 허가요 이름이 세짱,<허세짱>그녀가 그리스풍의 낭만을 무턱대고 쫓았다가 무서움에 덜덜떨었던  <귀곡산장>에서의 하룻밤 지내기였다.

 

▲ 어째 으스스하네여^^*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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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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