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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주씨는 새해벽두부터 고민에 빠졌다.그도 그럴것이 장장30년을 이어오던 끽연의 습관을 이제 접어야만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주씨가 담배를 피우게 된 건 순전히 김병장때문이었다.군에 입대하기 전만 해도 완전 청량무구 순전한 폐부를 자랑하던 그였는데 군에서 만났던 김병장에 의거하여 담배라는 걸 배웠고 어느덧 30년이다. 해주씨가 군기가 바짝들어 자대배치를 받고 내무반에 앉아 정면을 주시하고 있을 때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다가서던 얼굴이 있었다.바로 말년병장 김병장이었다. 김병장 그는 전역을 앞둔,시간이 남아도는 심심함이 극도로 올라와 있던,떨어지는 낙엽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위치에서 빈둥거리던 종이 호랑이 쯤 되던 인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종일 뭘 해야 기나긴 시간을 때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무것도 모르는 군기 바짝 오른 싱싱한 청춘이 눈 앞에 덩그러니 대기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한 횡재였을까? 그저 심심풀이 땅콩 건네듯 담배 한 개피 주었는데 뜻밖에 거절이다. "넵 일병 구해주 전 담배 못 합니다" "아니 뭐 뭐라구? 감히 신병 주제에?" 졸지에 내무반 바닥에 대가리를 들이박고 눈물찔끔 해주씨였다. 그리고 필 수 있을 때까지 켁켁거리며 강제흡연에 성공했었다. 30년이 지나도록 그 강제성에서 벗어나오질 못했었는데 요즘엔 간헐적으로 이제 담배를 끊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오곤 한다.그도 그럴 것이 요즘엔 마음놓고 담배를 피워 댈 곳이 마땅찮다. 예전 같았으면 업무 중에 재떨이만 있으면 사무실에서도 마음껏 피워댈 수 있었다.그러나 이젠 안된다.업무중이고 뭐고 일단 사무실 안에서는 절대 안되고 반드시 흡연실로 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또 어떤가? 집안에서는 물론 화장실과 베란다에서도 안된다. 계단에서도 안되고 분리수거장도 곤란하며 놀이터에서도 안되고 쓰레기장에서도 안되기 때문에 아파트를 멀찌감치 벗어나야만 된다. 이렇게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할 일을 계속 해야만 하는가? 갈등의 연속이다. 오늘 저녁에는 여태 싱글살이를 이어오고있는 늙다리 회사동료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고 집들이를 한다고 한다. "이여 친구! 집에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요즘 오피스텔은 웬만한 건 다 옵션사양이라 그냥 몸만 오면 됩니다.그냥 오기 껄쩍지근하면 술하고 안주정도?" "그으래? 오케바륏 이따봐용" 서둘러 업무를 마치고 근사한 오피스텔로 달려갔다. "친구! 서둘러서 왔는데 집에 없는겨?" "음식 주문한 게 조금 늦어져 그러니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 비번은 1234별이야" 집안으로 들어선 해주씨가 집안 곳곳을 기웃거린다.새집이라 분위기좋고 구조도 잘 빠졌고 늙다리 친구가 지내기엔 별어려움이 없어 보인다.집구경을 다 했는데도 친구가 안 나타난다. 전화를 들었다.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따분하니까 슬그머니 흡연욕구가 올라온다.새집이고 남의 집인데 담배냄새로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마침 베란다가 보인다.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시원하다. '가만,여기서 펴도 되는걸까?'위를 올려다보니 아직 빈집같다. 마음껏 펴도 되겠다.참았던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담배연기를 잡아 당겼다.'그래 바로 이 맛이지!' 연속으로 줄담배를 이어갔는데도 이 친구는 올 생각을 안한다.밖은 어둡고 날은 추워진다.잠깐 담배만 피고 들어갈 생각에 외투는 소파에 벗어놓고 나왔기에 이제 그만 들어가야한다.그런데 문이 안 열린다.'설마 이 문이 밖에서는 못 여는 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다더니 맞았다. 아무리 해도 문을 열 수가 없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핸드폰도 거실창 너머 소파위에서 웃고있다. 낭패다.꼼짝없이 집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려야한다. 춥다.온 몸이 얼어 붙는다.살이 떨려온다.이빨도 딱딱거리며 춥다고 아우성이다.밖은 어두워 도와달라고 하소연 할 데도 없다. 한참 후에 친구가 왔다. 하얗게 질린 해주씨를 보며 놀란다.집으로 오는 중에 또다른 손님을 만나기로 해서 함께 오느라 늦어졌단다. 해주씨는 옴팡지게 감기 몸살이 들었다. 해주씨는 그야말로 담배를 끊기로 작정을 하고야 말았다. 성이 구가요 이름이 해주씨 <구해주>씨를 구해줄 무언가는 결국 흡연때문에 동태가 될 뻔한 그 계기로 인한 <금연결심>이 되겠다. 그런데 이런 <금연>이렇게 쉬웠던 것일까?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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