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가피사의 출연

03/08 가피사의 출연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3/08 [01:01]

[콩트IN고야]-가피사의 출연

03/08 가피사의 출연

최병석 | 입력 : 2025/03/08 [01:01]

  (구)수한씨는 장이 안좋다. 그런데 자극성있는 음식들이 좋기만 하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십중팔구 자극성있는 음식은 멀리하고 슴슴하고 간이 적당한 음식들로 가려서 먹어야 된다는 처방을 내린다. 수한씨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사실 수한씨의 장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긴 하다. 왜냐하면 먹는대로 무조건 <장트라불타>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무난하다 싶은 것들은 별탈이 없다. 어쩐지 기름기가 있는 느끼하다 싶은 것들이나 웬지 모를 맵거나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것들은 십중팔구 수한씨의 장을 들들 볶아댄다. 장이 안 좋으니 그에게 별명이 생겼다. 이른바 <가피사>풀이하면 가죽피리부는 사나이쯤이 되겠다.

  웃자고 붙여준 별명 이겠지만 또 그렇다고 부인할 수도 없는 형편인지라 이런 별명이 불려지면 수한씨는 잠자코 <묵언수행>외엔 달리 취할 방도가 없다. 심지어 <가피사>의 실행이 임박해질 바로 그 때는 지독한 향기도 뒤따르게 되어 있는고로 그의 별명은 곧 <폭탄투하>로 봐도 무방했다. 어찌되었건 그도 이런 전력이 있는지라 늘 조심 또 조심,몸과 마음을 추스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하였다.

  해가 바뀌고 새해인사를 두루 마치고 나니 이곳저곳에서 <신년하례회>명목으로 모인다는 신호가 다반사로 울려댄다. 수한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웬만한 모임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했었다.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예정이다.걸핏하면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하는 <가피사>의 주역들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를 못본체 하거나 무음으로 해놓고 선택적 수신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다 문득 받지 말아야 할 전화를 받고야 말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도중에 무심코 누른 게 덜컥 통화로 연결되었다.

"헬로 수한!너 왤케 전화가 안되는겨? 뭔일 있는겨?"

"너 낼모레 모임 있는거 알지?"

역시나 신년모임이 있는데 반드시 나와야 된다는 회장님의 신신당부였다.뭐 사실 특별한 변명거리가 있는 건 아니고 구차하게 핑계를 대기가 멋쩍어서 그냥 그러마고 대답을 했다.

"네 회장님!꼭 나가겠습니다.

수한씨는 대답해놓고 걱정을 하고있다. 

'그래 그러자! 최대한 조심을 하면 되지 모'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다. 아직 채 풀리지 않은 날씨가 두꺼운 외투를 걸치게 하긴 했지만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늘상 좋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하필 오늘 메뉴는 맵고 자극적인 마라상궈다.온갖 해물과 야채,연근과 소고기같은 재료들이 매운 마라소스에 푹 잠겨서 가뜩이나 여리디 연한 혓바닥을 얼얼하게 흔들어댄다. 게다가 올만에 만나 반갑다고 따라주는 쐬주잔도 덩달아 활발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가 벌써 집에 갈 시간이다. 뒤늦게 아차싶은 수한씨의 <트러블 장본색>이 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요란하고 또 복잡하다. 그의 걱정이 태산같다.

'잘 참아내야만 한다.꼭 참아내야만 하느니라'

집으로 가는 전철과 버스 속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여차하면 새어나와 본색을 드러낼<가피사>의 출연을 막기위해 그는 무던히 노력했고 또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아파트 입구까지 당도했고 이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그런데 그렇게 결연했던 마음가짐이 집근처에 당도하였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가피사>의 출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는중이다. 엘리베이터는 하필 이럴 때 39층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하염없이 대기중이다. 수한씨가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중이다. 유난히 저속운행에 층마다 안부를 묻고있는 엘베는 아마도 택배기사의 운전에 놀아나고 있는중일 터.한참 후에 내려와 문을 열어준 엘베 안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찼고 터지기 일보직전인 <가피사>의 분출은 이제 억지력을 놓아버려 조절실패에 돌입했다.

그래도 그래도 최대한 쪽팔림의 한계까지는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그나마 아주 사소한 소리로 성량조절에 성공을 하긴 하였다.

 

  그러나 이때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초딩생의 한마디에 수한씨는 그냥 무너져 버렸다.

"엄마 방구꼈어? 똥냄새 너무 구려"

성이 구가요 이름이 수한 <구수한>씨는 너무나도 구수한 냄새때문에  초딩생의 구설에 휩싸이고 있는 중이다.

 

▲ 뿡뿡이 잘 아시죠?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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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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