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뭉칫돈

02/08 뭉칫돈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2/08 [01:01]

[콩트IN고야]-뭉칫돈

02/08 뭉칫돈

최병석 | 입력 : 2025/02/08 [01:01]

  (문)어진씨는 요즘 아주 죽을맛이다.해도 너무 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사업을 시작한지 어느덧20년이지났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영업력이 모자라서일까?

기를 쓰고 용을 써봐도 매출이 안 오른다.설상가상 기껏 매출을 이루고나면 대금회수가 안된다.대금회수가 안되니 돈의 자연적 흐름상태가 깨진다.돈이 돌아야 돈이다.써야할 곳에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고 그럴 돈은 없기에 비싼 이자를 줘가며 은행을 들락거린다.팔기위해 물건을 매입하는데 그에 대한 대금은 대체 왜 안주느냐고 시시각각 독촉을 거듭해온다.

  어진씨는 요즘 저절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푸틴과 네타냐후의 광기가 사그라들고 고집불통이 멈춰지기를.미국의<자국우선주의정책>이 힘을 잃고 쪼그라들길.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필요없는 대통령이 눈녹듯 사라지게 되길.그렇게 있는 힘껏 기도를 해대고 있다.그래서일까?꼭 그래서만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어려워 죽겠고 이러다 모두 죽을 것같다는 하소연이 통했는지 아침일찍 희소식이다.

  오랜기간 속을 썩이던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그동안 결제하지 못했던 미수금을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햇수로 5년을 기다려왔다.마음고생이 심했었다.당장 달려갔다.이 와중에 대금회수.

하도 고마워 근처의 도넛가게에 들려 사무실 직원들에게 나눠줄 따끈한 커피와 도넛을 한보따리 사 가지고 갔다.마침 날도 추웠는데 비교적 이른 시간의 따뜻한 커피와 도넛은 좋은반응을 이끌어냈다.

  뜻밖의 선물에 감동한 황대표가 오랜기간 참아줘 고마웠다며 냅다 어진씨의 찬 손을 끌어 당겼다.그리고 묵직한 봉투를 건네주었다.여태 주지못했던 대금을 빳빳한 5만원짜리 현금으로 교환해 준비했다고 했다.어진씨가 감동했다.눈물이 날만큼.서류가방에 뭉칫돈을 넣고 돌아서려는 그를 황대표가 불렀다.

"문사장님!잠깐 저하고 이야기 좀 하다 가시죠?"

"여기 미쓰정,거 문사장님 사오신 도넛하고 커피2개 가져와요"

사무실을 벗어나 어진씨의 차옆에 선 채로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더하여 담배까지 빨아대며 이야길 했다.

"문대표!여태 잘 참아줘서 고마워~이제 우리회사는 여기까지야"

황대표의 눈이 벌개지며 어깨가 들썩인다.더 이상 회사를 꾸려내기가 어려워 최대한의 빚을 청산하고 손을 턴다는 이야기였다.

"황대표!왜 아니겠어?나도 백번도 넘게 회사 접을궁리를 했었어 그런데 나는 깔려있는 빚을 감당치 못하겠더라고"

꿀꿀한 기분으로 그와의 대화를 마치며 차에 올랐다.

"황대표!어느정도 정리되면 연락해서 밥한번 먹자구!"

기어올라가는 자동차의 유리에 숙연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랬구나!결국...'

얼마나 지났을까?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쎄한 기분이 전신을 감아대며 올라온다.

아뿔싸!

한손에 커피,또다른 한손에 도넛을 들고 얘기하느라 차위에 올려 두었던 서류가방의 존재가 이제사 궁금해진다.뭉칫돈이 들어있던 서류가방이 찬바람을 맞으며 차의 지붕위에 있었다.차에 시동을 켜고 움직인지 대략10분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어쩌면 떨어져 나가 차멀미를 하느라 속엣것을 죄다 토해내며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성이 문가요  이름이 어진씨<문어진>씨의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제발이지 뭉칫돈이 올바른 뭉칫돈으로 남아있어주길...

▲ 이렇게 큰 돈을 빳빳한 현금다발로 받으면 기분 짱일테죠?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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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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